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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비 맞으며 植樹하기

| 조회수 : 10,323 | 추천수 : 82
작성일 : 2006-04-01 20:52:09


시아버님 산소의 나무들이 죽어가서..
'죽은 나무의 뿌리까지 캐내고 새 나무를 심어지'는 것이 지난 겨울부터 저희 집안의 묵은 숙제였습니다.
땅이 풀리기만 기다리다가...며칠전...오늘로 날을 잡았습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오후에 온다는 말만 철썩같이 믿고...
오늘의 행사를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아버님 산소에서의 집결시간은 상오 11시. 인덕원에 사는 시누들과 가락동에 사는 시동생이 각각 오기로 했습니다.

늦을까봐 긴장한 탓인지 알람시계 맞춰놓은 시간보다 이른 아침 6시반에 일어나서,
과일이며 포, 술 챙기고..그리고 식구들이 먹을 주먹밥이며 샌드위치며, 주스까지 준비했습니다.
그랬는데...집에서 출발할 때는 그냥 흐리기만 했었는데...
아버님 산소 근처에 가니까 장마때 폭우 쏟아지듯 비가 쫙쫙 내리는거에요.

그냥 돌아와야 하나 어쩌나 싶어 아직 집에서 출발도 하지 않았다는 시동생에게는 오지말라고 하고..
시누이팀들도 오지말라고 전화하니까, 벌써 출발했다며..길을 나섰으니까 만나서 일단 결정하자고 하는 거에요.
시누이팀이 도착했을 때는 다소 빗방울이 약해지는 듯 해서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산소에 올라가 죽은 뿌리를 캐내는데...어찌나 단단하던지...옆에서 보는 제가 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대요.
우산을 받쳐줘 봐야 별 소용도 없어서,비를 맞아가며 남자 셋이서 달려들어 죽은 뿌리를 어렵사리 캐내는데....
다행히도 빗줄기가 가늘어지는거에요.
사가지고 간 측백나무 심고 아버님께도 간단하게 인사 드리고 왔어요.

오는 길에 분당 먹자골목 복요리집에 들어가서 매운탕이랑 맑은탕이랑 튀김이랑 먹었어요.
몇조각 남은 튀김 알뜰하게 싸가지고 와서..저녁의 메인으로 잘 먹었답니다...^^

늘 마음에 남아 거림칙하던 일을 해치고 났더니, 어찌나 개운한지...
고속도로가 꽉 매여서, 집까지 2시간반이나 운전을 해야해 몸은 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날아갈 것 같습니다.
나무뿌리 패내느라 떼가 좀 벗겨진 게 걸리기는 하지만...오늘 불참한 시동생들이 다음 주말에라도 떼을 입힐 테니까...

오늘 점심 먹은 복튀김은 복어 살에 마른 고추를 가늘게 썰어 함께 튀긴 것 같아요.
생선튀김을 이렇게 하니까, 더 괜찮은 것 같아요.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냠냠
    '06.4.1 9:10 PM

    우와 오늘 제가 1등입니다~~~^^
    그래서 요새 나무가 인기인가보네요. 고생하셨어요~~

  • 2. 은구슬
    '06.4.1 9:14 PM

    측백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라겠지요. 우리 회원 모두도 봄비 맞고 무럭무럭 마음도 몸도 푸근하게....

  • 3. 미씨
    '06.4.1 10:01 PM

    지금 비가 알맞게 내리고 있으니,,,
    밤새 흠뻑 먹고,,뿌리를 잘 내릴것 같으니,,,넘 걱정마세요,,
    저도 오늘 오후에 비 내린다고 하기에 아침부터 서둘러 외출준비하고 창문을 보니,,
    비가와서 하루종일 집에 있었네요,,,

  • 4. 모야
    '06.4.1 10:02 PM

    '희첩'을 볼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친정,시댁을 항상 챙기시는 모습이 아름답고 우리들에게 모범이 되어서 가히 '82cook의 짱짱한 짱'이랄

    밖에요~~^^

    요즘 세상에 참 드믄 모습이라서 더 고맙네요~

    참, 그리고~

    제가 3등이네요~하도 모두들 열심이시라 엄두도 못냈는데~

    제 기분도 짱!!

    항상 건강에 유념해주시면~~~

  • 5. 크레센도
    '06.4.1 10:04 PM

    좋은일 하시고 오셨네요^^
    후손들 잘 봐주시고 계실겁니다.
    저희 부모님들 항상 조상님 잘 모시라고...누누히 강조 또 강조!

  • 6. blue violet
    '06.4.1 10:59 PM

    저도 시댁 성묘하고 좀 전에 집에 들어왔어요.
    오늘 비가 와서 많이 힘들었지만 봄숙제를 끝낸 기분이네요
    오후에 비온다고 해서 안심했었는 데....
    수고 많이 하셨어요.

  • 7. 제주바다
    '06.4.2 1:02 AM

    측백 나무 향이 그립습니다....

  • 8. 달콤함 향기~~
    '06.4.2 12:22 PM

    지금은 비가 그쳤네요
    튀김 먹고 싶어요^^*

  • 9. 최정하
    '06.4.2 7:10 PM

    저희도 어제 산소에 가서 잔듸손질도 하고 주변정리좀 하려고 날잡고 물품까지 다 장만해 놓고 떠나려는데 비가 와서 못가고 다음주로 연기했어요. 선생님처럼 강행 할 걸 그랬나봐요. 마음에 걸리네요.

  • 10. okbudget
    '06.4.3 12:09 AM

    서울산다고 담양사시는 형님과 동생에게 맡기고
    늘 산소에 소홀한데(작은집둘째며느리라서)
    샘글보니반성하게 됩니다.
    4월6일이 합동제사인데 준비철저히 하렵니다
    행동은 어설퍼도 마음은 조상님께 최선다하고 싶답니다

  • 11. 행복녀
    '06.4.3 8:32 AM

    생각보다 비가 많이 왔는데 고생 많이 하셨네요~~
    저도 아들이 있는 용인대학교, 또 자취하는 숙소에 다녀오느라 용인을 아침 일찍 서둘러서
    갔었는데요....비는 계속 오더군요
    오는 길에 신갈에 사는 친구랑 같이 점심먹고, 집에 오니...3시가 넘었네요~~ㅠㅠ
    그래도 입학하고, 언제간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큰일을 하나 치룬것 같아요...
    선생님도 아마 같은 마음이신것 같아요...

  • 12. 초록하늘
    '06.4.3 8:55 AM

    존경!!
    저도 나중에 혜경님같이 시댁이랑 친정이랑 두루 살필줄 아는 사람이 되고파요^^*

  • 13. 유경주
    '06.4.3 8:55 AM

    복튀김 넘 먹고 싶어용...디게 맛있는뎅....

  • 14. 소금별
    '06.4.3 11:50 AM

    참으로 어여쁜 우리 샘~~
    착한.. 며눌.. 닮고싶으나, 쉽게 닮아지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 15. 안나푸르나
    '06.4.3 11:52 AM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하니깐 아저씨께서 커피라도 맛있게 태워 주시고 싶은 깊은 애정이 ....
    같은일도 마음먹기 나름이고 마음으로 하는일은 마음이 통하기 마련이란것을 잔잔하게 배우고 갑니다.

  • 16. 산하
    '06.4.3 12:53 PM

    저희도 가봐야 하는데 자꾸 미루어 지네요
    시엄마 이사한 후에나 알려드릴겸 가뵈야죠

    배고프데 튀김너무 먹음직스럽다 군침////

  • 17. 일마레
    '06.4.3 8:53 PM

    비가 적당히 와서 좋은거 같아요~^^
    공기도 맑아져서 좋아요!

  • 18. 두민맘
    '06.4.3 9:16 PM

    전날 웬만한 음식 다 준비해서 저도 시부모님 산소가서 비석해 드렸어요.. 잔듸도 손보고 비가 오락가락해서 비올땐 모자쓰고하면서 다하고 제사지내고 식구들 밥먹고 차를 타고 막 출발하는데 그때부터 비가 얼마나 오던지... 암튼 너무 힘들고도 한편으론 너무 맘이 가벼웠어요 모두 아시죠~~~

  • 19. 블루
    '06.4.4 2:28 AM

    복튀김...
    몇년전, 복어조리자격증 딴다고 복어를 몇상자씩 잡아가며 연습한 시절^^이 있었습니다.하필 겨울에...
    그때 튼 손이 아직 복구가 안되고 있다는거 아니겠어요.꽝꽝 언 복어 내장 쫙쫙 펼쳐가며 학원에서고 집에서고 눈만뜨면 복어 잡았더니, 셤에 한번에 합격했었던 행운이~~ 혜경샘의 복튀김 사진보니, 그냥 넘어갈수 없는 추억이 떠올라 글 도장 찍고 갑니다.

  • 20. candy
    '06.4.4 9:36 AM

    저희도 주일에 시할아버지 산소엘 다녀왔습니다.
    길가에 냉이랑 쑥이랑 얼마나 지천이던지....면장갑이 젖도록 열심히 냉이를 캐다...친정엄마 갖다드렸습니다.뿌듯....
    날씨만 좋았더라면 더 많이 캤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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