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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바닷가재네 집안이라는데...ㅠㅠ

| 조회수 : 12,323 | 추천수 : 164
작성일 : 2009-04-15 20:46:58


일주일에 하루...오늘은 친정어머니께 할애된 시간...아침일찍 친정어머니께 갔습니다.

꼭 2년전인 2007년 4월16일 친정아버지께서 타계하셨습니다.
그래서..제사를 양력으로 모신다면, 오늘이 아버지 제사인셈인데,
제사는 음력으로 이미 지냈기 때문에, 오늘은 아무날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4월15일, 제가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뵌 날이기 때문에...참...마음이 그렇습니다.
아니, 제 속 마음으로는...오늘이 아버지의 기일인 셈입니다.
작년에는 4월16일날 아버지께 다녀왔는데 올해는 그렇지도 못하고...

그러던 차에, 마침 친정어머니께서, 절에 들러서 연등 달고, 대명포구 가자고 하시는 거에요.
친정어머니는 물좋은 꽃게 좀 사다가 게장을 담그시고 싶어서 대명포구에 가자고 하시는 건데,
저는....아버지 고향인 김포며, 아버지를 모시고 자주 가던 강화 언저리에 가는 셈이라..
오늘 가기 참 적당한 행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에는 잠시 화창하기도 하더니,
대명으로 향하는 도중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대명항 어시장에 가보니, 아직 꽃게가 제철은 아닌 듯 싶어요.
양도 많지 않고, 가격도 아직 떨어지지 않았어요. 살아있는 암놈이 1㎏에 3만5천원이에요.
값도 값이지만 알이 아직 꽉 차지 않아 꽃게를 사지 않았습니다. 꽃게가 맘에만 들었다면 기꺼이 샀을텐데...
그리고 아마 이녀석이 제철인듯, 집집마다 잔뜩 쌓여있었어요.
어느 집은 '쏙'이라고 하고, 어느 집은 '바다가재'라고 하고..
암튼 얼핏보기에 바닷가재네 자손인듯하여, 1만원어치를 사왔습니다.




할 줄 몰라서 못사겠다고 하니까 한 아주머니가 간장게장 담그듯 간장을 부으면 맛있다고 하셔서,
그렇게도 하고,
물에 삶아먹으라고 해서, 그렇게도 했는데,
물에 삶은 것은...뭐 그저 그래요. 새우나 꽃게의 맛과는 게임도 안되고, 먹기도 좀 불편하구요.
기대가 컸던 만큼 좀 실망했습니다.
간장을 부은 것 어떠려는지...
그래도...안 사본 거, 사서 먹어봤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대명에서 말로만 듣던 삼식이매운탕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게 먹어서,
꽃게는 못샀지만, 헛걸음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와보니, 또 논산에서 올라온 커다란 택배상자.
종이상자 안에 스티로폼 박스가 두개 들어있었는데,
하나에는 가지런하게 놓인 두릅이, 또 하나에는 생고사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아, 맞다, 아버지 삼우제 마치고, 두영오빠네 가서 밥먹고, 상복입은채로 산으로 기어올라가 고사리를 꺾었지...'




이렇게 생고사리를 삶아서 비빈 후 말려두면, 일년내내 두고두고 잘 먹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이 맘때 두영이 오빠가 생고사리 보내줘서 말려서,
친정어머니도 좀 드리고, 저도 명절때마다 너무 잘먹었어요.

지금 생고사리 철입니다.
생고사리 말려두고 드셔보세요. 중국산 고사리, 북한산 고사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답니다.
고사리를 꺾을 곳이 마땅치 않다면 큰 마트에 한번 가보세요. 요새는 생고사리를 파는 마트도 많거든요.

아...고사리 얘기를 쓰다보니, 고사리가 너무 꺾고 싶어지네요.
고사리 한번 꺾어보면, 그 묘한 매력이...^^
고사리를 꺾자면 논산까지 가야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멀고...
올해도 또 생고사리, 집에서 말리는 선에서 만족해야할 듯...ㅠㅠ...


p.s.

그리고 16시간 말린 고사리..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순돌이
    '09.4.15 8:47 PM

    헉 우째 이런 일이..

  • 2. 준수맘
    '09.4.15 8:54 PM

    그래도 이등~~~~
    저도 이런일이~~

  • 3. 베플리
    '09.4.15 8:55 PM

    제가 2등? ㅎㅎ 이런일도 잇군요...쏙으로 담근거 먹어봤는데 맛있더라구요.
    기대하셔도 좋을듯한데....
    전라도에 살때 지천에 고사리여서 이맘때는 산속을 헤매고 다녓는데....
    다시 내려갈수도 없고...너무 아쉬워요~~

  • 4. 마중물
    '09.4.15 8:58 PM

    반가운 "쏙"이 있네요..
    결혼하기전 자주가던 포장마차가 있었는데 자리에 앉으면 기본으로 이것을 넣은 된장지개를 주었죠. 애호박에 양파 두부만 넣었는데도 이찌개가 어찌나 맛있던지 정작 그 시원한맛의 주인공은 몇마리안들어갔었는데도 말이죠.. 이거먹고싶어서 일부러 그곳을 가곤했는데....
    반가운마음에 글 남겨요~~~
    이거 된장찌개해먹어도 엄청시원하니 맛있고 쪄먹어도 맛있는데.....
    입으로 쪽빨면 쏙나온다고해서 "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지요(믿거나말거나 ^^*).

  • 5. 해니맘
    '09.4.15 9:14 PM

    눈팅 수년만에 선생님 글에 처음 댓글 다네요.^^
    이거 된장 슴슴하게 풀어 넣어 끓이시면 국물이 정말 시원해요.
    다른 조미료나 마늘 같은거 안넣어도 충분히 맛나고요.
    이곳 남쪽에서는 벚꽃장(진해 군항제를 그렇게 일컫음)할때 가재먹는날이다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곤 하셨죠.
    쪄먹으면 단맛이 빠져 맛이 없을듯.
    꽃게와는 또다른 봄철 별미랍니다
    저희 남편은 봄철엔 이거 안먹으면 큰일나요(갑각류 매니아).
    까먹긴 힘들지만 여튼 봄철에만 드실수 있는것이니 한번 더 사다 해 잡숴 보세요.

  • 6. 얼음공주
    '09.4.15 9:39 PM

    저희 엄마도 가재로 찌개같은 국 끓여줬는데...꽃게탕 비슷하게...
    된장과 고추가루 풀고 무나 호박 넣고 끓이면 살이 달아요..아주 맛나요...
    물에 삶지 말고 그렇게 드셨음 맛있었을텐데...가위로 껍질 자르고 뜯어먹어야해서 번거롭지만요...

  • 7. 민결맘
    '09.4.15 9:44 PM

    경상도에서는 '쏙'이 라고 불러요.. 친정이 거제도인데.. 된장 삼삼하게 풀어서 몇마리 넣어서 찌개 끓이면 국물이 정말정말 시원해요.. 근데.. 이거 먹을때.. 입 조심하셔야해요.. 손으로 까먹기 귀찮아서 그냥 잘라서 국끓여서 먹으면 입술 다 까져요..

  • 8. 별꽃
    '09.4.15 9:47 PM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저도 처음으로 가재장이라는걸 먹어봤어요~

    아는이가 요맘때 먹는거라고하면서 장 담근거 5마리나줘서 맛나게 먹었어요~ 일회용장갑끼고서요 ㅎㅎㅎ
    게장과는 또다른 맛이더라구요....샘네 가재장도 맛나게 될거예요^^

  • 9. 비온다
    '09.4.15 10:01 PM

    엇 쏙대기닷!!
    전라도에서도 쏙 혹은 쏙대기 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요.
    어렸을 때 많이 먹었었는데 사진 보니 반갑네요.
    저건 장보다도 그냥 삶아서 먹을 때가 맛있는 거 같아요. 알도 맛있고 꼬리까지 쏙 빼먹는 그 맛이 정말... 쓰읍...침 넘어가네요.

  • 10. 강 동구맘
    '09.4.15 10:16 PM

    "비빈 후 말려두면"에서요...

    비빈다는 의미를 모르겠어요...(비벼서 헹구어 낸다.? 잘 펼친다?)
    고사리도 뜯을 수 있고 식품건조기도 있는데...

    알려주실분!!!

  • 11. 저녁바람
    '09.4.15 10:45 PM

    저도 작년에 처음 고사리를 꺾어 봤는데 정말 그재미가 시간가는줄 모르겠더군요.
    (사람 정신을 쏙~ 빼놓지요)
    저 정말 산못타기로 유명하고 뱀무서워하기로 유명한데 고사리 꺾는 재미에 빠져 정신을 차려보니 뱀나온다는 산하나를 거의 넘어 정상까지 왔더라구요.^^;;;;;

  • 12. 제라늄
    '09.4.15 10:51 PM

    쏙 너무 좋아해요.
    지금은 알이 차는 시기가 지났나 싶은데요.
    알이 차는 시기엔 저 쏙속에 세로로 빨갛게 막대기처럼 심이 차있어요.
    아주 맛있지요. 저희 동네에선 그냥 꽃게 찌듯 쪄서 발라먹었어요.
    아..먹고 싶어라..

  • 13. 보리밥
    '09.4.15 11:29 PM

    오늘 원당시장에 수산물 점포마다 쌓여 있어서 궁금했엇는데
    선생님 사진에 또 있네요.^^
    아버님 가신지가 벌써 2년이나 되셨나요...
    그때 미국에서 선생님 글을 읽고 어찌나 울었던지...
    지금은 한국에서 선생님과 똑같은 바닷가재를 보고오다니 감회가 깊어요.
    아버님 생각에 너무 슬퍼하지 마셨으면 해요.

  • 14. 아뜰리에
    '09.4.16 12:47 AM

    샘은 양가 부모님께 어쩜 그리 잘하시는지 두고두고 감탄하고 배우며 삽니다.^^
    가재 사촌같이 생긴 애는 우리집에서도 쏙이라 불러요. 갱상도.
    껍질을 벗기며 드시려면 귀찮구요, 익혀서 대가리 꼬리 절단하시고
    젓가락으로 밑(꼬리)에서 위(대가리) 쪽으로 밀면 쏙! 빠집니다.
    그래서 쏙인가???
    선생님 아버님은 선생님을 딸로 두신 것을 항상 자랑스러워하며 사셨을 거예요.
    효도하신거예요.
    샘 항상 지금처럼 살아주시면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된다는거 아세요?

  • 15. 또하나의풍경
    '09.4.16 6:01 AM

    저도 쏙 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고사리를 왜 비비는지 알고 싶어요!!아린맛 제거하려고 그런가요?
    저 국산 생고사리 샀는데 너무 오래 삶아서 곤죽됬어요 엉엉 ㅠㅠ
    그리고 나머지는 하루동안 물에 담가놨다가(그래야 아린맛이 없어진다고 해서) 꺼내서 냉동실에 두었답니다. 이렇게 하면 되는거 아니었나봐요 흑흑...어쩜 좋아 ㅠㅠ
    고사리나물도 맛이 없게 무쳐져서 결국 상해버리구...냉동실에 있는것도 어찌 먹어야 할지 암담...ㅠㅠ

    결혼 14년되었지만 이번에 처음 생고사리를 사다 요리를 해본거라서 실수투성이더라구요 ㅠㅠ
    무늬만 헌댁이구 요리실력은 왕새댁,,,ㅠㅠ

  • 16. 김혜경
    '09.4.16 7:48 AM

    또하나의 풍경님,
    생 고사리를 삶은 후 빨래 비비듯 비벼서 말리는 이유는 자칫 질길 수도 있는 고사리의 섬유소를 연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들었어요.

    생고사리는 마른 고사리보다 덜 삶아야해요.
    냉동실에 있는 생고사리는 다음에 조기 같은 거 지져서 드실 때 넣어보세요.
    맛있답니다.
    생고사리, 말려보세요. 그럼 정말 두고두고 얼마나 잘 먹을 수 있는 지 모른답니다.

  • 17. 또하나의풍경
    '09.4.16 8:36 AM

    아~~ 그렇군요
    냉동실에 있는 놈도 거의 곤죽이 되어있는 놈들이라..ㅠㅠ
    담에 생고사리 살일 있음 선생님 말씀대로 해봐야겠어요~~~

  • 18. 홍천산골
    '09.4.16 8:38 AM

    작년 봄..처음 산에서 고사리를 뜯어 말려놓았네요..반찬 없을적마다 삶아 먹었는데..
    오늘도 삶아서 집간장에 지져먹어야 겠네요.

  • 19. sm1000
    '09.4.16 8:43 AM

    저도 강화에 사는 시누가 몇년전 보내줘서 좀 삶아 먹다가..
    나머지는 삶은거 살 발라서 샐러드에 넣었어요..두세번 찢어서..걍은 보기가좀..
    그러니깐 좋던데요..맛살처럼 생각하고요..

  • 20. Terry
    '09.4.16 8:46 AM

    정말 마음씨 고운 혜경샘...^^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이런 저런 역경이 많으셨을텐데도
    항상 여유와 식구들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신 걸 보며
    많이 배우려 노력합니다....

  • 21. 뽀미
    '09.4.16 9:02 AM

    '일주일에 하루...오늘은 친정어머니께 할애된 시간...아침일찍 친정어머니께 갔습니다'
    이글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는 오늘아침 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게 없는데...
    엄마...울엄마랑 저 한번도 둘이 데이트 못해봤거든요.. 무뚝뚝한 맏딸 아니랄까봐...

  • 22. 착한여우
    '09.4.16 11:09 AM

    저두 몇해전 쏙이라는 놈을 사와다가 실망한 적이 있었어요....먹기도 불편하고...
    간장으로 담은것은 맛이 어떨지 궁금하군요...
    고사리 보니 몇해 전 고사리 번개 한거 생각나네요...그때 참석을 못해서 내년에 하면 반드시 가리라 맘 먹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였나봐요...
    이젠회원수가 넘 많아서 더 힘들겠죠?

  • 23. 소금별
    '09.4.16 12:16 PM

    바닷가재 집안이라는 저 가재의 이름은.. 확실한지 모르겠지만. "쏙대기"

  • 24. 프로방스김
    '09.4.16 6:01 PM

    오늘가입하고 인사드립니다 경상도에서는 이맘때쯤 많이먹었는데 참오랬만에 보는 우리는 털치라고도했는데.....

  • 25. 써니~쿡
    '09.4.16 9:16 PM

    이거 쪽이라는거 맞죠??
    맛은 기가막히더라구요~~ㅎㅎ

  • 26. 꽃잔디
    '09.4.17 1:30 PM

    쏙은 따로 있답니다. 진짜 가재처럼 생겨서 삶아 먹으면 멍게향이 나고요, 쪄서 껍질째 먹거나, 껍질째 튀겨 먹으면 좋아요. 요건 쏙은 아니구요..저희 동넨 "탁새"라고 불러요..햇양파 나올때쯤 나오는데, 물에 삶으면 맛 없구요. 울엄마 표현을 빌리자면.."물한빨 넣고 지물에 솎아 무야된다" 즉 저수분으로 해야 맛있단 말씀... 된장 풀어서 끓이다가, 햇양파 잎사귀까지 뚝뚝 썰어 넣어서 끓이면 진짜 시원, 달콤, 구수하답니다...

  • 27. 칠리빈
    '09.4.17 10:54 PM

    저 가재같이 생긴걸 한국서는 본 기억이 없었는데, 중국에 주재원으로 나가 살다 보니 먹을 기회가 많았어요.
    중국서는 빠세 라고 부르고 주로 삶아서 먹는데 첨엔 까먹기 구찮게 저런걸 삶아먹나 했더니 먹다보니 까먹는 요령(?)도 생기고 맛있더라구요.
    시장에서 사다가 먹어봐야 겠네요.

  • 28. eye4
    '09.4.18 8:47 AM

    우리 경상도 남해쪽에선 쏙새비라고 하는데 지금 이때 된장 조금 풀어서 끓이면 국맛도 시원하고 까먹는 재미도 좋아요. 애들도 너무 좋아하는데 아직도 많이 비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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