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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수저 두벌 더 놓기!

| 조회수 : 14,070 | 추천수 : 185
작성일 : 2008-05-12 21:56:28


어제..예고도 없이..막내 시누이 내외가 왔습니다.

저희 아파트는 입주한지 15년이나 된 아파트입니다.
입주 후 아직 한번도 욕실 수리를 안했습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어쩌다 보니 그게 그렇게 쉽지 않네요.
오래 되다보니...욕실의 세면기 수전이며 샤워꼭지 수전이 좀 빡빡합니다.

얼마전, 막내 시누이가 느닷없이 수전의 사이즈에 대해서 묻는거에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막내 시누이 남편이 우리집 세면대의 수도를 틀어보니 너무 뻑뻑해서,
연세 많으신 장모님 불편하실 것 같다고, 바꿔 드렸으면 한다는거에요.
아닌게 아니라...어머니가 쓰시는 수도꼭지가 뻑뻑해서,
간혹 어머니께서 잘 잠그시지 못해서 물이 새는 경우도 있었어요.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지 벼르기만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넘어갔는데...

그래서, 곧 욕실 수리 계획이 있으니 그만 두라고 했는데,
지난 주 kimys의 생일에도 여전히 그 상태이니까, 연휴기간중인 어제, 새 수전이며 공구 등을 챙겨가지고 온거에요.
kimys 같으면 3박4일동안 작업해도 끝내지 못할텐데, 1시간도 안 걸려서 샤워꼭지와 수도꼭지를 교체해주었어요.^^
정말 막내 시누이 내외에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사실, 장모님 쓰시기 불편하다고 수도꼭지며 필요한 공구를 몽땅 챙겨들고와서 손수 갈아주는 사위,
그렇게 흔치 않잖아요?




작업을 마친 시간이 12시 정도.
외식보다, 그냥 있는 반찬해서 먹는 집밥이 나을 것 같아, 있는 대로 차렸습니다.

뭘 해먹을 지 결정하지 못했던 샤브샤브용 쇠고기는 불고기 양념했어요.
스텐 불고기판은...못 꺼냈습니다.
지난번에 한번 구워먹고, 닦느라 너무 고생해서..
스텐 불고기판 닦는 거...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분위기는 제대로 나지만, 뒷처리가..쩝...




전날 푸짐하게 만들어뒀던 김치찜도 덥히고,
(김치찜 같은 것은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뒀다가 나중에 데워먹으면 더 맛있습니당!!)
갓김치도 썰고, 데쳐뒀던 뽕잎 소금 파 마늘 넣고 무치고,
메추리알 장조림도 올리고...

시누이는 번거롭게 한다고, 아침 먹은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점심 안먹고 간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나요? 수저 두벌만 더 놓으면 되는 걸요.
이 정도의 밥상이라면 언제든 차릴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요..마음의 준비만요...^^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정이라는 것이, 꼭 대단한 물질이 오고가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담긴 선물...그게 진정한 선물이 아닐까요?
장모님댁 수도꼭지 갈아주는 막내 시누이남편을 보면서, 저도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저는 생각도 못한 일이거든요.
아마, 친정어머니의 수도꼭지가 그렇게 불편해도, "엄마, 이것 좀 어떻게 해보지?" 뭐 이러고 말았을 거에요.
고쳐드릴 생각은 못하고...    




오늘 며칠만에 친정엘 가니까 마당에 꽃이 잔뜩 피었습니다.
저는 이꽃이 붓꽃이라고 하고, 아닌 것 같다는 듯 kimys는 고개를 갸우뚱하네요.

요즘 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마치 원형탈모증 환자처럼, 머리칼이 뭉터기로 빠집니다.
이렇게 머리칼이 많이 빠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평소 머리숱이 무지하게 많았으니 망정이지, 숱이 적었더라면 꽤 고민이 심했을 듯 합니다.




요즘, 나라 생각을 하면...가슴을 바위로 누르는 것 같아요.
한순간이나마 꽃을 보면서 잊으려고,
꽃사진을 두고두고 보면서 잊으려고, 카메라에 담아오긴 했는데요....글쎄요...그게...^^;;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녁바람
    '08.5.12 9:57 PM

    허허허 제가 1등이군요^^

  • 2. 소박한 밥상
    '08.5.12 9:57 PM

    간만에 1등
    늦은 시간에 주로 행운이........^ ^

  • 3. 소박한 밥상
    '08.5.12 10:05 PM

    12초 차이로~~~~~~
    무엇때문에 그렇게 힘드셨을까요.....??
    나이 드니까 흰머리보다 머리숱이 줄어드는 것이 더 속상한데
    머리숱이 많으시다니 부럽습니다
    홈쇼핑에서 부분사용하는 자연모 선전에도 눈길이 가고.......

    시댁이란 것......
    여기에 쓰신 게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발칙한 짐작도 합니다

  • 4. 녹차미녀
    '08.5.12 10:07 PM

    그럼저는3등 인가요?

  • 5. 새있네!
    '08.5.12 10:35 PM

    말이 쉽지 먹는 상에 '수저두벌 더 놓기'가 말같지 않다는 것을
    주부들은 다 압니다.

    그나저나 선생님, 불고기담은 그릇이 뭔가요? 불고기가 사실 맛은 있지만
    상에 놓았을때 색깔이 그래선지 영 칙칙해 보이기 쉽상인데
    산뜻한 오렌지색 그릇이 분위기를 업시켜 주네요.

    며칠전 본 르쿠르제 냄비가 딱 저런 색깔이 있던데... 참 산뜻하네요...

  • 6. 귀여운엘비스
    '08.5.12 11:04 PM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금은 다 한방향으로 같은가봐요.
    저도 태어나 한번도 걸려본적없는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음식만 들어가면 배가 콕콕찌르는 아픔이 벌써 일주일째네요.
    가스가 차서 콕콕찌르는것처럼 빈속에 음식물만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그러니 너무 힘드네요.

    불고기판도 너무이쁘고 음식들도 정갈하고...
    가족들이 항상 행복할것같아요 :)

  • 7. 저녁바람
    '08.5.12 11:26 PM

    새있네님 말처럼 다른 식구왔을때 수저 두벌 더 놓는거..정말 쉬운일 아니예요.
    언제든지 오면 반갑게 수저두벌 놔주시는 올케가 있어서 선생님의 시누님들은 행복하시겠어요.

  • 8. 김혜경
    '08.5.13 12:01 AM

    새있네!님, 저녁바람님, 전 그냥 있는 대로 수저 놔요..
    그냥 늘 먹는 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불고기판 르쿠르제 맞아요. 스텐불고기판 닦다가 질려서..
    kimys가 스텐 불고기판 쓰지 말라네요, 손목도 안좋은데 닦는데 너무 힘들다고.ㅋㅋ..

    귀여운엘비스님...
    어..저도 콕콕 찌르는 통증이 있는데...

  • 9. 모야
    '08.5.13 12:09 AM

    무쟈게 바쁘신 울샘님~
    저도 이날꺼정 샘님처럼 살지 못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식구들 상차리기에 항상 정성을 다 하시는 샘님을
    바로 볼 수 없어서 ..어쩌다 마주쳐도 그냥 슬쩍..하고 뒤돌아가서 보네요~~

    살다보면 사는 게 얼마나 바쁜가요..

    게다가 팔순 시모님을 아직 모시고 계시는 게 효부상감 입니다..정말요~

    그런데,

    요즘 자주 건강문제를 말씀하시는 게 염려스럽네요..에구

    신경쓰셔요~

    나 자신이 최고에요~~^^

  • 10. 깜찌기 펭
    '08.5.13 12:10 AM

    속이 안좋구나.. 싶은데, 콕콕- 찌르는 통증까지 있는분들..
    병원가신김에, 초음파로 담석검사해보세요.
    선생님.. 제가 그증상에, 위가 안좋구나.... 하고 있었거든요.
    날벼락처럼 통증와서, 119구급차타고 병원가서 담석(돌이든 쓸개)제거수술 받았쟎아요.
    -_-;;

  • 11. 또하나의풍경
    '08.5.13 11:38 AM

    선생님은 참 마음이 따뜻하신분이예요 ^^
    그리고 주위분들도 어쩜 그렇게 맘이 따뜻하고 예쁘신지요 ^^
    감동하고 갑니다 ㅎㅎ

  • 12. 효진맘
    '08.5.13 11:53 AM

    희망수첩+마음이 따뜻해지는 수첩이네요.
    자주 감동받고 선생님마음 많이 배우고 닮으려고 노력합니다.
    오늘도 덕분에 하루종일 입가에 미소 가득 담고 다니렵니다.
    꼭 좋은 하루 보내세요!!!

  • 13. CandyPink
    '08.5.13 12:26 PM

    마음이 너무 예뻐요... 감동적이고..
    짜장 먹는다구 물 올려놓고 글 읽다가 너무 예쁜 글이라... 댓글 달아야 할 것 같아 로그인도 했어요. ^^

    세상이 따뜻해 졋으면 좋겠어요.

    저도.. 시엄니 수도꼭지 불편하면 이 글 잊지 말고 금방 가 고쳐드려야겠어요.
    저.. 수도꼭지정도는 갈 줄 알거든요.

  • 14. 궁금해요.
    '08.5.13 1:12 PM

    '수저 두벌 놓기!'가 간단한 일이던가요.
    한 수 배웁니다.

  • 15. 늘보
    '08.5.14 4:09 AM

    선생님 시어머님께서 참 복이 많으신 분이세요.
    좋은 일 많이 하셨나봐요..
    며느님과 사위 분들 모두 좋은 분들이니...
    저도 좋은 며느리가 되어 드려야 할텐데...
    알면서도 늘 함량미달이네요.

  • 16. 보르도
    '08.5.14 12:05 PM

    저는 희망수첩보면서 항상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인데도 시댁식구들이 집에 온다면 왜이렇게 마음이 불편하고 걱정이 되는지...
    좋은 마음으로 신경써주는걸 좋은 마음으로 받으실수 있고 고마워할줄 아는 마음에서 배울게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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