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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너도...떡??

| 조회수 : 16,386 | 추천수 : 0
작성일 : 2011-12-17 16:13:43

 


김작가, 오늘 아침 11시부터 약속이 있어서 저녁 늦게까지 일이 있답니다.
제게는, 정말 휴일다운 휴일인거죠, 김작가 밥 안챙겨도 되고...
아침부터 소파와 내가 하나인 자세로 지내다가, 문득 건포도를 넣은 송편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심심하기도 하고...


추석이라 해도 벌써 몇년전부터 집에서 송편을 빚지 않게 되었지만,
몇년전만해도 집에서 송편을 꼭꼭 빚었지요.
특히 저 처녀때 친정어머니, 어떤 일이 있어도 송편은 빚으셨는데요,
준비된 깨소가 모두 떨어지고 나고 건포도 몇알씩 박아서 송편을 만드시곤 하셨어요,
몇개 되지않아서 그런지 건포도 넣은 송편이 왜 그리 맛있었는지....
건포도 송편이 걸리면 횡재한 그런 기분마저 들었었답니다.


결혼후 송편을 빚으면서 건포도를 넣어 빚어봤는데, 시어머니께서 꾸지람을 하셔서...
건포도 넣은 송편, 먹어본 지 오래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송편에도 당연히 없구요.


지난 여름, 쌀 색깔이 변해서 빡빡 씻어서 가루를 내놓은 것이 있었어요.
그리고....남들은 베이킹에 쓴다는 키친에이드 반죽기를 돌렸습니다.





일단 요걸 돌릴 때는 기분짱이었습니다.
송편반죽은 뜨거운 물을 부어서 반죽하는 익반죽을 해야하는데, 사실 뜨거운 물 부어서 반죽하려면 괴롭잖아요.
게다가 한참 치대어 반죽해야 나중에 쪘을 때 쫄깃쫄깃하기 때문에 오래오래 치대려면 힘도 들구요.

그런데 이 반죽기는 순식간에 반죽을 해내는 거에요.
반죽이 다 됐지만 더 쫄깃쫄깃해지라고 한동안 그냥 놔뒀다 보니,
아뿔싸!!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에요.

사람 손으로 하다보면 되면 물을 더 붓고, 질면 가루를 더 넣고 이렇게 조절이 되는데,
제가 기계를 너무 믿었던 거죠.
하는 수 없이 가루를 좀더 넣었으나 애초 반죽이 어찌나 질었는지..별 무 소용...

진 반죽으로 간신히 대충 모양을 만들어 김 오른 찜솥에 쪘는데요..
결과는 후회막급 입니다, 그냥 건포도를 넣은 백설기를 찔 걸...ㅠㅠ...

 


송편은 역시 솔잎을 깔고 쪄야 제맛인데,
면보를 깔고 쪘더니...도저히 송편이랄 수 없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맛...

게다가 아들녀석은 제 할머니 입맛을 닮았는지, 건포도 들어간 음식은 안 먹고...
몇십개 되는 , 제 맛도 안나는 건포도 넣은 송편을, 혼자 꾸역꾸역 먹어야 할 모양입니다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엘레나
    '11.12.17 4:37 PM - 삭제된댓글

    저도 송편 좋아하는데... 빚기는 커녕 이 추위에 나가 사먹을 수도 없어
    냉동실에 넣어뒀던 찹쌀떡 두개 꺼내 먹고 있는 중이에요.
    찌는 타이밍도 잘 못 맞춰 찹쌀이 죽처럼 흘러내린거...-_-
    참 없어보이는 댓글이네요 ㅎㅎㅎ
    선생님~ 즐거운 주말되세요^^

  • 2. 엘레나
    '11.12.17 4:38 PM - 삭제된댓글

    그러고보니 어제, 오늘 댓글 1등이네요.
    하루종일 82에서 살고 있는거 다 들통났네요 ㅋㅋ

  • 김혜경
    '11.12.17 5:02 PM

    날씨가 너무 추워서...밖에 나가기도 그래요..

    찹쌀떡은 렌지에 돌리면 그렇게 녹아내리더라구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3. 연율맘수진
    '11.12.17 5:23 PM

    전2등..아니 3등^^
    댓글은 잘 안달지만
    희첩 팬이랍니다^^

    저 송편을 기름에 노릇노릇 구워
    조청 찍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츄릅~ㅎㅎ

  • 김혜경
    '11.12.17 6:00 PM

    살짝 식으니. 쫀득쫀득하니. 먹을만하네요.

  • 4. 산호수
    '11.12.17 7:06 PM

    ㅋㅋㅋ 선생님 실수가 왜 이리 재미있지요???
    근데..건포도 넣은 송편은 처음이에요.
    저도 한번 해 먹어봐야겠는데요...

    질게 반죽한 송편이 식으면 더 맛있어요.

    웃음을 선사해 주신 주말 저녁입니다.

  • 김혜경
    '11.12.18 11:00 PM

    ^^, 그러게요, 식으니까 너무 쫄깃쫄깃한 것이 꽤 맛있네요.
    빚을 때의 수고로움을 잊게해준다고나 할까요.

  • 5. 아름드리
    '11.12.17 8:02 PM

    오랫만에 보는 건포도 송편이네요.
    저희 친정은 주로 건포도를 넣어서 송편을 빚었어요.
    왜냐하면 작년에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께서 손주들이 잘먹는다고
    콩이나 깨보다는 건포도를 넣은 송편을 더 많이 빚으셨거든요.
    요즘이야 흔해 빠지다 못해 천대 받는 건포도지만
    저 어린시절엔 아주 귀한 거였거든요. (40중반입니다 ^ ^)
    요즘은 친정에서도 송편 안빚으시고 조금 사서 차례지내십니다.
    빚을 사람도 먹을 사람도 예전 만큼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건포도 송편 못먹어 본 지가 까마득하네요.
    할머니 엄마 4남매 둘러앉아 송편 빚던 어린 시절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떠오르는 에피소드.
    건포도 송편이 거뭇거뭇한게 비쳐서 콩하고 구분이 잘 안가요.
    그래서 한 입 베어물었다 콩이면 할머니 드시라고 드렸던
    못된 손녀딸이었네요 ㅠ ㅠ
    손주들이 베어 먹은 송편은 마다 않고 받아드시던 울 할머니.. 보고 싶어요.

  • 김혜경
    '11.12.18 11:02 PM

    ^^,
    맞아요, 예전에 건포도가 그리 흔하지 않을때는 건포도 송편이 꽤 별미였어요.
    저희도 거뭇거뭇 비쳐서 깨송편 대신 건포도 송편 골라먹느라 오빠랑 동생이랑 꽤 경쟁했지요.
    다 자라서도 말이죠.

  • 6. 진선미애
    '11.12.17 9:42 PM

    실패한 송편이 제눈엔 엄청 맛있어보여요
    ----떡순이라서??

    전 통팥송편이 좋더라구요
    친정엄마 →저 →울딸들 모두 그래요
    (식성은 타고날까요?아님 어릴적부터 먹어본 입맛탓일까요?)

    시중엔 통팥송편이 잘 없어서 추석때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데
    샘이 불을 지르셔서 냉동고 쌀가루 꺼내놔야할까봐요
    날도 춥고 귀찮은데............
    먹고는 싶고 ............ㅋㅋ

  • 김혜경
    '11.12.18 11:04 PM

    아...통팥도 송편소로 넣는군요...

    지금쯤 송편을 만들어 드셨는지 모르겠어요...^^

  • 7. 너트매그
    '11.12.18 8:56 PM

    부자되면 꺼내기로 한 위시리스트에 키친에이드도 꼭 넣어야 겠네요! 떡도 되는 군요.
    전 송편하면 무조건 깨송편이어요.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깨송편이 생각나네요.
    10년 전에 할머니 돌아가신 후론 한 번도 못 먹어봤어요.
    백화점에서 깨송편 사봐도 콩가루같은 걸 섞어서 할머니가 해주시던 국산 100% 깨송편 맛이
    안나더라구요. 근데 건포도 송편도 맛나보여요. 껍질 빠닥하게 구워드셔도 맛날 거 같네요.
    선생님 하신 거 보고 저도 내년 추석엔 건포도 송편 한 번 도전해봐야겠어요.

  • 김혜경
    '11.12.18 11:05 PM

    송편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게 훨씬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너트매그님, 근데 키친에이드요, 이거 되게 무거워요. 몸 약한 사람은 옮기지도 못하고 한자리에 놓고 써야할 것 같아요.

  • 8. 플럼스카페
    '11.12.18 10:27 PM

    선생님도 실수를 하시는군요. 막 위안이 됩니다^^*
    맛은 있을 거 같은데....

  • 김혜경
    '11.12.18 11:06 PM

    저 실수 많이 하시는 보시면서요...^^
    실수 속에서 솜씨가 는다 위안하며, 음식 실수 하는 거 별로 창피하게도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

  • 9. 연지
    '11.12.19 10:12 AM

    빨간 키친에이드 예쁘네요..
    올해 송편 집에서 첨 만들어봤거든여.. 단호박넣고 반죽해서..
    만들땐 힘들구 반죽 농도두 잘 못맞추겠구 그랬는데.. 만들어서 쪄보니 꽤 괜찮더라구여..
    솔잎까지 넣고 쪘었거든여.. 소는 깨랑 콩가루 설탕섞어서넣고...
    간단하게 건포도 넣구 딸들이랑 하얀송편 만들어볼까봐요..

  • 10. 이니셜225
    '11.12.21 1:03 AM

    그 아들녀석... 입맛이 초딩인데요? ^^

  • 김혜경
    '11.12.22 12:40 AM

    ㅋㅋ...이니셜225님...그 아들녀석에게 이를 겁니다...ㅋㅋ...

  • 11. 시골할매
    '11.12.29 2:04 PM

    안녕하세요.김혜경님이 운영자이시군요.
    나도 빨리 떡을 해야겠어요
    년 말에 주위분과 가까운곳 여행하기로 했는데..
    감말린것, 은행을 넣고 시루떡을 만들려구요.
    시골에 살다가 보니 먹거리가 넘쳐서
    별아별 생각을 하고 만들어 보고 하지요. 기대하셔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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