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몸 담고 있던 신문사에서, 새로 창간하는 신문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신문사를 옮기기 두달전 살 좀 뺀답시고 에어로빅 하다가, 잘못해서 그만 왼쪽 다리의 아킬레스를 끊어 먹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하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기프스를 한 채로 집에서 병가중인 상태에서 회사를 옮기게 됐습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기프스로는 도저히 출근할 수 없어 한달을 더 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기프스로 바꾼 다음 출근했죠.
창간팀이라 너무너무 바빴고, 너무 바빠서 전 제 다리의 한쪽에 아직도 기프스가 붙어있다는 사실도 잊곤 했어요.
그랬는데..아마도 그 모습이 윗사람들의 눈에는 참 인상적이었던 모양이에요. 일 열심히 한다고 참 이뻐들 하셨어요.
저를 이뻐하던 윗분 중 한분...먹는 걸 퍽 즐기셨고, 맛있는 걸 찾아서 드시는 편이었어요.

하루는 옆자리 동료와 빨리 점심을 먹느라 짜장(전 자장이라 안할래요..짜장이라고 해야, 제맛이 나는 것 같아요)을 먹고 들어왔는데...
그 윗분이 점심을 드시고 들어오셔서 제 자리를 옆을 지나가시면서, "김혜경 선수, 오늘 점심은 뭘 먹었어?"하고 물으셔요.
전 아무 생각 없이, "청요리요!" 했어요.
"오홋, 청요리??"하고 지나가셨는데, 잠시 후 다시 제 자리로 오시더니, "무슨 청요리?"하시는 거에요.
"짜장면이요!"했더니 폭소를 터뜨리시면서, "그래 짜장면도 청요리는 청요리지!!"
대단한 요리를 먹었는 줄 아셨었던 모양이에요. 암튼 그후 두고두고, 오늘도 청요리 먹었냐, 오늘은 무슨 청요리 먹었냐, 하고 놀리셔서...
아주 오랫동안 민망했다는...

오늘 분당과 강남 선릉역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차를 가지고 나갔다 왔어요, 그 폭우를 뚫고...길은 또 어찌나 막히던지...
움직이지도 않는 차안에서 무심코 거리를 바라 보다가,
한 건물의 2층에 외울 수도 없는 없는 아주 어려운 중국어상호에 chinese restaurant이라고 써있는 걸 발견하게 됐어요.
그 식당을 보니, 갑자기 예전 그때 그 청요리 사건이 생각나더라구요.
그 시절만 해도 중국집 이름은 그저 북경반점 동해루, 거기에서 거기였고, 먹는 것도 짜장면 짬뽕 탕수육 라조기가 고작이었는데...
요즘은 식당 이름도 멋지고, 요리도 고급화되고, 인테리어도 삐까번쩍하고...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제 입에는 짜장면하고 짬뽕이 만만하고 맛있는 거 같아요.
며칠전 kimys랑 지나가다가 재미삼아 들어간 서오릉 부근 손짜장집의 짜장면과 짬뽕...
비가 오는 탓일까요? 밥숟가락 놓은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그 손짜장집의 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짬뽕국물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