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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여태...등잔 밑이 어두웠다...

| 조회수 : 13,779 | 추천수 : 175
작성일 : 2009-05-03 23:41:02


사실은...저희 집 바로 옆이 등산 코스입니다.
휴일이면 저희 집에서 1분 거리인 전철역 앞에 등산객이 잔뜩 모여있고, 저희 아파트 앞길을 지나서 등산을 많이 갑니다.

저희 집 바로 뒤의 독바위산을 올라가면 북한산과 이어지는 등산코스입니다.
바로 코앞에 등산코스를 두고도 홍제천이나 한강변이니 하는 곳을 걸었던 이유는,
변명같지만, 등산로 들어서자마자 가파른 계단이 나오는데,
올라갈 때는 그럭저럭 올라간다쳐도 내려올 때는 마사토때문에 찍찍 미끄러져,좀 위험하기도 하고,
또 운동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평탄하가다 중간에 격렬해져야하는 건데,
이건 처음부터 너무 격해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회사다닐때이니 거의 10년전 쯤 아침에 몇번 올라가보고, 포기해버렸습니다. 그때는 등산화도 없었을 때거든요.

주말, 저희 아파트 앞을 지나가는 수많은 등산객을 보면서...
'내려올 걸 왜 올라갈까?'하다가, 오늘은 큰 맘 먹고, kimys랑 뒷산엘 올랐습니다.
남들은 등산복에 등산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올라가는 곳을,
저는 등산화만 갖춰신고, 청바지에 집에서 입던 티셔츠에 선캡만 쓰고 올랐습니다.




올라가보니,
제가 굉장히 오랜만에 오르긴 했더라구요.
제가 병적으로 싫어하던 그 마사토깔린 계단이 돌로 잘 정비되어,
가파른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발이 미끄러지는 건 아닌거에요.
예전에는 헬리콥터장까지 가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오늘은 능선을 따라 한참이나 갔는데,
가다보니 북한산의 수려한 모습도 보이고, 저 아래로 구기동도 보이는 거에요.
내려오던 등산객들 말로는 조금 더 가면 향로봉이 나온다고 하는데..거기가 어딘지 잘모르겠고,
암튼 제일 멀리까지 가본 것 같아요.
집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코스를 두고,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멀리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 였습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밖에 안한다고 걱정이 태산이던 kimys가,
요즘 건전해진 제 생활을 보면서 놀랍니다.
"김혜경이 운동을 다하다니..."
안할 때는 몰랐는데, 해보니까 좋긴 좋은 것 같아요. 훨씬 몸이 가벼워요.




운동과 더불어 행주도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대신 요리가 소홀해졌어요. 어제는 그냥 사골 한솥 고았습니다. 요리에 뜻이 없을 때 딱 좋은 메뉴잖아요.
그런데..행주 만드는 걸 며칠 좀 쉬어야할 것 같아요.
원고를 하루에 백몇십장 쓸 때처럼 팔이 아파요.

앞의 행주 다섯장은 이번 주말에 만든 것이구요,
뒷줄의 왼쪽 두장은 저번에 만든 것,
뒷줄의 오른쪽 두장은 이번 주말에 만든 것인데, 행주라기 보다는 채소주머니입니다.

밑그림도 없이 그냥 수를 놓아서, 수가 엉망이긴 한데,
자수책을 보면서 이것저것 시도는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바느질도, 재봉틀 꺼내는 것도 귀찮아서, 손으로 홈질해서 만들었는데,
거칠기는 해도, 재봉틀로 박은 것과는 다른 소박한 맛은 있는 것 같아요.




채소를 비닐봉지에 싸두는 것보다 숯주머니나 광목주머니, 혹은 채소에 따라서는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는 것이 좋은데,
이 주머니도 그런 용도로 쓰라고 만들었습니다.
이 역시 재봉틀로 박으면 더 말끔할 텐데, 손으로 박음질해서 만들었어요.
오랜만에 재봉틀을 쓰면 밑실 끊어지고 어쩌고 더 복잡한 데, 손으로 박음질을 하니까 차라리 더 속이 편한 것 같아요.



집에 굴러다니던 가죽으로 된 와인상자가 하나 있었어요.
요기에 이렇게 담아놓으니까..꽤 근사해보이는 것 같아요.
팔목이 좀 나으면 행주는 다시 만들려구요.
kimys 그러네요, "몇장이나 만들려고?"
"스무장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행주 스무장이면 꽤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요??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체리쉬
    '09.5.3 11:44 PM

    안녕하세요
    1등이예요

  • 2. 체리쉬
    '09.5.3 11:47 PM

    선생님의 생활은 저에게도 생기를 불어넣어 주시고 있어요
    저도 걷기 보름 넘었는데 기분 좋아지는 경험을 하니 계속 할 계획입니다.

  • 3. 김혜경
    '09.5.3 11:50 PM

    그쵸, 체리쉬님, 걷기를 하니까 몸도 가볍고 기분도 상쾌해지는 것 같죠?
    우리 열심히 해보아요..^^

  • 4. onion
    '09.5.3 11:52 PM

    저도 운동 좀 해야할텐데...
    가까이에 (걸어서 5분?) 공원이며, 좀 나가면 안양천도 있는데
    게으름이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서 통 걷게되질 않네요.
    예쁜 수 놓은 행주도 부럽고...^^

  • 5. 호미맘
    '09.5.4 1:31 AM

    선생님 걷기 운동하시는게 생각나서 어제는 동네를 한바퀴 걸었어요^^
    귀에 이어폰 꼽고 신나는 음악들으며 가니 좋더라구요
    선생님 음식은 언제봐도 정갈하고 먹고파요 >0<

  • 6. crisp
    '09.5.4 1:34 AM

    저렇게 수를 놓으면...삶으면 물이 빠지진 않는지 궁금하네요. ^^
    그리고 천을 잘라서 바느질로 가장자리 처리를 해주고--> 수놓고--> 세탁하는 건가요? (너무 창피하네요..여쭤보기가..ㅜㅜ)

  • 7. 뭉치맘...
    '09.5.4 10:20 AM

    저두 걸어볼까하구 만보계먼저 장만했는데..아직 시작도 못했어요 셀러드 넘 먹고파요

  • 8. 은석형맘
    '09.5.4 10:24 AM

    저 넘 심각하게 살을 빼야 하는데
    움직여 보려고 카르페디엠에서 끌리는 운동기구도 하나 구입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제 살들에겐 시간을 내어주질 않고 있어요.
    집에서 시간나면 바느질 잡고 82잡고 있으니 어쩌죠......

  • 9. 김혜경
    '09.5.4 10:37 AM

    crisp님..그러지 않아도 저도 수실 물 빠지지 않을까 테스트 해보려고 하는 중이에요.
    물 빠지면 더이상 수를 놓지 않고 꿰매려구요.

    행주를 만드는 순서는..
    일단 사온 감을 모두 물빨래 해서 말린 후, 알맞게 재단하고,
    수를 놓은 다음,
    꿰매서 행주로 만듭니다.
    창피하실 것 없어요..^^ 도움이 되셨길~~

  • 10. 지야
    '09.5.4 11:57 AM

    '내려올 걸 왜 올라갈까?' 여기서 뒤집어졌어요!!! ㅎㅎㅎㅎ
    어쩜 저랑 그리 같은 마인드신지....ㅋㅋㅋㅋㅋㅋ
    제가 운동의 종류중에 젤 싫어하는게 등산인데....^^;
    얼마전 운동좀 하라는 친정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혼자 동네 뒷산 올라갔다가...정상까지 올라갔다는 뿌듯함도잠시, 내려오는길에 2시간을 헤맸어요..헐..ㅠㅠㅠㅠ 안그래도 방향치에 길눈이 어두운데 드넓은 야산에서 완전 방향감각 상실... 가고 또 가고 하다보니 애꿎은 올림픽대로가 나오고.. 저는 정말 산이랑 인연이 없나봐요. ㅋㅋ

  • 11. 좋은소리
    '09.5.4 1:40 PM

    저도 선생님 걷기 운동하신다는 글 읽고 낡은 썬캡 버리고
    새거 사다놨어요. 이제 저거 쓰고 나서기만 하면 되는데..쩝..
    그게 정말 안되는데요...

    저도 "내려올껄 왜 기를 쓰고 가나?"주의에요...
    낼부터는 진짜 주먹 굳게 쥐고..아참..주먹에는 아령 들고..
    안양천 걸어야 지요..될까?요?ㅠㅠㅠ

  • 12. 푹시니
    '09.5.4 2:18 PM

    예쁘게 수놓으면서 마치 소녀같이 아름다운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야생화공부도 하시고 좋을 거 같네요...
    그리고, 너무나 좋은 계절 자연을 만끽하시면서 운동하시길..

  • 13. 지구별
    '09.5.4 2:28 PM

    선생님 글에 처음 댓글다는데요...

    수실이 십자수 실이 맞다면 삶아도 물빠지지 않아요...

    제가 십자수를 좀 해서요...^^

    아기옷도 십자수로 수놓고 삶아도 그대로거든요....

    참 저도 등산시작해서 열심히 하는중이예요 3주째...
    포기하지 않도록 선생님 운동하시는거 자주 올려주세요...

  • 14. 프로방스김
    '09.5.4 4:11 PM

    다양한 행주수 보는이 마음도 들떠네요

  • 15. 보라돌이맘
    '09.5.4 4:54 PM

    두 분이 함께 산에 오르시고... 참 좋으셨겠어요.

    등산을 함께 가게 되면 맑고 깊은 산의 정기를 받게 되어서 그럴까요...
    함께 숨을 고르며 한 발 한 발 산을 오르면서 내 숨이 차 오를 때 한 걸음 멈추고 기다려주는 옆사람의 배려심 조차도 선하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힘들게 올라간 산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도 성실한 인상이 그대로 느껴지구요.
    등산화나 등산복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지만...
    운동화에 편한 옷 입고서 저도 가능한 한 남편을 따라 자주 산에 오르려고 노력해요.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저 행주들은 너무 예쁘고 아까워서 어떻게 쓰시려구요...^^

  • 16. crisp
    '09.5.4 4:57 PM

    ^^;; 선생님..댓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구별님도요...
    십자수는 안해봤지만 이 수를 보니까 중학교 때 교복입고 웃으면서 친구들과 수 놓던 생각이 나네요.
    집에 이런 천 두 필이 누워있는데...꼭 만들어보렵니다.
    혹시 제가 만든것이 행주로 보여지면 저도 함 올려볼께요.

  • 17. 뽀로로
    '09.5.4 6:16 PM

    ^^ 독바위 코스가 전망이 상당히 좋던데, 좋은 동네에 사시는군요.
    저희집은 구기동입니다.
    능선을 끼고 이편과 저편에 있는 거네요. ^^
    구기동에서 벙개 함 하시면...

  • 18. 한결한맘
    '09.5.4 9:56 PM

    등산할때 다른 건 몰라도 신발하고 무릎보호대 그리고 가능하면 스틱을 꼭 지참하세요
    등산이 여러가지로 좋지만 잘못하면 무릎에 많은 무리가 갈 수 있거든요^_^
    저희집도 불광동이고 등산로 입구에 있어서 등산객들에게 주워 들었어요

  • 19. 소정이네
    '09.5.6 10:56 AM

    님!!! 그릇이 너무이쁘시네요, 죄송하지만 어느 브랜드꺼예요. 꼭 알켜주세요

  • 20. Terry
    '09.5.6 6:36 PM

    저도 운동에 좀 feel 좀 받았으면 좋겠는데...언제 그런 날이 오려나요..
    어제는 인천에 가서 맥아더장군 동상 있는 공원에 올라갔는데 그거 올라가는데도 정말..
    숨이 헐떡헐떡... 운동 부족이 심각하더라구요.. 등산은...헥... 정말 5년은 안 간 것 같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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