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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가슴 아픈 날의 [저녁상]

| 조회수 : 13,414 | 추천수 : 133
작성일 : 2008-02-11 20:28:37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남대문시장에 가서 뭘 살게 좀 있는데..좀처럼 외출 준비를 할 수 없었었습니다.
불에 탄, 우리의 국보 1호 숭례문을...도저히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나갈까 말까 몇번을 망설이다가, 집에서 입던 채로, 위에 코트만 하나 걸치고, 갔었습니다.

아...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더 처참했습니다.
저절로 눈물이 나왔습니다.

나가지 말 걸 그랬어요. 사러나간 것, 품절되서, 사지도 못하고 왔는데...
차라리 보지 말 걸 그랬나봐요..너무 가슴이 아파요...

예전에 신문사에 다닐때..제가 다니던 신문사 건물의 스카이라운지 프레스 클럽에서 숭례문이 내려다 보였더랬습니다.
오후에..햇빛이 좋을 때 향기 좋은 커피 한잔 마시면서,
숭례문과 그를 끼고 질서 정연하게 도는 자동차들의 행렬을 보면서, 자그마한 행복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그후, 숭례문 부근의 차도를 막고 공원화 한 후 근처에 지날때마다, 이렇게 개방해도 되나 하며 조마조마했었는데...
복원이야 하겠죠..그렇지만...크고작은 전쟁을 겪으면서도 무사했던 숭례문이 이렇게 스러진 걸보니..
기운이..빠집니다...




차례 지낸 후 남은 음식들을 형제들에게 고루 싸주기는 했어도,
식구들 밥상에서 내려온 반찬들 모아뒀던 것들 때문에 몇날며칠은 있는대로 먹었습니다.
드디어..오늘 저녁에 이르러서야, 새 반찬을 했습니다. 허긴 그 나마도 재료가 설 때 쓰던 것이었다는..

설날 저녁상에 올린 잡채에 넣으려고 채썰어 뒀던 당근과 양파가 남았길래,
도토리묵 말랭이 불려서 묵잡채 했습니다.
묵잡채 만드는 법은 희망수첩 검색하시면 여기저기에 나올거에요.
잡채 하듯, 채소와 고기 밑간해서 볶고, 도토리묵 말랭이는 물에 불렸다가 삶아내 밑간한 다음,
재료를 모두 섞고 파 마늘 갖은 양념해서 무치면 됩니다.
쫄깃쫄깃한 것이 제법 먹을 만 합니다.




차례상에 올라갔다 내려온 생선이 아직도 한토막 남았는데,
너무 먹기 싫어서..잠시 후 먹기로 하고, 갈치 두토막 구웠습니다.
우리집의 갈치 귀신 모모씨...증말 엄청 너무너무 무진장 완전 잘 먹네요.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백설공주
    '08.2.11 8:38 PM

    저도 숭례문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ㅠㅠ
    명절 잘 보내셨어요?
    건강한 한해 되세요

  • 2. 예쁜솔
    '08.2.11 8:43 PM

    그러게요.
    저도 어제 한 숨 못자고
    역사가 무너지는 현장을 생중계로 보고
    종일 가슴이 아프고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 3. 녹차향기
    '08.2.11 9:14 PM

    저도 가슴아픈 날입니다.
    정말 거짓말 같은...

    그래도 갈치 구이는 먹음직 스럽네요..^^

  • 4. yuni
    '08.2.11 9:27 PM

    숭례문 전소는 내일이라도 애들아! 놀랬지? 다 뻥이야!! 하고
    다시 짜잔~하고 나타날 듯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집 갈치 귀신은 연휴 끝나자마자 퇴근 후 친구들하고 약속을 잡아버려
    저 혼자 식은밥 한술 먹고 치웠어요.
    냉장고에 갈치도 없지만 내 당분간 갈치는 절대 안구워주리. =3=3=3

  • 5. 그린
    '08.2.11 9:46 PM

    저 역시 뉴스 화면으로만 보는데도 정말 눈물이 핑돕니다.
    방화범도 문제이지만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다는게....
    맨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다니....
    참 슬프고 가슴 아픈 저녁입니다....ㅜ.ㅜ

  • 6. 마로
    '08.2.11 9:51 PM

    정말 속상하고 안타까워요...모두다 같은 마음이시겠죠..정갈하게 보여요.먹음직스럽구..갈치가요..

  • 7. 승지맘
    '08.2.11 10:16 PM

    저도 넘 속상해서 울고싶었습니다
    언능 복원해야겠지요...

  • 8. chatenay
    '08.2.11 10:33 PM

    어제 밤부터 생중계뉴스보고 집에서 혼자 안타까와하고...오늘하루 현장을 보진 못 했지만 맘이 무거운 채로 다녔네요...전 불탄숭례문...못 볼거 같아요...

    맘은 무거운데 샘의 상을 보며 묵 잡채는 무슨 맛일까...나도 갈치귀신인데...이러고 있네요~

  • 9. 소박한 밥상
    '08.2.11 10:58 PM

    언급해 주셔서 감사해요

  • 10. 자연맘
    '08.2.12 12:30 AM

    끔찍스럽게 변한 모습에 애써 외면하며 마음 아파하고 있어요.

    정말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11. 발상의 전환
    '08.2.12 1:25 AM

    숭례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ㅠ.ㅠ

  • 12. 부라보콘
    '08.2.12 5:01 AM

    600년이나 잘 서있던게 우리 세대에서 불타버렸다는것이 .. 나중에 후손들한테 뭐라 말할지
    참 면목없습니다

  • 13. Pak camy s
    '08.2.12 7:25 AM

    이곳에서도 지금 난리랍니다
    지금 모금운동이 시작됐읍니다
    이곳에서는 상상도 할수없는일이 벌어졌읍니다
    아니 어떻게 지키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을수가 있읍니까
    그귀한 우리의 보물을요
    너무 속상해서 잠이다안와요
    라디오에서 하루종일 그예기만해요
    어서 속히 복구되길 바랍니다

  • 14. 영맘
    '08.2.12 8:14 AM

    저도 마음이 ㅜㅜㅜ...하루종일 우울합니다.
    뭐라 설명할수 없는 종류의 암담함이 밀려드내요.

    어떻게 복원되든 세월의 역사를 복원시킬수 있겠습니까?
    국보 1호를 이렇게 잃는다는거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 15. sunshine
    '08.2.12 10:23 AM

    저도 맘이 넘 아픕니다.
    어제 남대문 시장에서 점심먹었는데 차마... 볼수가 없더군요.
    회사가 숭례문 근처라 자주 보는데 앞으로 큰일입니다.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니...

  • 16. 후레쉬민트
    '08.2.12 10:47 AM

    얼마전 서울 갔다가 지나는 길에 휙 쳐다본 숭례문이 마지막이었다니 ,,,
    늘 같은 자리에 당연한듯 있어서
    지방에서 서울가도 절대 일부러 둘러보진 않았는데
    600년의 역사와 버텨온 세월이 5시간만에 사라졌다 생각하니
    정말 꿈인가 생시인가합니다 ㅠㅠ

  • 17. 아따맘마
    '08.2.12 11:36 AM

    숭례문이 사라지기 전 날 친정어머니 모시고 남대문 시장에 갔었어요.
    수입상가들이 문을 닫아서 사고픈 거 못사고 오게 되서 아쉬웠었는데.
    마지막 모습을 제 기억 속에..
    그리고 6살 된 큰 아들 기억 속에 남기고 온 게 되었네요.
    다음날 뉴스 보고 믿어지지가 않더라구요.

  • 18. 최정하
    '08.2.12 12:34 PM

    정말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요. 가슴이 무너진다는 말이 실감이 나요.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나요

  • 19. 몰러유
    '08.2.12 5:48 PM

    저도 사회초년생일때 시청근처에서 근무했더랬습니다.
    남대문 시장볼 때도 가끔 갔었는데.... 남대문 앞에서 사진도 찍고 그랬었는데......
    아!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픔니다
    남대문에 대한 기사를 볼때마다 눈이 아파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둣 합니다.

  • 20. 키위맘
    '08.2.12 7:45 PM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하면서 제 눈을 의심했었답니다.
    설마, 설마... 하면서 클릭한 뉴스가 사실이더군요.
    가슴이 아립니다. ㅠㅠ

  • 21. 스페셜키드
    '08.2.13 9:47 PM

    남대문은 아마도 두고두고 가슴아플겁니다.
    상차림 너무깔끔하고 이쁩니다.
    울집 저녁상이 갑자기 돌아봐지네요.

  • 22. 혜윤맘
    '08.2.15 11:21 AM

    살면 살수록 참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서울 생활이 더욱 상막하게 느껴지는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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