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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깻잎에 관한 수다 [깻잎 나물]

| 조회수 : 12,169 | 추천수 : 81
작성일 : 2006-08-20 20:29:46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집에서 깻잎을 먹는 유일한 방법은, 깻잎에 양념간장에 뿌려서 밥에 쪄 먹는 것 뿐이었습니다.
아, 깻잎 장아찌도 있었네요, 간장에 담가두는...
이 깻잎 장아찌...잘 담그면 맛있는데..잘못하면 질기기도 하고 해서..제가 썩 좋아하던 반찬은 아니었습니다.

그랬는데..제가 대학교에 들어가던 해...일천구백칠십오년의 이야기네요.
여름방학에 온가족이 부산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아버지랑 잘 아시는 분이 "부산으로 피서오라"고 하시는 바람에...우리 집 단골 피서지 대천해수욕장을 벗어나서 부산으로 가게됐죠.

여기서 여담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니까, 부산으로 오라고 하셨던 분은 그냥 빈말로 그러셨는데..., 저희 아버지는 꼭 가야하는 걸로 아셨던 것 같아요.
부산에서 온가족이 약간 뻘쭘했었다는...

암튼...그 부산 여행길에..가자마자...전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나됩니당..
바로..아나고회와 깻잎이었습니다.
부산에 내려가면 바로 그 초대했던 분의 안내를 받을 줄 알았는데..예상이 빗나가게 되자,
아버지는 여기저기 물어물어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셔서..생전 듣도보도 못한, 아나고회라는 걸 사주셨습니다.

하얗고 꼬들꼬들한 것을 깻잎에 싸서 한입 먹었는데...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여태까지 봐왔던 회와는 전혀 다른 것을, 그것도 장아찌로만 먹는 줄 알았던 깻잎에 싸서 먹다니...
그 깻잎에 쌓인 아나고회는 얼마나 고소하며, 그 깻잎은 또 얼마나 향긋했는지...
충격적이었죠, 그렇게 맛있는 회가 있다는게...

그후...아나고회...아주 좋아하고, 많이 먹어봤는데..그때 그맛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깻잎은 그날 이후..아주 좋아져서..지금도 제가 자주 사용하는 재료중 하나입니다.
눈에 띄기만 하면 산다는...

어제 쌀 사러 잠깐 하나로클럽엘 갔다가,깻잎순을 한 봉지 사왔어요.
들리는 얘기로는 깨에 농약을 아주 많이 친다고, 그러니 깻잎은 잘 닦아 먹어야한다고..
그래서 유기농으로 사왔는데...제가 잘못 삶은 건지, 아니면 유기농이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 자체가 나물용이 아니라 전골용이어선지...
나물을 했는데..다소 질기네요...

데친 후 꼭 짜서...먹기좋게 좀 잘라준 후 파 마늘 소금을 넣어 무쳤어요.
집에 들기름이 있는 줄 알고, 들기름와 들깨가루를 넣어서 무쳐야지 했는데...들기름이 없네요..허걱...
그냥 참기름에 참깨 좀 뿌려줬습니다.

좀 질기긴 하지만..워낙 좋아하는 거니까..꼭꼭 씹어서 먹어줬습니다.

깻잎 얘기가 나온 김에...
전 깻잎 장아찌가 아주 부드러운 게 좋은데...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잊지못할 깻잎장아찌는...
결혼전, 친정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배워서 하셨다는 그것과 작년에 ***님이 주신 것, 두가지입니다.

친정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배우셨다는 방법은 멸치젓에 깻잎을 삭혀서 하는거라는데...
정말 밥에 척 걸쳐서 먹으면 바로 입에서 녹는 것 같았어요.
적당히 짭조름한 것이 색깔도 간장에 담근 것과는 달리 연두색에 가까웠구요.

***님이 주신 건..***님의 시어머니께서 아들딸 주려고 손수 만드신 거라는데..
깻잎 사이사이에 생오징어를 가늘게 채썰어 넣으신 것으로, 정말 어찌나 맛있는지..이거 딱 하나만으로도 밥을 두그릇은 비울 수 있다는..
잔손이 많이 가는 것만 아니라면..만들어서 파시라고 권하고 싶지만,
연세 많으신 어르신께서 만들어 파시기에는 적당하지 않아서 권하지도 못했어요.
그렇잖아요? 어르신께서 그렇게 힘들여 만들어서, 그걸 얼마 받고 파시겠어요...
방법이 있긴 하네요...***님이...비법 전수받으시면 되겠는데..^^...아님, 저라도 내려가서 배울까요?? 호호...


아~~...근데...깻잎 나물 하나 해먹고..이게 웬 수단지....수다가 너무 길어졌네요...그쵸...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레드풍선
    '06.8.20 8:33 PM

    아,,오랫만에 일등이네용...^^

  • 2. 엘리사벳
    '06.8.20 9:21 PM

    저희 딸을은 깻잎을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다른 반찬 없이 깻잎 몇장만으로
    밥을 다먹기 일쑤여서 차마 깻잎을 잘 올려 놓지 못할때도 있어요.

    전 고기먹을때도 상추보다 깻잎이 더 좋아요,.
    샘의 수다는 길어 질수록 좋다는........

  • 3. 튼튼이
    '06.8.20 9:58 PM

    한국음식재료를 구할 수 없는 곳에서 1년쯤 살았는데 제일 그리웠던게 깻잎향이었어요. 그 뒤로는 깻잎은 보기만 해도 좋아요.

  • 4. 꿀물
    '06.8.20 10:05 PM

    저희집에 1년 내내 항상 있는 반찬이 깻잎입니다.
    작은 딸이 깻잎킬러라
    가을이면 한 박스씩 따다 재워 놓아요.
    다싯물 내서 액젓이나 간장하고 섞어서 삭히는데
    맛들면 이것이 밥도둑이 됩니다.

  • 5. sanijoa
    '06.8.20 10:11 PM

    ...임자없는..사실은 임자 모르는... 공터에 깻잎을 키웠어요.
    집에서 언덕으로 한오분 올라가면 그곳이 나왔는데...
    아버진...아침,저녁으로 올라가셔서 깻잎을 따오셨지요.
    아주 자주 먹었던 우리의 반찬...간장에...부침으로..쌈으로..

    깻잎만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때 깻잎은 따오셨던 아버지 나이가 제 나이가 되었어요.
    아버지가 그립네요...
    아버지 가신지 10년이 지났는데도요...
    깻잎반찬이야기에 아버지가 보고싶어서 눈물이나요....!

  • 6. 윤당
    '06.8.20 11:54 PM

    깻잎장아찌 어찌 만드나요 된장에 했는것도 맛나고 간장에 한것도 맛나던데 비법을 전수 받고 싶네요
    부쳐먹고 졸여 먹고 쌈..너무 맛난데....

  • 7. 코코샤넬
    '06.8.21 5:20 AM

    저도 깻잎에 아나고회 싸먹고 반했었는데...선생님도 그맛에 반하셨구나 헤헤
    저도 깻잎을 좋아해서 집에서 깻잎이 떨어지질 않는다지요^^

  • 8. 라일락향기
    '06.8.21 9:01 AM

    미국에서 살 때 된장과 된장에 박은 깻잎을 시댁에서 인편에 보내주셨어요.
    입맛없고 기분도 꿀꿀할 때 찬밥 물 말아서 한장씩 얹어 먹으면 기가 막힌 맛이었어요.

    귀국 후에 시댁에서 다시 먹어도 그 맛이 아니었지요.

  • 9. 현승맘
    '06.8.21 9:54 AM

    어제 친구네집에 갔다가 꺳잎 장아찌 조금 얻어와서, 따뜻한 밥에 먹었더니 너무 맛있더라구요..
    뚫어지게 쳐다 보더니 현승왈" 엄마 맛있어?" "ㅋㅋㅋ

  • 10. 서현맘
    '06.8.21 11:15 AM

    저도 깻잎나물 아주 좋아해요. ^ ^
    근데 깻잎에 농약을 왜 칠까 모르겠어요. 안 쳐도 쑥쑥 잘자라는데...

  • 11. yuni
    '06.8.21 11:37 AM

    흐흐.. 저도 어제 깻잎 먹었는데..
    깻잎에 아나고회가 아니고 깻잎에 광어회로요.
    그렇게 먹어도 맛있더군요.

  • 12. lorie
    '06.8.21 12:39 PM

    가끔 다른사람의 인사성 빈말을 저는 진심으로 받아들여 상처를 입곤했지요...
    근데 우리 아들도 절 닮아 그러더군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친구가 "8월 13일이 내생일이니까 초대할테니 집에 놀러와"해서 우리식구는 가족스케줄까지 조정하여 아들을 그집에 보내니, 그집은 휴가가고 없더라는,,,,

    샘 글을 읽으니, 샘님의 친정아버님도 본인이 빈말 안하시고, 법없이도 사실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13. 이영희
    '06.8.21 3:01 PM

    음....
    깻잎나물을 그냥 무쳐서도 드시는군요...^^
    약간 쌉쌀하고 질긴지라 꼭 양념에 조물거린뒤 자작하게 물넣어 지져내는데...
    그러면 무척 보드럽고 맛있는지라........

  • 14. ilovehahaha
    '06.8.21 3:59 PM

    온가족이 뻘줌하셨을 상황을 상상하니.. ^^;; 왜 더 정겹게 느껴지죠...? ^^
    참 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이시네요..

  • 15. 이호례
    '06.8.21 9:51 PM

    깻잎은 부드러운거라도 삶으면 삶을수록 더 질겨진다는걸
    여러번 느꼈어요
    저도 깻잎 향을 좋아해서
    많이 사용하지만 심어놓고 관리를 못하니 벌래들이 다 잘라먹어 버리고 없네요
    지금이라도 깻잎 따먹도록 씨를 뿌려 볼까도 하고요

  • 16. 파워맘
    '06.8.21 10:57 PM

    저도 깻잎의 향긋함을 너무 좋아해요
    삶아서 볶거나 무치면 참기름 향과 어우러져서 더 먹기 좋구요
    우리 친정엄마가 이걸 참 잘 하셨었지요.
    먹을 것 별로 없던 시골에서 깻단을 털기전에 제일 윗부분 순을 잘라서 이렇게 했다고 하시면서...^^

  • 17. 쭈야
    '06.8.23 10:46 AM

    부산분들은 잘 못드시는 음식인가요??저는 부산살아서 자주 먹을수있는거라서리...
    젤로 싸거든요 회중에는 ㅋㅋㅋ
    샘~담에 부산오면 함 사드릴께요 식당에가보니..평산옥도 갈켜드릴께용

  • 18. 샘이네
    '06.8.23 12:44 PM

    간장조림 해보셨어요? 기름(참기름?)에 볶다가 간장,물 넣고 졸여주면 너무 부드러운데... 전 어릴적부터 엄마가 해주신 깻잎조림 많이 먹었어요. 지역마다 참 음식문화가 많이 달라요.지금은 엄마가 안계셔서 나름대로 맛을 기억해서 만들어보곤 하는데,, 역시 그 손맛은 안나오네요.

  • 19. 땅콩
    '06.8.23 7:40 PM

    저희 남편도 깻잎없으면 삼겹살 안 먹어요.
    그만큼 깻잎을 좋아해요. 향이 넘 좋다네요.
    깻잎! 몸에도 좋다니까 많이 드세요! ^*^

  • 20. 불량주부
    '06.8.26 4:26 PM

    샘님! ^^
    지금도 아나고회 좋아하세요? ^^*
    사실 저도 어릴때는 잘먹었는데
    크고나서 아나고가 길게 생긴 녀석(뱀을 연상시키는 ㅠㅠ)이라는 것을 알고나서는
    입에도 못대요 ㅠㅠ 정말 맛있긴한데...ㅠㅠ

    저의 엄마가 채소가꾸는 것을 좋아하셔서 텃밭에 깻잎도 심으셨어요.
    그때 들은 바로는 시장에서 파는 깻잎보다 억세다고 하셨거든요.
    아마 유기농이 억센게 맞나봐요.
    전 부드러운 깻잎이 좋던데, 어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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