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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헐레벌떡 차린 저녁- 맛있는 것 다수!!

| 조회수 : 17,689 | 추천수 : 350
작성일 : 2009-02-24 20:55:28


정말...오늘은 하루 왼종일, 숨가쁜 날이었습니다.
일이 겹쳐지려니까, 자꾸 겹쳐져서,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 추가 원고를 빨리 넘겨야할 입장이 되었어요.
기존 책에 16페이지를 추가하기로 했는데, 책을 전면적으로 만지는 것이 아니라, 뒷부분에 추가하는 형식이라,
어쩔까 하다가, 그릇 부분만 추가하기로 했어요.
원고는 수요일에 마감하고, 촬영은 금요일에 하기로 했는데,
제가 원고를 수요일날 넘기면, 담당 편집자가 사진 콘티 짜는데 너무 바쁠 것 같아서,
새벽 2시30분까지 원고를 쓰고 잤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 원고의 ⅔를 넘기고, 나머지는 오늘 밤에 써서 내일 넘기기로 했어요.

덕분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습니다.
오늘은 친정어머니에게 시간을 할애하기로 한 날!
엄마는 두가지 볼일을 함께 보고 싶어 하셨어요.
하나는 신세계백화점에서 떡메주를 사는 일,
그리고 또 하나는 며칠전 인공관절 수술을 하시고 어제 퇴원하시고 포천으로 들어가신 외삼촌 병문안 가는 것.

두가지 일을 모두 보는 건 무리겠다 싶어서,
어제, 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둘 중 하나만 택하세요" 했더니,
"그럼 메주 사러..."
이렇게 해서  아침에 신세계만 가기로 했는데...솔직히 제가 맘이 좀 약하잖아요...
일이 너무 많아서 제 컨디션을 조절하려고 했는데, 엄마는 서운하셨겠다 싶어서,
엄마를 만나자마자 두가지 볼일을 다 보자고 하니까...너무 좋아하시는 거에요.

일단 신세계에서 메주 사고, 그리고 포천 명덕리의 외삼촌댁에 갔습니다.
"삼촌은 어째 그렇게 안늙으세요.."했더니,
"너는 늙는 구나"하시는거에요.
"삼촌, 저 오십 넘은 지 한참이에요."
삼촌 눈에는 아직도 제가 애로 보일거에요. 엄마아버지 떨어져서 제 오빠와 함께 외삼촌댁에 살던 그 꼬마아이...
"토마토 딸 수 있을 때 다시 와라!"
"아니에요, 바쁜 일 끝내고, 4월에 올게요"




삼촌은 다리도 안좋으신데, 꿀벌도 키우도, 더덕도 심고, 포도밭도 가꾸고..
제가 보기에는 취미 그 이상이라 삼촌의 건강이 걱정되는데..삼촌이랑 외숙모는 그런 전원생활이 좋으신가봐요.
외숙모가 직접 밭에서 캔 더덕을 잔뜩 싸주시고,
삼촌이 직접 양봉해서 수확한 꿀도 한병 주시고,
그리고 삼촌댁 바로 앞 느타리버섯 농장에서 버섯도 이렇게  한박스 사주셨어요.
놀라운 건 버섯의 가격, 2㎏ 상자이지 싶은데, 한 상자에 7천원이래요, 글쎄..
그리고 파지라고 한 5㎏는 되보이는 걸 가져가라고 주시는 걸, 상자에 든 상품 버섯으로도 충분해서 사양하고 왔는데...
잘못했어요..가져올껄...


이렇게 버섯이며 꿀이며 더덕이며..삼촌이랑 외숙모께서 챙겨주신 걸 잔뜩 싣고 돌아오는 길에,
집에 전활했더니, 큰 시누이의 큰 딸, 조카딸이 왔다는 거에요, 할머니 뵙는다고..
어찌나 이쁜지, 들어가서 밥 해줄테니..잡아두라고 하고는 허겁지겁 달려왔어요.
그래도 오늘 송우리 옆의 길이며 축석령길이 할랑해서 금방왔지 그렇지 않으면 여러 사람 배 곯을 뻔 했지요.




들어와서 옷도 제대로 못벗고 미친 듯이 저녁을 했습니다.
우선 버섯 불고기.
버섯 농장에서 막 따온 느타리버섯에 고추장, 술, 꿀을 넣어서 볶았어요.
꿀은, 집에 있던 토종꿀을 넣어, 그 특유의 향때문에 제가 의도했던 고대로의 맛은 나지 않았지만,
워낙 재료(느타리)가 좋아서 맛있었어요.




감자전도 부쳤습니다.
주말에 강원도에 놀러갔다온 딸아이가 갖고 온 강원도 감자,  두개를 갈아서 감자전을 부쳤지요.
소금으로만 간하고, 위에는 청양고추 살짝 얹었습니다..




조카가 제일 맛있다며 잘 먹어서, 가는 길에 레시피를 적어보낸, 더덕무침.
더덕에 설탕 식초 소금 참기름만 넣어 무치는 것인데,
원래는 아주 자잘하게 찢어야 하나, 껍질을 까고, 찢고 하는 게 너무 바빠서 대충 찢었는데,
오히려 식감이 좋다고...아주 잘 먹네요.
아...물론 이 역시 더덕이 맛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막걸리식초를 넣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정말 맛이 상큼했어요.




그리고..그 전설적인 원주 암소한우의 채끝 등심!

이렇게 해서, 집에 도착한 후 딱 1시간만에 저녁을 먹었으니까..뭐, 괜찮은 셈이죠.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다니며 밥을 하는 와중에 사진까지 찍고...(허..참...)
이러고 났더니..완전히 체력 방전입니다.
지금, 부엌에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잠시 누웠다 할랍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체력이 좀 충전되려니 했는데...충전속도가 늦네요.
일단 누워서 크리미널 마인드 본거 또 보고..그리고 천천히 설거지할래요...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bona
    '09.2.24 9:00 PM

    저는 오늘 딸아이와 간만에 베니건스가서 스테이크 먹었는데 ...

  • 2. 더불어...
    '09.2.24 9:00 PM

    ㅎㅎ
    버섯을 저렇게 빨갛게 불고기 할 수도 있군요,
    생각도 못해봤네요,
    정말 맛나보여요~~
    흰 더덕 무침도 처음 보구요~~
    역시 음식은 좋은 재료가 반은 되는 것같아요,

  • 3. 은석형맘
    '09.2.24 9:01 PM

    우울함을 떨치려 선생님 음식사진 보러 들어왔는데 새글이네요...
    버섯 저 넘 좋아하는데
    낼은 버섯찌개나 끓일까봐요^^*

  • 4. 새초롬
    '09.2.24 9:02 PM

    지글지글 채끝등심 저도 먹고파요 ^^

  • 5.
    '09.2.24 9:02 PM

    정말 맛잇게 보이네요
    그리고 요리의 달인이십니다
    더덕 껍질 까는것이 두려워 더덕을 못사는 아짐이랍니다
    나이 들어감에 왜이리 일에 꾀가 나는지 ~~~
    샘님이 부럽네요

  • 6. bona
    '09.2.24 9:03 PM

    얼마나 바쁘셨을가 눈에 그려집니다.
    그래도 먹이고 나면 기분은 아주 좋지요.
    저도 버섯 불고기 꼭해보아야 겠어요.

  • 7. lyu
    '09.2.24 9:31 PM

    버섯이요?
    버섯 담긴 스타우브가 먼저 들어오니......
    ㅠ.ㅠ

  • 8. 산이야기
    '09.2.24 9:43 PM

    좋은 레시피 감사합니다.많은 깻잎이 처치곤란이었는데,감사합니다.금방 한 따끈한 밥에 깻잎 한 장 얹어서 와 ! 입에 침이......

  • 9. 깜찌기 펭
    '09.2.24 10:05 PM

    느타리버섯이 싱싱해보이는게... 너무 맛나보여요. ^^
    그런데..
    더덕무침 담긴 접시... 선생님~ 넘 이뽀요~~

  • 10. rose
    '09.2.24 11:45 PM

    채끝 등심 구이를 보니 침이 꿀떡 넘어가네요. 중국에도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소고기는 쳐다도 안보구 있는데 언제쯤 한국에 들어가서 한우를 먹어볼 수 있을까요? 이밤에 심하게 땡깁니다. 그나저나 샘의 고성능 체력이 너무나 부러워요. 저는 정말 하루에 엄두도 못낼 일을 다하셨으니...

  • 11. 베이비샴푸
    '09.2.25 12:26 AM

    저도 느타리버섯 저부분 정말이뻐서 한참이나 들여다보곤하는데...
    그나저나 선생님손은 열두개신가요~~
    저는 정말 작정하고 만드는 음식을
    항상 '헐레벌떡' '간단히' '후딱'
    만드시더라구요...
    햐...선생님정도내공이되려면...

  • 12. 귀여운엘비스
    '09.2.25 12:48 AM

    공중부양으로 날라가서
    설겆이 뚝딱하고 다시 울집으로 복귀!

    해드리고싶은마음굴뚝...ㅋㅋㅋㅋㅋ

    제가 다른건몰라도
    뜨건물로 설겆이하는건 자신있거든요 : )

    힘든하루보내셨으니 오늘 푹 쉬세요!!!!!

  • 13. 겸댕
    '09.2.25 1:44 AM

    더덕은 빨갛게 버섯은 하얗게만 했었는데 반대로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는군요.
    하루가 참 바쁘시네요.
    더덕은 속리산 경희식당 스타일 같아요.

  • 14. 또하나의풍경
    '09.2.25 7:37 AM

    선생님의 눈부신 빠른 손놀림! 존경합니다~
    저도 손 빠른 편이라고 혼자 생각하는데 ㅋ (중요한건 혼자~~) 선생님 앞에선 무릎을 꿇습니다 ^^

    느타리 버섯 자태가 너무 남다릅니다!!

  • 15. sm1000
    '09.2.25 8:57 AM

    느타리 버섯 볶음 알고싶어요
    이번 주일에 교회에 반찬해 가려고 한상자 주문했는데..
    걍 데쳐서 초고추장 따로 가져갈까? 하는 중..
    저렇게 해가면 먹는사람들이 편할 듯한데..
    맛있나요?

  • 16. 산이랑
    '09.2.25 12:45 PM

    눈썹이 휘날린다는 표현이 딱 맞을거 같은데요.
    더덕무침 너무 맛있게 보여요.
    맨날 빨갛게 해먹었는데
    다음엔 깔끔하게 한번 시도해봐야 겠어요.

  • 17. 녹차잎
    '09.2.26 9:32 PM

    더덕 복음에도 살짝 식초를 넣을 수가 있군요. 나두 반찬 만들때 맨날 매실 주를 넣곤햇는데..

  • 18. 호미맘
    '09.2.28 10:57 AM

    버섯보며 침꼴깍 하고 있다가 크리미널마인드란 말에 옴마나!! 얼마나 반가운지^^
    저도 무지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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