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이것도 쑥떡이라고 할 수 있을 지....

| 조회수 : 11,303 | 추천수 : 154
작성일 : 2009-04-16 21:37:36
제게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 일보다 더 열심히 해주는 '그녀'가 오늘 원고를 털었대요.
몇년전 출판되었으나 곧 절판되어 아쉬움을 남겼던 그녀 요리책, 그 개정판을 내는데..
그 개정판이라는 것이, 말이 좋아 개정판이지, 새책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이 많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아예 새로 쓰는 것보다 더 힘이 들 때도 있어요.

아무튼, 원고 마감했다고 하길래, 그간의 노고를 위로할 겸,
원기도 보충할 수 있는 보양식을 사주려고, 일산으로 떴습니다.
그동안 제가 바빠서..'그녀'의 생일도 놓쳐버리고 말았더랬습니다.

파주의 장어집에서 장어를 먹고, 헤이리쪽으로 향하는데...
'그녀', 길가에 쑥이 지천이라며 너무나 뜯고 싶어하는 거에요.
솔직히...전 평생 쑥을 두어번밖에 직접 뜯어보지 않았고,
제가 알고 있는 풀이 쑥이 맞는지 조차도 의심스러운데.., 이 쑥을 두고 갈수 없다며..., 이 쑥을 두고 가는 건 죄악이라며...




그래서 헤이리의 좋은 사람들 창고 근처에 차를 무단주차해놓고,
차에서 비닐봉지 하나 찾아가지고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연하디 연한 쑥이..널려있는거에요.
한 10분 뜯었나? 제법 큰 비닐 봉지의 절반 이상이 찬거있죠?
이런게, 수확의 기쁨인 모양이에요, 고사리를 꺾는 것 못지않게 너무 재밌는 거에요, 쑥 뜯는 것이..
암튼 저 봉지를 꽉 채워 왔습니다.

이렇게 오늘 둘이 뜯은 쑥을 1:3( 아니 1:2인가?)로 나눴습니다.
'그녀'보고 더 많이 가져가라고 했어요. 왜냐면 전 잘 해먹을 줄 모르거든요.




가지고 와서 손질하니..이렇게 이쁜 거 있죠?
돌아오는 길에, 쑥버무리며, 쑥갠떡 등등, 쑥떡 만드는 법을 '그녀'에게 배워가지고 왔습니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쌀가루는 있으세요?"
"밀가루처럼 생긴 쌀가루 파는 거 있잖아? 그거 있어. 거기에 소금 좀 넣고 물 좀 준 다음 하면 되는 거야?"
자신있게 말은 했습니다.




쑥버무리를 해보겠다고,
쌀가루에 물 좀 준 다음 쑥을 넣어 버무렸는데...
쌀이 좀 많았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사실, 저 한번도 쑥버무리를 해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먹어보지도, 실물을 본 적도 없습니다.
TV에서 얼핏 본 것이 고작...그래서 완성된 것이 어떤 상태인지 잘 모릅니다.




물오른 찜솥에,
대나무찜기에 담은 쌀가루에 버무린 쑥을 넣어 쪘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윗부분은 가루가 익긴 익었는데, 푸실푸실하고, 아래쪽은 질쭉한 거에요.




'그녀'에게 들은 소리는 있어가지구, 쑥버무리를 절구에 넣고 찧었습니다.
그리고 동글동글 빚어서 거죽에 살짝 참기름을 발라 줬습니다.
보기는 이래도, 맛은 꽤 괜찮아어요.
쑥이 아직도 남았는데..이 쑥을 뭘할까 궁리중입니다.
쑥버무리에 다시 도전할까?
아니면, 말릴까, 아니면 데쳐서 얼릴까...

아무래도, 다음주 어느날 또 들판으로 뒤쳐나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자외선차단크림 두껍게 바르고, 머리에는 선캡을 쓰고,
한손에는 검은 비닐봉지와 다른 한손에는 과도를 들고...
다음주 어느날, 파주나 일산 어디께, 완전 뚱뚱한 여자 하나와, 그 여자의 ⅓밖에 안되는 여자 2인1조가 되어,
정신없이 쑥 뜯고있는 사람들이 있다면..저희인줄 아세요.

제가 '그녀'를 알게된 건 지난 2003년.
벌써 햇수로 7년,  이렇게 짧지않은 시간, 때로는 자매처럼, 때로는 모녀처럼(^^), 때로는 인생의 선후배로 지내오면서,
오늘처럼 둘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것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무슨 용건이 있어서 만났거나 같이 어딜 가야하기 때문에 만나지 않으면, 여럿이서 모일 때 봤거든요.
쑥도 쑥이지만....
화창한 봄날의 하루를, 제가 좋아하는 '그녀'와 작은 추억을 하나 만들어...더 좋았습니다, 오늘...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쏘여니
    '09.4.16 9:43 PM

    그래도 맛있어 보이는걸요!
    쑥향기 화면 가득들어옵니다...저도 빨리 뜯으러 가고파요...

  • 2. 온리유
    '09.4.16 9:44 PM

    선생님의 '그녀' 요리책..
    저도 늘상 잘보고 있고 선물로도 여러권 할 정도로 아끼는 책인데
    개정판 내시는군요..
    나이에 상관없는 우정이 참 아름다워요~

  • 3. 해바라기 아내
    '09.4.16 10:07 PM

    저도 오늘 쑥 캤어요.
    같이 산에 가셨던 분들의 말씀에 따라 쑥튀김을 해서 아이들 줬는데 완전 대박이었어요.
    내일은 본격적으로 장비 챙겨가서 많이 뜯어 오려구요.

  • 4. 해피송
    '09.4.16 10:33 PM

    하얀 속살이....부드럽고 맛있어 보입니다...^^

  • 5. 보리밥
    '09.4.16 11:22 PM

    저희집앞이 정말 쑥밭^^이예요. 제가 다른일로 바빠서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어요.
    농약치는곳도 아니어서 약들이 날라다니지 않아 안전하고
    길가가 아니라 먼지도 없는 깨끗한 쑥이예요.

    원당역에서 5분거리예요. 선생님 꼭 오세요.~~~
    선생님요리책 바로 옆에 소중히 자리잡고있는 책의 저자 "그녀"도 너무너무 환영이예요.
    참...제가 뜯어드려서 보내드려야하는데 오셔서 뜯어가시라니...죄송해요^^

  • 6. 까만콩
    '09.4.16 11:42 PM

    저 좋은사람들 창고 알아요;;;;;;; 그 근처에도 쑥이 그렇게나 많군요.

    저희 집이 헤이리 근처랍니다.
    가다가 쑥 뜯는 두 여인을 보면 저 혼자 웃고 지나갈지도 모르겠군요. ^^

  • 7. 겨울그녀
    '09.4.17 12:06 AM

    쑥뜯는 두 여인 뒤로
    마스크에 모자 푹 눌러쓰고 과도를 숨긴 채 쭈볏쭈볏 다가서는 사람이 있다면...

    접니다. (쓰고 보니 크리미널 마인드 버젼...-_-;;)

  • 8. 가딘
    '09.4.17 12:28 AM

    jasmine님 책 항상 가까이 두고 잘 보고 있는데 개정판 내신다니 기대되네요

  • 9. 울타리
    '09.4.17 1:00 AM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아래부분이 진 것은 찜솥과 찜기사이 거리가 가깝기 때문인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찜솥이 깊이감이 있으면서 찜기는 윗쪽만큼 걸쳐진 스텐찜기에 했더니
    더 나았어요.
    파는 쌀가루를 쓰실땐 물주기를 더하면 덜 푸실거리고 쪄놓아도 촉촉한 맛이 있어요.
    소금간 할때 설탕을 조금 넣으셔도 되고요,

    다 쪄지면, 넓은 접시을 위에 엎은후 뒤집어서 면보를 가만히 걷어내고 잘라서 드시면 됩니다.
    쑥보다 쌀가루가 좀 더 많아도 익으면 쑥설기떡이 되어 맛있어요.

    어찌된건지 글을 쓰고 댓글달기 눌렀는데 글이 없어져 버려서 처음이라 놀래기도 하고,
    급하게 다시 쓰느라 애먹었네요. ㅎㅎㅎ

  • 10. 또하나의풍경
    '09.4.17 4:54 AM

    2인조의 그녀들을 보고 싶네요 ㅎㅎㅎㅎ
    쟈스민님~~개정판 내신다니 너무 축하드려요~~
    저도 갖고 있는 책인데...^^

  • 11. mulan
    '09.4.17 6:03 AM

    마음속에 품는 선배... 또 아끼는 후배... 이런 사이... 참 소중한 관계죠. ^^ 부러운 하루셨네요. ^^

  • 12. Ted
    '09.4.17 7:31 AM

    저도 쑥떡 너무좋아하는데 맛있겠다.

  • 13. 꽃게
    '09.4.17 7:40 AM

    ==완전 뚱뚱한 여자 하나와, 그 여자의 ⅓밖에 안되는 여자 2인1조가 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팅만 열심히 하다가 넘 우스워 흔적남깁니다.

  • 14. candy
    '09.4.17 9:12 AM

    아무래도 쑥버무리에 쌀가루 양이 많아요;;;
    해보진 않았어도 많이 먹어본 관계로.
    그리고,쑥은 작은 새 순이 연하고 향기로와요...
    너무 자란걸로 뜯은신 것 같아요.
    쟈스민님,혜경샘께서 봄을 제대로 즐기시는군요~^^*

  • 15. 한울
    '09.4.17 9:19 AM

    두 분 모두 잘 지내시죠?^^
    쑥이랑 양파만 넣어 부침개 해드세요. 향이 넘 좋더라구요.
    예전에 혜경샘의 그 케잌(그냥 냉동실에 두었다 먹는)이 먹고싶어 무작정 전화했었던..기억하시나요?ㅎㅎ
    아직도 그 케익 먹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연락처 몰라 전화 못하고 있답니다.^^

  • 16. 상큼마미
    '09.4.17 9:57 AM

    자**님 책 기대됩니다^^ 저두 4월초 휴양림에 갔다가 지천에 쑥이 많더라고요
    친구들과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뜯은 쑥 비닐봉지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어제 저녘에야 삶아놨어요 게으름의 극치죠! 하나도 상한것 없이 싱싱하게 있는거예요. 쑥버무리 도전하려다가 귀찮아서 데쳐놨어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샌님께서 올려주실(김치국부터 마십니당)레시피를 기대하며~~~~~~~

  • 17. 김혜경
    '09.4.17 10:16 AM

    ㅋㅋ..상큼마미님...
    쑥요리, 뭔가 해야겠네요...^^
    근데, 저보다 jasmine님을 졸라야 더 요리가 금방 나올 것 같은데..

    한울님,
    냉동실에 두었다 먹는 케이크가 뭔지 모르겠어요...ㅠㅠ...
    암튼 연락처 쪽지로 날려드릴게요.

    candy님,,그쵸...해놓고 보니..그런게 아닌가 싶었어요..

    울타리님..맞아요..물과 찜판 사이가 너무 가까웠어요.
    물주기도 그렇구요..^^ 쑥버무리 고수이신가봐요...사진봐도 문제점을 모두 알아보시네요..^^
    보리밥님댁 쑥을 뜯어다 한번 더 쪄볼까봐요..^^

    보리밥님 쪽지 드렸어요..^^

  • 18.
    '09.4.17 11:29 AM

    책 이름 좀 알려주세요~ ^^;;

  • 19. 달콤한 향기~~
    '09.4.17 1:28 PM

    원고를 털었다고 해서 바로 그분이 누구신지 알았네요^^
    처음내셨을땐 못샀는데 이번에 기대해야겠어요
    똑부러진 살림법좀 배우려고요^^

  • 20. 프로방스김
    '09.4.17 2:01 PM

    쑥뜯으로 뒷산에 갔다가 씀바퀴만 뜯었던 기억이 ... 내일은취나물이나왔나올라가봐야겠네요 주말에 잠시 여유를 부려보세요

  • 21. 별사탕요정
    '09.4.17 5:24 PM

    선생님과 그녀의 우정이 넘 좋아 보여요.
    향기좋은 꽃과 아름다운 나비처럼
    좋은 그림이 그려지네요. ^^

    선생님의 희망수첩이 나중에 제가 쓰고 싶은 희망수첩이에요~~

  • 22. capixaba
    '09.4.17 7:22 PM

    선생님의 '그녀'가 쓴 요리책 외국사는 친구들에게
    모두 한권씩 선물했는데 다들 무척 좋아합니다.
    이번 기회에 개정판이 나온다니 선물을 다시 해야할까 봐요.

  • 23. 영맘
    '09.4.17 10:20 PM

    저도 쑥 좋아라하는데 어떤땐 뭘할지 막막할때가 있어요
    떡을 하자니 모자르고 국을 끓이자니 다른국이 있거나...
    그럴때 제일 만만한게 전이예요
    부침가루에 대충 반죽해서...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훌륭한 맛이랍니다^^

  • 24. 깡통
    '09.4.17 11:54 PM

    꼭 쑥 털털이 같애요. 아래사진에...

  • 25. 라니
    '09.4.18 1:40 AM

    나두 쑥캐고 싶어서 몸살이 나겠어요.
    이 봄이 미워요...

  • 26. 성현맘
    '09.4.18 9:31 AM

    쑥국 해드세요^^
    날콩가루에 살짝 버무린 쑥을 멸치다싯물에 국 끊이면 쑥 향기가 끝내주지요~~~
    소금간 약간은 덤으로....

  • 27. 순이
    '09.4.18 9:15 PM

    저는 비교적 해마다 쑥뜯어 국 끓여먹었었는데...올해는 못캐고 지나가네요..
    쑥 버무리는 한번 해보았더니..실패(요게 생각보다 어렵..;;) 어릴적 집안어르신들이
    자주 해주던 그런 모습이 전혀 아니었어요...그래서 전..늘 쑥국만...
    위 한울님이 양파하고 쑥하고 섞어서 전해라고 말씀해주셔서 귀가 솔깃합니다^^
    제일 아래 쑥버무리..맛나보입니다..^^경상도에서는 저런모습보다 좀 더 성글고..
    못생긴 쑥 털털이~!라고 부릅니다...

  • 28. 김흥임
    '09.5.2 10:43 AM - 삭제된댓글

    저걸 생쑥으로 ?

    데쳐서 물기빼고 쑥에 밑간을 한다음
    밀가루를 뽀얗게 묻혀 탈탈 털어 보스하니 만들어 쪄도 맛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76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98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98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70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01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1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7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97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5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20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7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08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33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10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6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79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83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42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01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4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18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5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23
3324 산책 14 2013/11/10 13,361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2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