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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자신과의 약속 지키기

| 조회수 : 14,362 | 추천수 : 1,841
작성일 : 2007-07-06 20:09:32


약속이란...반드시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만..사실 지키기 부담스러운 것도 적지않습니다.
특히 자신과의 약속은 더 그런 것 같아요.
자칫 자신에게는 관대해지기 쉬워서, 스스로 요런조런 핑계거리를 만들어내며...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도 면죄부를 주기 십상이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제 스스로에게 한 약속...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엄마에게 시간을 낸다...
아직은 이럭저럭 잘 지키고 있습니다만....은근히..힘이 듭니다...
월요일과 목요일은 엄마가 안되고, 화 수 금 중 하루인데...사흘 중 하루를 뺀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네요...
어쨌든..하는 데까지는 해야지 하는 중입니다.


오늘이 바로 이번 주 엄마에게 할애된 날...정말 많은 일들을 엄마와 같이 했습니다.




친정집의 모든 공과금이..아버지의 통장에 자동이체가 되어있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이런 일들을 정리해야하는데...
사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게 실감이 나질않아서, 곧 여행에서 돌아오실 것만 같아서...정리할 생각을 하질 않았었습니다.
게다가 엄마는 손수 이런 일을 처리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난감한 것 같았어요.
자신이 없는지 엄두도 못내시고..

오늘 아침 9시반쯤 친정집엘 가서, 엄마를 모시고...갈현동 연신내 불광동 일대를 돌면서 일보고..심지어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일단 동회에 가서 아버지의 사망사실이 문서화되어있는 제적증명 7통이나 떼고,
전기 가스 수도요금의 자동이체를 엄마 통장으로 바꾸고,
제일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을 돌면서 아버지 통장 정리하고,
통신사와 이동통신사에 들러 명의바꾸고,
그리고 백화점카드까지 아버지 카드는 해지하고...엄마 카드 발급받고...

제가 들고다니던 대봉투에 일일이 메모까지 해가며..볼일 거의다 봤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하루동안 다했다니..
날이 뜨거워서...힘도 들었지만...사실 절 더 못견디게 한 건....제적증명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셔서 제적, 엄마는 호주승계한 오빠 호적으로 들어가서 제적,
오빠는 호주 승계했다고 제적, 저는 시집갔다고 제적, 동생도 장가갔다고 제적...
아무것도 아닌 건데..그런데 그 제적증명을 받아들고 왜 그리 눈물이 쏟아지던지...

아버지 탈상날, 스님께서 울지말라고..몇번몇번 당부하셔서 잘 참아왔는데..오늘은 자꾸 질금질금..눈물이 흐르네요..
제 눈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려면..멀었겠죠??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라일락
    '07.7.6 8:18 PM

    모처럼 82쿸에 일찍 들어왔더니 따끈따끈하게 올라온 글을 1등으로 읽는 행운이 함께하네요^^*
    오는 13일날은 친정큰아버지49제 인데...
    저희친정아버지와 큰아버지가 하늘에서 15년만에 만나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나누시겠지요...

  • 2. 겨니
    '07.7.6 8:20 PM

    이궁...뜨거운 날씨에 덩달아 제 눈까지 뜨거워지네요...ㅠㅠ
    그래도 기운내시고 어머님도, 선생님도 무더운 여름 잘 이겨내세요...

  • 3. 어설픈주부
    '07.7.6 8:45 PM

    오늘 하루 수고하셨어요....
    제적증명서는 잊어버리시고,
    눈물.... 언젠가는 마를거에요.
    힘내세요..

  • 4. 플러스
    '07.7.6 8:49 PM

    아버지 돌아가신 자리가 세월이 흐르면 자욱이 지월질거 같지만 십년이
    지나도 가슴한구석이 짠하며 눈물이 도네요.
    슬픔도 세월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는것도 있나봐요.
    아마 혜경샘도 그 눈물 아버님생각하는 순간에는 십년후에도
    여전하실걸요?
    호적에 제적이란 단어는 참 슬프네요.

  • 5. 유리
    '07.7.6 9:15 PM

    맞아요. 저도 어머니 카드 해지하는데 은행창구 직원이 제게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네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한마디 건네는데 나름 인정스러운 행원이다 싶었지요. 하지만 선생님 가슴에 영원히 살아가시는 아버님을 점점 더 선명하게 느끼실 거예요. 늘 건강하시구요. 어머니랑 정겨운 시간 많이 보내세요.선생님 화이팅!

  • 6. 모야
    '07.7.6 9:30 PM

    저엉말 큰일을 하셨습니다~
    어머니로서는 하시기 힘든일일텐데요(아직 실감이 나시지않으셔서리~~)
    이런일은 옆의 자식들이 하시는일인데~
    아~주 후회없는 일을 하셔서, 효도가 별건가요~~

  • 7. 또하나의풍경
    '07.7.6 9:33 PM

    선생님의 글엔 선생님의 슬픔이 가득 뭍어나요...그래서 제맘도 슬퍼지네요.. ㅠㅠ
    제적이라는 말이 이렇게 슬플줄 처음 알았네요..

    가지나물 너무너무 맛있게 보여요...^^

  • 8. agnes
    '07.7.6 9:42 PM

    저도...친정 엄마 제적신고를 하러 한달동안...동사무소를 왔다 갔다 했어요..그거까지 해버리면 정말 끈을 놓아버리는거 같아서...그러다가 결국 마지막날 하고..정말 차에서 통곡하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주룩주룩 납니다..
    선생님도 힘내세요.. 저도...방금전에 아빠 모시고..산보 다녀왔습니다. 전 엄마랑 약속했었거든요.. 아빠 안외롭게 해드리겠다고.. 근데...저는 음식도 어설프고..말뽄새도 너무 안이쁘고.. 그래서 이래저래 아빠가 버거워하시네요..*^^*

  • 9. mulan
    '07.7.6 9:44 PM

    그런 일들이 남아있군요. 힘내십시오.헤궁...

  • 10. plumtea
    '07.7.6 10:37 PM

    저에게도 곧 닥쳐올 미래라서 가슴이 아픕니다. 전 선생님보다 한참 젊은데요.ㅠ.ㅠ
    친정 엄마와는 아버지 돌아가시면 장례 어떻게 할까 그런 이야기 이젠 덤덤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런 많은 일들이 또 가슴을 아프게 하겠군요.
    저도 선생님 만큼 친정 엄마께 잘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 11. 금라맘
    '07.7.7 2:29 AM

    가슴이 먹먹해 지네요.
    며칠전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못하고 서로 휴대폰이 방전되서 세시간동안
    지하철역에서 절 기다리다 화가나신 친정엄마를 생각하니 더더욱..ㅠ
    불같은 성격을 알기에 오늘 찾아뵈려 하지만
    엄청난 꾸중이 절 기다려 야단맞는게 당연하다 싶다가도 우울해집니다.
    그래도 엄마 드시라고 무말랭이 무치고 , 깻잎조림해놓고, 장조림과, 산나물 불려놓았어요.
    며칠전 산 글라스락에 담아놓으니 단정하니 이쁘지만
    제맘은 왜그리 심란한지..ㅠㅜ
    나이가 먹어도 부모앞에 자식은 영원한 아이인가봐요.
    오늘 엄마와의 화해가 잘됐음 합니다.....

  • 12. 똥그리
    '07.7.7 4:12 AM

    제적증명서 때문에 마음이 먹먹하셨다는 이야기까지만 읽고서도 마음이 쿵 내러앉았는데
    하나하나 써나가신 글 보고 마음이 너무 서글픕니다...
    아버님 돌아가신 것만 빼고는 그리 마음 아픈 제적은 아닌데
    꼭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 드셨을 거 같아요...
    저 결혼하고 혼인신고 한다고 갔다가
    친정호적에서 제가 빠져나갔다는 서류를 쥐어들고는
    마치 고아라도 된양 서글프게 울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그래도 다 문서일 뿐 아버님은 항상 가족들 마음과 기억속에 살아계실꺼고
    가족들도 모두 피와 정과 사랑을 나누고 또 앞으로도 나눌 영원한 가족임엔 변함이 없잖아요...
    선생님 눈물 닦으시고 힘 내세요...

  • 13.
    '07.7.7 8:04 AM

    저는 아버지 돌아가시고..'아'자만 들어도 울먹이다 터지고 그랬답니다.3년도 넘었는데..아버지 꿈에 한번 "내가 항상 네곁에 있는데 왜 그렇게 슬퍼하니"하시는데..그러고 좀 덜 울먹이지만 젊은 제가 뭔 그리 후회 할 일을 많이 했는지..임종도 못 지킨 아버지 생각하며 후회 많이 합니다. 선생님 글 보면서 참 용하시다..밝게 하시려고 노력 많이 하시네 하고 생각했는데..저는 눈물나면 이불 쓰고 큰소리로 막 웁니다. 그리고 코도 확 풀고...잠에 떨어지죠.선생님 흐르는 눈물 참지 마세요.

  • 14. blue violet
    '07.7.7 8:46 AM

    아직은 많이 힘드실거예요.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혀 지는 게 아니라
    항상 마음속에 살아 계신답니다.

  • 15. 씩씩맘
    '07.7.7 9:32 AM

    친정엄마가 돌아가신지 4년에 접어드네요
    매달 엄마 통장으로 용돈이 자동이체되었지요
    너무 가슴이 아팠죠
    이제 돈을 받으실 엄마가 안계시구나!!!
    인정하기 싫어서 해지신청을 미뤘어요
    돈이 엄마통장으로 들어가면 마치 엄마가 찾아 쓰실것같았거든요
    시간이 좀 지나고 자동이체해지신청을 하러 갔는데 은행원이
    동정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라구요
    그때 인정이 많은 사람이구나!~하고
    고마웠어요
    지금도 엄마께 매정하게 대했던 제가 참 밉습니다.

  • 16. Blueberry
    '07.7.7 10:30 AM

    딸 노릇을 톡톡히 해내시는
    효녀중의 효녀세요...
    이래서 노후에 꼭 필요한 세가지중 한가지가
    '딸' 인가봅니다^^

  • 17. 다람쥐
    '07.7.7 11:25 AM

    주인장님 글을 매번 보면서... 부모님께 참 살가운 딸이란 생각합니다. 아마도 성장할 때도 고명딸이라
    더 각별하셨는지? 저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믿음과 말없는 사랑을 받고 자랐는데.... 주인장님의 1/2도 못하는 딸이네요. 물론 아직도 직장에 매인 몸이지만...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언제 한번 다정하게, 여유롭게 함께 다녀 볼까, ,, 마음이 아리네요.

    소위 말하는 잘난(?) 딸이 주인장님이 존경스럽네요.

  • 18. 하이디
    '07.7.7 12:00 PM

    2월에 보내드린 아버지가 정말 많이 보고싶네요, 살아계실때 잘할걸 하는 후회조차도 저를 많이 힘들게 합니다. 그저 많이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고, 또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며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이 슬픕니다. 아버지 보고싶어요, 사랑해요....

  • 19. 해든곳
    '07.7.7 4:20 PM

    저도 지난 겨울에 시어머님 돌아 가신 후에 동사무소에서 일 보는데.... 주민등록증을 반납하라는 말에 실감을 했습니다. 정말 가셨구나 하구요. 바람이 휘몰아 치는 겨울 골목에서 하루 왼종일 서성대다 들어 왔었답니다.

  • 20. 왕언냐*^^*
    '07.7.7 5:40 PM

    에구...맘아파라~
    저흰 아버님 돌아가시고...씩씩한 엄니께서 혼자 다 하셨답니다.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생각해보니 그래선 안돼는거였네요.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과 홀로 남겨진 어머님에 대한 안쓰러움이
    선생님의 글로인해 사무쳐옵니다.

  • 21. 여울
    '07.7.7 7:36 PM

    정말 효녀셔요..

  • 22. 목수
    '07.7.7 8:06 PM

    언니와 스무살된 조카가 사고로 같이 잘못되었어요. 죽은 조카보다 한살많은 조카데리고 다니면서 사망확인서를 스무통도 넘게 떼가지고 신고하고 남은 재산과 통장 따위를 조카앞으로 돌려놓은 작업을 두어달 넘게 했습니다. 조카가 한두군데 갔다가 입다물고 그냥 나가버리면 아뭇소리 없이 그냥 따라나와 다시 가자는 소리도 못하고 며칠동안 눈치보다가 괜찮은듯 싶으면 데라고 나갔다가 두어달 이상을 조카 비위 맞추며 다 해놓고 나니 조카에게 이모 노릇을 이렇게 밖에 못해 미안하고,

    삼년이 지나니 조카도 많이 좋아져 제앞에서 옷갈아 입으며 패션쇼도 하고 웃기는 말도 물어다 주고,

    어제가 죽은 조카 생일이라 산소에 가 연도 드리면서 수도없이 조카더러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살아 있을적에 잘해 주지 못해. 스무살, 보리처럼 푸르렀던 조카가 이젠 없어 가끔 자다가도 논물이 납니다. 그애는 미처 죄지을 시간도 없이 짧은 인생을 살았는데.

  • 23. 해든곳
    '07.7.8 12:14 AM

    아! 목수님도 참.....

  • 24. 김요왕
    '07.7.9 2:32 AM

    너무도 그립고 보고싶고 그립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췌장암 선고 받으시고 두달 만에 폐렴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지금도 잊혀질까봐 핸폰에 병원에 계실때 찍어둔 모습을 들여다 보곤 합니다 볼때마다 자꾸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네요 저도 꿈에서라도 한번 뵙고 싶은데 보이질 않네요 한동안은 혼자 중얼거리고 다닐 정도로 심했어요 옆에 아버지가 계신것 처럼---하이디님처럼제심정 똑같네요 그립습니다 보고싶어요 그리고 열심히 잘사는 모습 보여드릴께요

  • 25. 주복실
    '07.7.10 3:08 AM

    저는 어렸을떄 아버지가 돌아 가셔서 선생님처럼 이런 아픔과 추억이 없어요

    항상 그리움으로 ~~~ 마음에 있어요

    이런 애틋한 슬픔은
    그리움의 슬품보다는 행복한 슬픔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운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 26. 겨울딸기
    '07.7.14 2:22 PM

    오랜만에 아침에 82 들어왔다가,,,샘님글, 댓글까지 읽으니까 눈물이 줄줄 나네요.
    저는 아직 부모님상을 치뤄본적은 없지만, 생각만 해도 걱정스러워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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