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요즘 며칠동안 집밥 다운 집밥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오늘마저 대충 저녁 식탁을 차리기에는 너무나 양심에 걸려(^^) 평범하지만, 우리 식구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했습니다.
점심약속이 있어서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얼갈이 한단을 샀어요.
들어오자마자 부리나케 잘 씻어, 큰 냄비에 물을 붓고 소금도 좀 넣어 펄펄 끓인 후 푹 삶아냈습니다.
잘 삶아진 얼갈이 우거지에 쇠고기 썰어 넣고 조물조물한 다음,
맹물을 붓고,
청양고추 하나 송송 썰어넣고, 파도 어슷어슷 썰어 넣고, 다진 마늘도 좀 넣고,
푹 끓였지요.
역시 우거지 찌개는 밥도둑 입니다. ^^
생물 갈치 사다가 구워먹고 싶은데,
냉동실에 갈치 두어 토막 넣어둔 채로 생물 사기는 좀 그래서, 일단 냉동했던 갈치 꺼내 자연해동했습니다.
지느러미 잘라주고, 비늘도 대충 벗겨내고 소금을 살짝 뿌려 밑간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하게 무나 감자 대신, 고구마줄기 김치를 넣어보기로 했어요.
냄비 바닥에 고구마줄기 깔고,
그위에 갈치를 얹은 다음 고춧가루 뿌려주고, 통깨와 참기름을 아주 살짝 넣어서 조려주었는데요,
조리는 과정에서 국물을 떠먹어보니 씁쓸한 맛이 나는 거에요.
아까운 갈치만 버리는 게 아닌지, 아차 싶은 생각이 들어서 설탕을 아주 조금만 솔솔 뿌려줬어요.
이렇게 완성된 갈치조림을 상에 올렸더니,
며칠전 사먹은 식당의 갈치조림보다 낫다며, 특히 고구마줄기가 아삭아삭 씹히는 것이 맛있다고 하네요.
요기까지만 해도 되지만,
먹던 김치 모아놓은 것이 있어서, 역시 냉동실에 얼려둔 바지락살을 꺼냈습니다.
바지락살을 듬뿍 넣은 김치전도 한조각 부쳤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저녁밥상이 차려졌는데요,
사진으로 보기에는 참 평온한 밥상이나 이걸 차리느라 얼마나 허겁지겁 했는지...
한창 저녁준비를 하는데 정전이 되는 거에요.
현관문을 열어보니 우리집만 정전이 된거 있죠?
핸드폰 불빛으로 간신히 초를 찾아 불을 켜고 누전차단기를 보니 차단기가 내려가 있어요.
올리니까 바로 떨어지고, 올리니까 다시 떨어지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이 어찌해야좋을지...
그때 생각난 것이 부분 차단기를 하나하나 내려가며 전체 차단기를 올리는 방법이 생각나는 거에요.
이렇게 해보니 원인이 딱 걸렸습니다.
부분 차단기가 다섯갠지 여섯갠지 있는 그중 가운데 것만 올리면 정전이 되는 거에요.
그래서 그것만 내려놓고 전체 차단기를 올리니 온 집안에 멀쩡하게 불이 들어오는 거에요.
관리사무실에 얼른 신고한 후 정신차리고 보니,
그 차단기가 결정적으로 부엌 쪽 콘센트에 전기를 공급하는 차단기인거에요.
그래서 김치냉장고, 냉장고, 냉동고, 세척기, 세탁기, 정수기, 전기주전자 등등 부엌의 전기제품은 전부 올스톱.
안방 콘센트로부터 선을 끌어다가 김치냉장고와 냉장고, 냉동고에만 전원을 공급하고 ,
그 원인을 찾아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주방수납장 뒷편으로 있는 콘센트가 의심스러운거에요.
이러던 차에 관리사무소의 전기기사 아저씨가 방문, 임시방편으로 누전차단기 정상작동하게 해주고,
의심스런 콘센트는 임시방편을 취해준 후 목요일날 다시 와서 공사를 해주시겠다고 했어요.
이 와중에 밥 하고 반찬을 한거라,
정말 무슨 정신에 우거지찌개를 끓였는지, 김치전은 간이나 보고 부친 건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만 정전이 상황에서 누전차단기 하나하나 내려가며 원인을 찾을 생각은 어떻게 해냈는지,
제 스스로 제가 너무 대견하여 제 손으로 제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