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시아버님 기일이었습니다.
늘 하는 음식, 늘 하는 만큼의 노동량, 아니 음식양을 확 줄였기 때문에 훨씬 노동량이 덜했을텐데도,
오늘 왜 이리 피곤한지요!
인정하지 않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되는 세월의 무게라고나 할까요?
암튼, 나와있던 큰 그릇들 다 제자리에 넣어주고,
어제밤 삶아 빨았던 십여장의 행주로 개켜서 넣고,
엄청나게 나온 재활용쓰레기도 내다버리고, 음식물쓰레기도 내다버리고,
오늘 하루도 동동 거렸네요.
점심은 아주 쬐끔씩 남아있던 나물과 산적고기 조각 잘라 넣고 밥 한그릇 쓱쓱 비벼먹었습니다.
그리곤 지금까지 배가 안고파서, 재활용 반찬 하나 해놓고는,
저녁을 먹을까 말까 궁리중입니다.
오늘의 재활용반찬은요,숙주쇠고기무침인데요,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리는 쇠고기탕국에 들어가는 쇠고기를 이용한 것이랍니다.
탕국의 쇠고기, 고기를 조금 넣으면 맛이 안나고,
고기를 넉넉하게 남으면 늘 국물을 우려낸 고기가 처치곤란입니다.
있는 대로 다 국에 넣으면, 밥상에서 내려온 국그릇마다 고기 건더기가 남아있습니다, 너무...아깝지요...
그렇다고 건더기를 다 넣지 않으면 또 맛있는 국물 다 빠진 퍽퍽한 고기를 먹게되지는 않구요.
아까 청소하다가 문득, 냉장고에 조금 남아있는 숙주에 무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숙주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찬물에 가볍게 한번만 헹군후 물기를 대충 짜 놓고,
냉장고에 남겨뒀던 탕국 우려내고 남은 쇠고기 건더기를 꺼냈습니다.
냉장고에 있었기 때문에 거죽에 슬쩍 굳은 쇠기름이 묻어있는데요, 펄펄 끓는 물에 넣어다바로 빼서 기름기를 제거했습니다.
이걸 파 마늘 국간장 후추 깨소금을 넣고 무쳤는데요...무치면서 먹어보니, 이거 아주 괜찮은 거에요.
생각보다 쇠고기가 퍽퍽하지 않고...숙주가 사각사각 씹히는 것이 식감이 아주 좋아요.
재료를 알뜰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는 거, 음식물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게 됐다는 거,
이게 아주 기분좋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