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인가, 88년인가, 일본 출장길에 어느 백화점엘 들렸는데,
당시 거기에는 로라 애쉴리가 들어와있었어요.
한창 로라 애쉴리나 리버티의 꽃 프린트 무늬를 좋아하던 때라 매장 구석구석을 구경하는데,
'띠용'하고 눈에 띄인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섯가지 천 조각을 각각 스무장씩 잘라서 한 포장지안에 넣어서 파는 거에요.
값도,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로라 애쉴리의 다른 제품에 비해서 그리 비싸지 않은, 별 부담없는 가격이었던 것 같아요.
살때는 바로 쿠션을 만들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가장자리를 두르려는 파이핑과 뒷장을 댈 헝겊까지 샀는데,
여태까지 손도 안대고 있었습니다.
포장지안에는 사각형 본과 육각형본도 들어있었으나 이십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나달나달!
완성도 못 시킬거면서 만지작 만지작 했거든요.
오늘 아침, 저희 아파트 전기 안전 점검한다고 1시간 가량 정전이 됐더랬어요.
그 시간 동안 뭘할까 하다가, 이 조각천이 생각나길래 끄집어내서,
홈질로 다섯조각씩 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둔 광목에 이어붙여야겠는데..영 자신이 없는거에요.
시접이 정확하게 1㎝로 맞춰야하는데...제 재봉질, 원래 발재봉이잖아요.
이럴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한다고 맘 먹고 있는데 마침 불이 들어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기 시작했어요.
저희 집 근처 옷수선 가게엘 갔더니, 거기 아주머니 깔깔 웃으시는거에요, 뭘 만들고 싶은거냐고?
제가 그냥 광목에 이 이어붙인 조각을 붙인 다음 가장 자리를 둘러박아달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뒷장을 붙여야한다는 거에요.
일단 광목에 조각천만 이어붙여 왔습니다.
그리곤, 조각천의 무늬와 비슷하게 수를 조금 놓았어요.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아주 간단하게 놓았지요.
뒷장에 붙일 천을 들고, 다시 나가서 이렇게 박아왔는데요,
ㅋㅋ...알고 보니 그 아주머니, 리폼의 전문가!
어떤 아주머니의 검은 바지, 길이 늘이는 걸 벨벳 붙여서 늘려놓았는데, 정말 예쁘게 잘했더라구요.
예쁘다고 칭찬했더니, 그제서야, 자기 밍크코트, 가죽코트 같은 거 고치고,
큰 옷, 작은 옷 할 것 없이 리폼하는 리폼전문가라는 거에요.
아, 제가 그만 닭 잡는데 큰 칼 쓴 격이 되어버린거에요...아주머니 미안!!
녹번동 근처에 사시는 분들, 옷 수선할 것 있으시면 저희 아파트 근처에 있는 '실과 바늘' 기억해두세요.
저도 리폼할 옷 찾아보려합니당.
암튼 이렇게 완성한 덮개, 이렇게 복합기에 덮어줬습니다.
나름 그럴싸 하죠?
오면서 리폼 아주머니께 숙제 하나 던져드리고 왔어요.
이거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암튼 한참 전에 놓아둔 수인데요,
뭘 해야할지 몰라서, 쳐박아뒀더랬어요.
수를 놓은 천도 안 이쁘고,
수도 허접하고,
게다가 수의 크기가 제각각이라 뭘 하기 좀 그래요.
그래서 이 수 네개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밭 전(田)모양으로 맞춘 후 뒷장을 대고 꿔매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해놓으면 덮개로 쓰든 뭐로든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재봉질까지 제가 말끔하게 완성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실력이 안되는 걸 억지로 하느니, 전문가에게 맡겨놓으니까, 속은 편합니다.
이건 내일 찾으러 오라 하는데...어떤 모양으로 나올지...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수는 발 수 이나, 꿰매놓으면 인물이 좀 살지 않을까 싶은 기대인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