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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남의 집 냉장고 털어주기!

| 조회수 : 14,138 | 추천수 : 151
작성일 : 2008-11-14 21:28:05


오늘 오후에 잠깐 후배네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전, 뇌수막염, 하면 어린아이들만 걸리는 병인줄만 알았습니다.
어른들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걸리는 병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이 친구, 오한이 나고 두통에 열까지 나서 병원 응급실로 갔다가 바로 입원했어요. 뇌수막염으로요.
퇴원을 하기는 했는데 영 컨디션이 시원치 않네요.
뭐 먹고 싶냐고 전화하니까, 먹고 싶은 것도 없다고 하더니,
겨우 오렌지 주스와 피자 얘기를 하길래,
제가 집에 쑨 늙은 호박죽 딱 한그릇과 먹고싶다는 것 사가지고 가서 얼굴 보고 왔어요.

그저...건강이 제일입니다. 우리 몸은 우리 스스로가 돌봐야 합니다.
내 몸 아픈데, 남편이 다 무슨 소용이고, 자식 걱정은 다 뭐랍니다.
일단 내 몸이 건강해야, 남편과 자식들 잘 거둘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면역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질 때까지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지 말고,
적당히 몸도 사리고, 꾀도 부리면서, 우리 컨디션은 우리가 조절해야합니다.
남편이나 자식들, 아내나 엄마의 체력은 무한대인줄 압니다.
우린 마징가제트가 아니라는 걸, 가족들에게 꼭 알려줘야해요.

후배를 보고 나오려고 하는데, 이 친구 걱정이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는 반찬거리 걱정이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날 바로 장을 보았는데, 병원에 입원하느라 먹지 못한데다가,
지금도 몸이 너무 안좋아서 반찬을 못하겠다는 거에요.
냉장고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채소들 다 버리게 생겼다고 걱정하길래, 근심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그럼 싸줘, 내가 해먹지 뭐"했는데,
가지고와보니, 온갖 채소가 다있는 거에요.




우선 호박.
호박의 선도는 괜찮았는데,그래도 그냥 새우젓에 절였다가 볶았습니다.




가지 세개들이 한팩.
이것도 선도는 괜찮았어요.
찜통에 쪄서 젓가락으로 찢은 후 꼭 짜서 간장에 무쳤습니다.




시금치는 이삼일만 더 뒀더라면, 거의 못먹게 될뻔 했어요.
그래도 오늘쯤은 아직 괜찮아서, 거죽에 물러가는 잎 정리해주고,
끓는 물에 데쳐서 꼭 짜서 무쳤어요.




콩나물,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봉투를 보니 국산콩으로 키운 콩나물,
그러나 상태는...음, 우리 집 냉장고에서 이 지경이 됐다면 남들이 볼쎄라, 남들 눈을 피해서 얼른 버렸을 거에요.
그런데 말이죠, 대신 잘 먹어주겠다고 가져온지라..차마 버릴 수 없는 거에요.
그래서 씻어서 삶았습니다. 그리곤 누런 색을 좀 커버해보겠다가 양파채 조금 썰어넣고 무쳤는데, 핫..맛은 괜찮은거에요.
사실 무칠 때는...'이거 괜히 아까운 참기름만 없애는 거 아냐' 했거든요.

사람 마음이 참 그래요, 가지나 호박은 두고 먹어도 될 정도의 선도였는데,
제가 빨리 해먹어줘야, 후배의 마음도 편할 것 같아서..나물 종류를 한꺼번에 네가지나 하느라, 엄청 바빴습니다.


후배네 집에서 가져온 건 이것뿐이 아닙니다.
실파도 가져왔는데, 정말 실파는 거의다 물러서 다듬어서 송송 썰어서 오늘 반찬에 넣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뒀어요.
다듬는데 거의 반쯤 버려서 어찌나 아까운지.
이밖에도, 꽈리고추도 한봉지, 맛타리버섯 한팩, 오징어도 한봉지...
꽈리고추, 멸치 넣고 볶고,
오징어에 맛타리까지 넣어 오징어볶음까지 하려고 했는데..그러려면 식사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못했어요.
내일 먹어야죠.^^

이와중에, 달걀장조림도 해먹었습니다.




며칠전 어떤 식당에서 반찬으로 달걀장조림을 주는데, 너무 맛있는 거에요.
더 먹고 싶었지만 더 달라기도 미안하고 해서,
오늘, 나물을 네가지나 하면서 달걀을 삶고 졸이고 했어요.
예쁘게 썰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는...^^




제가 호박나물을 올리면,
'내가 하면 그런 초록색이 안나오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 초록색 호박나물이 되냐?' 물으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왤까, 생각해보니까..제가 완전히 안볶은 것 같아요.
호박을 볶다보면 안익었을 때는 불투명상태이다가 익으면서 투명해져가잖아요, 이때, 전 80% 정도만 익힌 후 불을 꺼요.
나머지 20%는 팬의 잔열로 익히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기때문에 초록색이 유지되는 게 아닌지..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아닐까요?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mbo
    '08.11.14 9:31 PM

    저 지금 1등?

  • 2. 안개
    '08.11.14 9:31 PM

    와우,,, 나두 냉장고 나물 해 먹어야 하는데ㅣㅣㅣ
    오늘은 쑥갓 나물 했어요,,
    향긋하니 좋더라구여,,,

  • 3. goofy
    '08.11.14 9:34 PM

    아싸 2등. 가문의 영광 ^^
    제 호박 나물은 늘 누렇게 되버려요. 너무 익혀서 그랬나봅니다.
    제 냉장고에서 썩고 있는 야채들에게 너무 미안해지네요.

  • 4. jambo
    '08.11.14 9:36 PM

    숨 한번 고르고 휴~~~
    저도 어제 무나물 했습니다. 들기름 넣고...
    내일쯤 나물 1가지 더해서
    남은 무나물이랑 상추랑 청국장넣고 비벼먹을라구요...

  • 5. 자연맘
    '08.11.14 9:50 PM

    조금 전 슈퍼에 생수사러 갔더니 슈퍼 사장님께서, 무거운 것을 오래 들었다 놨다 해서
    어깨가 고장나서 수술을 해야된다고 하더라고요.
    그저 건강이 제일이여~ 하면서 생수를 사갖고 왔는데...

    나이 들어 가면서 제일 중요하고 제일 우선인 것이 "건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난 여름 울릉도에서 사가지고 온 갖가지 나물을 빨리 불려서
    맛있게 해먹어야겠어요. ^^

    새로 받은 한식기에 예쁘게 담아서 저도 자랑 좀 해볼까봐요. ^^;;

  • 6. 또하나의풍경
    '08.11.15 4:16 AM

    계란장조림때깔이 늠 이뻐서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전 5살 둘째녀석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오늘 겨우 퇴원했네요 ㅠㅠ
    큰애도 병실보조침대에서 잠자고 거기서 공부하고..-_-(애아빠가 아침저녁으로 큰애 학교로픽업만 해주고요.)
    집에 오니...뚜구둥~~ 할일이 무섭게 많네요
    집안은 입원전의 모습 그대로... 시간이 정지한줄 알았답니다.ㅋ(무슨말인지 아시겠죠? ㅋ)

  • 7. 지나지누맘
    '08.11.15 8:47 AM

    맞아요... 건강이 최고...

    가지를 보니 선생님의 가지튀김이 생각나요..
    가지가 사라지기 전에 한번 더 사서 해먹어야겠어요 ^^;;

  • 8. 샴발라
    '08.11.15 10:13 AM

    제 친구 시어머님도 뇌수막염으로 응급실 실려가서
    뇌수술까지 받고 회복이 너무 더디다고 하더군요.
    평소에 운동 많이하고 정력적으로 사신다던데 요즘 뇌수막염이 유행인가봅니다.
    어르신들 건강관리 잘 하셔야겠습니다...
    반찬들이 하나같이 맛깔스럽게 보이네요.

  • 9. 여설정
    '08.11.15 1:22 PM

    저오늘 그릇밖에 안보여요.- -;
    저,저 청자접시는 뭔가요? 전에 봤을때도 엄청 궁금했거든요.

    사이즈큰것도 있는 브랜드인가요? (넘 질문이 무식했으면 용서를...)

  • 10. 그린
    '08.11.15 4:51 PM

    우리집 냉장고 속 비우기도 쉽지않은데
    남의 집 냉장고까지 털어주시다니
    역시 선생님은 멋진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후배님도 퇴원하셨다니 불행중 다행이지만
    정말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한다는 말이
    콕콕 가슴을 찌릅니다.
    우리모두 명심, 또 명심해야한다는 거죠!!!

    그나저나 어제 저도 달걀 한 판 사 온 거 있는데
    이제 슬슬 삶아서 선생님따라 오랜만에 달걀 장조림해야겠어요.
    선생님 달걀은 노른자 색깔도 어쩜 저리 이쁜지....
    정말 때깔이 너무 좋습니다~~~ㅎㅎ

  • 11. 프로주부
    '08.11.15 6:13 PM

    참 예쁜 마음을 가지신 선배님이십니다. 제겐 이런 선배가 누굴까...난 또 누구에게게 이런 선배가 되어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 12. 진심
    '08.11.16 9:14 AM

    완존 제밥상이예요. 잘 먹었습니다. 조런 달걀 조림 첨예요. 우찌하는지 궁금.
    보면서 행복 했어요. 감사 합니다.

  • 13. 콩쥐
    '08.11.16 9:44 PM

    뇌수막염! 무서워요~
    후배분 몸이 아주 약하신가봐요
    빨리 회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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