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심란하고, 마음을 잡을 수 없어 일찌감치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머릿 속 복잡할 때는 칼을 잡고 음식을 만들다보면 잡념이 조금은 사라지지요.
게다가 내일부터 이틀동안 집도 비워야하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속, 먹어줘야할 재료들을 몽땅 꺼내서, 이것 저것 했습니다.
불려놓은 다래순 볶고,
불려놓은 고사리도 볶고,
콩나물도 삶아서 무쳤습니다.
사놓은 지 며칠된 굴은 굴전을 부치고,
또 사놓은 지 좀 된 더덕 껍질 벗겨서 고추장양념해서 더덕구이하고,
단호박도 다 쪄서 으깬 다음 소금 후추 넣어서 간하고, 밀가루를 약간 넣어 단호박전도 부쳤습니다.
반찬을 여섯가지나 한, 여기에 김치 두가지와 김구이까지 있는 아홉가지 반찬의 진수성찬이었으나,
입은... 여전히 깔깔합니다.
날씨도 춥고, 마음도 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