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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일하면서 밥해먹기

| 조회수 : 8,130 | 추천수 : 83
작성일 : 2005-01-08 23:42:36

'일하면서 밥해먹기' 개정판이 드뎌 다음주초면 나온다고 하네요...
아...일하면서 밥해먹기...
참..제게는 참 남다른 의미를 지닌 책이죠...
살아가는 동안 여러 차례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다고 하는데,
이 한권의 책이 극적으로 제 인생을 바꿔 놓은게 아닌가 싶어요.
요즘도 가끔 질문을 받습니다. 어떻게 그런 책을 쓸 생각을 하게 됐느냐고...

신문기자생활에 패션지와 주부지 편집장을 거쳐서,
회사에서 제가 마지막으로 받았던 보직은 문화사업팀장이었습니다.
갤러리 운영, 교정대상이니 농어민대상이니 하는 각종 공익목적의 상 시상 등 계획되어있는 업무외에, 볼쇼이발레단 초청공연, 성탄음악회 등등 그런 문화사업의 책임을 맡았었드랬습니다.

문화사업팀장을 하면서 위에서는 뭔가 신선한 문화행사를 기획해보라고 종용하고, 예산은 뒷받침되지않고.. 고민 끝에 대학동창의 도움으로 LG전자에서 협찬금을 끌어내 요리대회를 마련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자양동 어린이대공원에서 가족요리대회를 여는 것이었죠.
제가 기획하고, 제가 예산을 끌어온 행사이니만큼 잘 치러내고 싶었는데, 뜻밖에도 참가자가 너무 없는거에요.
해서 참가를 유도하는 홍보성 글을 좀 남겨볼까 하고 요리사이트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눈팅에 재미 들였었죠.
가끔, 아주 어쩌다 글 몇줄 올렸는데 우수 게시물로 뽑혀서 요리책도 받고 통조림세트도 받는 부수입도 올리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디지탈조선의 푸드에까지 가게 됐고, 거기 게시판에다가,
'나는 맞벌이 주부인데 언젠가는 맞벌이주부를 위한 요리책을 쓰고 싶다, 책을 쓰기 전에 여기서 글로 요리강습을 할까 한다'
뭐 이런 글을 남겼었어요. 그리고 두어편 글을 올렸어요.
그랬더니 디지탈조선 푸드 파트의 운영자가 회사로 찾아왔어요. 글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기회가 닿으면 고정컬럼을 써보지 않겠냐고...

몇달 뒤 회사를 그만 두고 나서 그 고정컬럼건을 까맣게 잊어버렸어요. 노느라 너무 바빴거든요.
그랬는데, 그 푸드 운영자가 물어물어 연락을 했더라구요. 곧 사이트를 개편하게 되는데 고정컬럼을 맡아달라고.
참 직업병이라는 게 무서워서, 회사를 그만 두고 나서 한동안은 글상자만 보면 새글이고 댓글이고 마구마구 써놓고서는,
올리지 못하고 지워버리곤 했습니다. 안그렇겠어요? 20여년을 글써서 먹고 살았는데...
그러던 참에 고정컬럼이라니...원고료가 없는 건 문제도 되지 않았어요. 뭔가를 써야 직성이 풀리는 참에 멍석을 깔아준다는데...

그리해서 생긴것이 김혜경의 스마트 쿠킹, 그때 참 열심히 썼었어요.
1주일에 1번 정도 업데이트를 해주면 된다고 했는데,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2번 이상 업데이트를 했던 것 같아요.
연재를 시작한지 한 두어달 지났을 무렵 디자인하우스에서 연락이 왔어요. 출판하자고...

사실, 제가 문화부 기자를 오래하면서,
제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것이 '김혜경 너는 책 내지 마라, 너까지 책내서 종이의 소비와 쓰레기를 늘리지 마라'였어요.
문화부에 있어보면 신간 소개해달라고 무수한 책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 책 중 상당수는 도대체 이런 책을 왜 내나 싶은 것도 있죠.
그리고 책을 내놓고는 이런저런 연줄로 출판담당기자를 귀찮게 하는 등 민폐를 끼치곤 하구요.

첨엔 사양했어요. 책을 낼만한 인물이 못되고, 요리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다고...
몇 차례 만나서 설득 당하곤 계약서에 도장 찍고, 계약금까지 받았어요.
내용은 이러저러하게 쓰겠다 계획서도 냈구요. 그래 놓고는 따로 단 한줄의 글도 쓰질 못했어요.

그무렵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이 출판돼 히트를 쳤고, 저도 그 책을 읽고는 원고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접었거든요.
게다가 SBS에서 '잘먹고 잘 사는 법'이 방영되면서 채식 위주의 식단이 유행하는 등, 제 책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완성원고를 주기로 한건 2002년1월이었는데, 2월이 되어서도 완성원고는 커녕 갖고있는 원고라고는 디지탈조선에 올렸던 원고 뿐이었어요.
계약서를 찬찬히 훑어보니, 위약금에 대한 조항이 없길래, 계약금만 돌려주고 손을 들어버려고 하고 있던 참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출판하자고. 원고를 6월말까지 털어달라고.
원고를 쓰려고 붙잡고 앉았는데, 우리 축구가 월드컵에서 4강진출하는 바람에 어디 쓸수가 있어야죠.

...일하면서 밥해먹기 출판 뒷얘기를 쓰다보니,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 같아요...그쵸??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ang
    '05.1.9 12:36 AM

    어??리플이 없나요??

  • 2. namu
    '05.1.9 12:37 AM

    정령 제가 일등!!!

  • 3. namu
    '05.1.9 12:37 AM

    이등이구나ㅠㅠ;;;

  • 4. yuni
    '05.1.9 12:39 AM

    아하!! 일밥이 나올때까지 이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후편 올려주세요!! *^^*

  • 5. rang
    '05.1.9 12:39 AM

    우와~1등이다...방금 약식했는데 너무 달아서 힘빠졌었는데...다시 힘이 나요!!!ㅋㅋ
    얘기가 재미 없다뇨~계속 써주세요...희망수첩에 리플다는것도 첨이어서 넘 떨려요~

  • 6. yuni
    '05.1.9 12:39 AM

    하하.. 순위권. 아싸!!!

  • 7. 고은옥
    '05.1.9 12:42 AM

    아!! 네에,,
    그러셨군요,,

  • 8. 오데뜨
    '05.1.9 12:43 AM

    너무 수고하셨네요.
    애 쓰셨습니다.

  • 9. 뽀로로
    '05.1.9 12:53 AM

    제가 계량스푼 없이 뭘 만들게 된 첫 요리책이죠...^^

  • 10. 지성조아
    '05.1.9 12:55 AM

    이렇게 정깊은 82쿡의 탄생 비화 같아요.
    이런 숨겨진 히스토리..넘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쌤~~ 저 이제서야 [마지막 춤은..]종영 심드렁에서 좀 회복했어요.
    설상가상 제컴퓨터까지 말썽이나서 그동안 이도저도못하구 끙끙거렸는데..
    컴퓨터도 제 자리를 잡고... 저두 정신(?)이 좀 돌아오구요..힝~~~

    일밥 개정판 출간을 축하드려요.^^

  • 11. 미스테리
    '05.1.9 12:55 AM

    재미 있는데요??
    그다음은요...2탄이 계속됩니다...^^*

    전 일밥은 화려한 요리 사진없이도 요리가 그려지는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12. 민호마미
    '05.1.9 1:10 AM

    저두 뒷얘기가 궁금하네요...

    선생님 개정판 정말 축하드려요...^^

  • 13. 벚꽃
    '05.1.9 1:29 AM

    아니요...
    너무 재미 있어요.

    저도 어떻게 일하면서 밥해먹기를 펴냈을까
    책은 어떻게 출판될까 항상 궁금하거든요.
    빨리 2편 올려 주세요..

  • 14. 헤르미온느
    '05.1.9 1:43 AM

    한창 재미있는데 그만 쓰시먼 어캐염...ㅠ.ㅠ...
    빨랑 나머지 얘기도 올려주시어요~...ㅎㅎ...
    전, 일밥 개정판 사야해요..
    영광의 1쇄초판을 샀는데, 친구집에서 친구여동생네로가서...올생각을 안해요.
    보다가 갖고 가버린 친구 여동생 미오...

  • 15. 김혜경
    '05.1.9 1:56 AM

    헤르미온느님..개정판 사시려면 잘 따져보고 사세요. 증정선물이 이것저것 붙어있는데, 아마도 서점에 따라 다를 거에요.
    된장 주는 곳, 고추장 주는 곳, 올리브오일 주는 곳, 이금기소스 주는 곳 등등 여러가지인 것 같던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 16. Jen
    '05.1.9 3:15 AM

    가끔 "이 사이트를 내가 어떻게 알았지?"했는데.....이제 기억이 나네요...
    그 컬럼, 조선일보안에....거기서 감자샐러드 레서피를 보고 따라하고 굴소스 어묵볶음 하고....
    아직도 어딘가에 그때 뽑아놓은 레서피가 있을꺼예요...
    그러면서 선생님 이름이 익숙하고 어찌어찌하다가 책도 사게 된듯하네요...

    그때 출판사에 설득당하셔서 책쓰신거 정말 잘하신거같아요....ㅎㅎ

  • 17. 제임스와이프
    '05.1.9 5:46 AM

    ^^ 너무 재밌어요...
    샘이 왜 요리책 내야 하는 분인지... 팍팍 알겠어요..^^

  • 18. aristocat
    '05.1.9 10:46 AM

    일하면서 밥해먹기는 정말 새로운 책이었어요.
    지하철에서 자기전에 침대위에서 읽고 또 읽고 .. 얼마나 재밌었다고요..
    그리고 요즘은 서툰 제 결혼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재미가 있어서 그런지 더 머리속에 쏙쏙 잘들어왔어요.
    한창 결혼준비 할때는 침대 머리맡에 항상 두었다는.. ㅋㅋㅋ

  • 19. 씩씩이
    '05.1.9 12:18 PM

    선생님, 멋지세요~~
    역시 똑똑한 사람은 뭐든지 잘하는 거 같어요. ; )

  • 20. 강아지똥
    '05.1.9 1:47 PM

    선생님~!! 제가 처음으로 선생님을 알게 된 책이였었고....살림과 요리에 더욱 흥미와 재미를 알게 해준 책이였답니다. 물론 마트가서 장장 소스사는데만 몇십만원이란 사고를 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구요...ㅋㅋ 한동안 폐인이 된거같아서 멀리하기도 했었지만요 칭찬받은 쉬운요리는 저의 요리사전이 되었네요~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기대할께요....^^*

  • 21. 김정희
    '05.1.9 7:07 PM

    샘님! 재밌어요.
    또 해줘요.
    저도 82쿡 사이트는 신문에서 보고 뭔지 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죠..
    이곳은 정말 제가 좋아하고 아끼는 내 놀이터예요.
    주변사람들에게도 자랑많이 하고요.

  • 22. 선화공주
    '05.1.10 10:59 AM

    역시..야화..비화는 넘 재밌어요...호호호
    세상을 살면서 설득당해서 좋은것이 몇몇 있을터이지만..
    선생님의 책쓰시는거에.... 설득당하신건
    대대손손..... 정말 잘하신 일이신것 같아요...^^*

  • 23. 비아
    '05.1.10 1:21 PM

    ㅎㅎ..전 옛날에 샀었답니다.ㅎㅎ

  • 24. nowings
    '05.1.10 1:36 PM

    '책 내자고 해서 책 냈다.'
    이런 건 재미 없죠. 고민하고 포기할 까 갈등도 하고 그러다가 어렵사리 나온 책이
    보는 사람을 더 끌여당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계약금 돌려 주고 책 안 내셨다면 여러 82폐인들도 없었겠지만 요리를 간단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재미도 많이 모르고 살 뻔 했지요.
    혜경샌님도 모르고, 82식구들도 모르고 살 뻔 했지요.
    책 내길 잘 하신겁니다.
    책을 내 주시고 82cook도 열어 주셔서 아주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 25. 호야맘
    '05.1.10 3:32 PM

    뒷얘기 재미없긴요...
    너무 너무 재밌어요~~~

  • 26. Joanne
    '05.1.14 12:59 AM

    어머머..넘넘 재밌어요..
    하마터면 일밥이 세상 구경 못 할 뻔도 했네요~

  • 27. 루시아
    '05.1.23 5:22 AM

    오랫만에 들어와서 읽어보았어요
    저도 일하느라 음식할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이곳캐나다에서
    매일처럼 애들 음식 뒷바라지 하는라 82cook에서 도움 많이 받고 있지요
    글쓰는게 직업이었는데...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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