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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분재, 정들까요?

| 조회수 : 5,524 | 추천수 : 108
작성일 : 2004-03-08 23:29:19
70년대 말, 기자 초년병 시절 부업 시리즈를 맡았었습니다.
타이틀이 부업이지, 뭔가 돈벌이가 될 만할 것들을 골라 주 1회 소개하는 것이었죠.

그 덕에 식용으로 사육하던 덕소의 황소개구리 농장에도 가봤고, 동교동에 있던 스테인드 글라스 스튜디오도 가봤고,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알로에 농장도 가봤고...
암튼 이런 저런, 돈이 될만 한 것을 키우고, 만들고 하는 곳을 매주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그 때 가본 곳 중 하나가 분재농원이었어요.
나무에 철사를 칭칭 감아 자라지 못하게 해놓고는 좁은 화분에 가두어 키우는, 분재.
식물이지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어서 진저리를 쳤습니다.
제가 아는 화초라는 건 마당이나 화분에서 제가 자라고 싶은 만큼 자라게 키우는 것이고, 그저 사람의 가위질이란, 더 잘 자라게, 혹은 더 예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정도였는데, 철사로 감아서 자라지 못하게 하다니...
전족(纏足)을 떠올리게 하는 분재, 너무 잔인하잖아요.

그런데 kimys는 바로 이 분재를 좋아해요. 비교적 두 사람의 취향이 비슷한데, 분재에 관한 한 대립구도죠.
꽃시장엘 가도, 전 매발톱이니 며느리밥풀꽃이니 하는 야생화만 열심히 들여다 보고, kimys는 넋이 빠져서 분재 구경을 하곤 합니다. 사고 싶어해도 모른 척 해버리구요.
몇년전 kimys 승진선물로 하나 들어온 걸로 만족하라는 심산이죠.
그랬는데 지지난 주말,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분재 3종세트가 kimys 눈에 딱 걸렸어요. 하필이면 왜 그때 채널을 돌렸는지...
분재 2가지에다 숯부작(숯에 풍란을 붙인 것)까지 키워서 7만6천원이라는 거에요.
"살까?"
"..."
"사지마?"
"사고 싶어요? 그럼 사"
"사지 말라는 얼굴인데..."
하더니 잠시후 수화기를 들더군요.

'분재를 놓고 키울 공간이 없잖아', '당신이 잘 돌볼 수 있어?' '난 정말 분재는 싫은데..' '홈쇼핑서 파는 물건 별로야' '꽃시장에 가서 하나만 사자, 3개는 너무 많아'...
내가 뭐라고 핑계를 대야, 저 사람이 수화기를 내려놓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어요.
남자라고 해서 사고 싶은 것이 없을까, 내가 야생화 좋아하듯 저 사람도 분재를 좋아하는 건데 내가 왜 말리나, 아무리 분재 몇 개 놓을 자리가 없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요.

지난 주말 드디어 분재 3종 세트가 도착을 했어요.
하나는 예상했던 만큼 빈약했는데, 숯부작은 제법 모양이 괜찮았고, 메인 상품이었던 것 같은 분재는 그런대로 보기 괜찮았어요.
배달받자마자 "어때 멋있지??" 하며 매우 즐거워 하는 kimys.

분재를 이곳저곳에 놓으며 기뻐하는 kimys 얼굴을 보며 잠시 반성했습니다.
그동안 良妻인 척 하면서 惡妻노릇을 단단히 한 건 아닌지, 집에 있는 시간이 내가 더 길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물건만으로 집을 채우려고 한 건 아닌지, '남자가 뭐...'하며 kimys의 취향을 존중해주지 않은 건 아닌지...

제가 그릇을 좋아하듯, kimys가 분재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믿고,
제가 사랑하는 그릇을 kimys도 좋아해주는 만큼, 저도 분재에게 정을 붙여봐야겠어요.
kimys 대신 스프레이도 뿌려주고...
노력하면,,,, 정도 들겠죠?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lois
    '04.3.9 12:18 AM

    아싸 일등이다. ^^

  • 2. 꾸득꾸득
    '04.3.9 12:22 AM

    아깝다,,이등,,

  • 3. 체리
    '04.3.9 12:24 AM

    잘 키울 자신은 없지만,
    저도 사고 싶네요.
    관리법도 알려주세요.

  • 4. 깜찌기 펭
    '04.3.9 12:24 AM

    이등..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보면, 히틀러는 분재로 태어나는 벌을 받았죠.
    자유스럽게 클수없고, 뿌리까지 잘리는 분재로.

  • 5. 꾸득꾸득
    '04.3.9 12:26 AM

    저두 억지로 하는건 다 별루 안좋아해서 분재 싫어해요..
    그리고 싫어하는것 또 하나 동물원...
    전 동물원의 동물들 보면 하나도 즐겁지 않아요..
    인간이 잔인하단 생각만 들어요..

  • 6. 쭈야
    '04.3.9 12:43 AM

    저거 꼭 100년 묵은 산삼같이 생겼네요.쿠~ㄱ 글에는 약간 자제하시는 데 엄청 좋으신가봐요.

  • 7. 아라레
    '04.3.9 12:57 AM

    저두 분재 싫은데... 잔인한 일본애들 습성이 녹아있다 싶어요...

  • 8. 뽀로로
    '04.3.9 1:05 AM

    타인의 취향(?)도 존중해야되겠죠? 원만한 부부생활의 제일원칙이 아닐까 싶은데요. 살아있는 생물인데 정 붙여 가며 잘 키우셔요.
    일하다 말고 뭔 소린지 원... 낼 9시에 회의인데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렵니다.

  • 9. 대충이
    '04.3.9 1:08 AM

    앗.. 야생화 좋아하세요?
    전엔 와인에 대한 글 올라오면 못쓰는글 가끔 올렸었는데.. 요즘은 제가 야생화에 필이 꽂혔어요. 히히. 언제 야생화에 대해서도 글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 10. june
    '04.3.9 4:41 AM

    어릴 분재들 쭉 늘어 놓았던 진열장을 와장창 엎어버린이후... 분재는 제 고통의 근원지랍니다. 무서운 분재들... 손대면 큰일 납니다 ㅠ_ㅠ

  • 11. 치즈
    '04.3.9 7:11 AM

    저도 가끔 그런거 느껴요.
    그래서
    한번씩 꺼미가 사고싶어 하는거 사라고 냅둬요.
    남자라고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이 없겠어요.
    그래도 아직까지 모른 척 하는건 하나 있어요.
    대형프로젝션티비...^^ 안그래도 있는 티비 던져버리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라서요,

  • 12. 미스티블루
    '04.3.9 9:15 AM

    손님 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김혜경님 분재라 하는것은 실은 분재가 아님니다 명칭은 팬더고무나무입니다
    인삼처럼 생긴 인삼벤자민과 흡사하고여,고무나무의 한 종류람니다.
    구입하신 작품이니 귀하게 키우시고요 햇빛을 아주 좋아합니다 뿌리가 덜좋으면 구입후 10일
    안에 입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물주기는 약 1주일에 100cc정도 주시고 빨간열매가 있는 천냥금이나 금사철(조그마한거)숯 2틀에 1번정도 토양에다 스프레이 해주세요
    그밖에 궁금하신점은 쭈까쭈까(닉네임)를 통해서 질문하시면 답변 올려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아는 한도에서.....

  • 13. 김혜경
    '04.3.9 9:25 AM

    미스티블루님 감사합니다.
    한장짜리 설명서에 인삼팬다 이렇게 써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했네요...
    그럼 이건 철사로 감아서 이렇게 만든게 아닌가요?
    말씀해주신대로 잘 관리해봐야겠네요.

  • 14. 미스티블루
    '04.3.9 9:31 AM

    철사를 제거하면 나무 가지가 위로 올라갑니다 나무의 모양을 버릴수 있으니 슬픈일이지만 제거하지 마세요 접붙임 한겁니다 호박에다 수박을 접목하듯 말입니다 수박은 계속해서 한곳에서 재배를 할수없거든요 간혹 수박에서 호박맛이 나는 수박들이죠 ㅎㅎ...더잘아실덴데 죄송 송구하네여

  • 15. 김혜경
    '04.3.9 9:33 AM

    아닙니다. 저 몰라요...고맙습니다.접붙인 거군요...
    기왕 저희 집 식구가 된거니까 미스티블루님께 키우는 법 여쭤봐가면서 잘 키워볼게요...
    손님이라고 눈팅만 하지 마시고, 꽃이나 나무에 대해서 저희들에게 한 수 가르침을 주시와요.

  • 16. 다린엄마
    '04.3.9 9:51 AM

    분재, 분위기 있지요. 품위도 있고.
    아마 정 드실거예요.

  • 17. peacemaker
    '04.3.9 9:53 AM

    kimys님, 참 좋으시겠다..
    예쁜 분재에..
    맘 고우신 옆지기까지....

  • 18. 탐미걸
    '04.3.9 10:46 AM

    전 위에 사진 보면서 인삼벤자민이구나, 했는데 팬더고무나무 군요. 둘의 모양새가 어떻게 다른가요?

  • 19. 코코샤넬
    '04.3.9 10:46 AM

    저도 분재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그런데..만드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ㅜ.ㅡ
    제 동생 친구의 아버님이 분재하시는데....어떤 분재는 수천만원을 호가 한다면서요?
    암튼 혜경선생님 정 많이 주시고 예쁘게 키우세요^^
    저는 집에 수석이 무지 많답니당.
    아버님께서 30여년을 모으신 수석인데..영 정이 안가요...
    전 갠적으로 칙칙한 색깔을 너무 싫어 해서리...ㅜ.ㅡ
    (앙 나두 빨리 정 붙여야 할낀데....)

  • 20. 미스티블루
    '04.3.9 11:07 AM

    손님이 넘 많은것을 떠드는거 아닌지모르겠네여
    인삼벤쟈민은 잎이 여리고 연한녹색을 띠고 접붙인 곳이 없고요
    펜더는 접목을 대게 했담니다 철사로 가지유도가 되어있고,잎은 일반고무나무처럼 두껍고
    닦으면 윤기가 많이나죠. 둘다 고무나무과에 속하고요 고무나무가 열대식물이라 추위에 아주
    약하니 찬바람 조심 또 조심 해야만 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 고유의 분재는 겨울에 화분이
    얼어서 터지도록 밖에다 놓아두어야만 또 일년동안 잘키울수 있담니다

  • 21. 혀니
    '04.3.9 11:15 AM

    저희 남편은 주로 만화책, 무협소설, 이상한 씨디...
    혜경님댁은 그래도 남한테 보여주기 안민망하잖아요...
    저는 거의 책장 뒤로뒤로 해서 넣구 있는데...이제 포화상태랍니다...
    요즘은 종이공작에 맛들렸는지...애기 준다는 핑계로 한달에 한개정도씩 늘어나구 있네요...
    에효효...

  • 22. ymh
    '04.3.9 12:30 PM

    분재!!!
    남편친척이 시흥서 "석정원"이라는 분재농원을 하는지라
    본의 아니게 20~30만원 홋가하는 일본분재를 10종을 샀어요.
    첨엔 물주기 힘들고 나무같지도 않은게 뭐이리 비싼가 못마땅했는데
    어느날 가만히 들여다 보니 돌위에 얹힌 분재가 사람끼리 포옹하고 있는
    형상이대요. 다른 분재도 모두 동물 형상,인간의 형상이 보여서 신기했어요.
    요즘은 분무기로 물주는거 주로 시어머니가 하시지만 저도 즐겨합니다.
    매화가 어찌나 탐스럽게 피었는지 집안에서 봄을 만끽합니다.
    매화향기 참 매력 있더라구요.
    "석정원"에서 www.mini-tree.co.kr이라는 사이트도 운영 해요.
    한번 방문해 보세요.
    한때 잘나가던 50대의 부부가 하던일 접고 귀농하여
    두분을 보는이들은 안스럽기만 한데
    모든이에게 베푸는 맘으로 대하고
    참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에 반했답니다.
    저희는 며칠전 돌계곡 분수대(?) 샀어요.50만원주고요.
    집이 건조해서요.
    집안에서 졸졸졸 물흐르는 소리가 나고 습도 조절도 되고 좋아요..
    82cook회원님들~한번 방문해 보세요..왠지 그분들께 도움이 돼 주고 싶네요.

  • 23. 열쩡
    '04.3.9 1:56 PM

    미스티블루님!
    저, 허브 몇개 키우면서
    요것들이 느무 이뻐지기 시작했거든요
    집에서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들
    시리즈로 소개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정말 유용한 정보일꺼 같은데요...

  • 24. 미스티블루
    '04.3.9 3:22 PM

    ymh님! 저의 작은 판단으로는 횟님들에게 권장할만한 가격은 아닌듯한데요
    혹 활인을 해준다면 모르지만...도매와소매의 중간 가격대군요 실물을 봐야만 잘알겠지만....
    글구 저희 낚시동호회 싸이트에서는 이런 광고성글은 올릴수없는데 이곳은 아닌가보죠
    열쩡님! 회원 가입이 성별이 구별없나요 지금 회원이 가입된다면 자유게시판에 가정에서
    키우는 가장 일반적인것부터 올려볼게요

  • 25. 깜찌기 펭
    '04.3.9 3:45 PM

    미스티 블루님. 회원 가입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것으로 알고있어요.
    가입하셔서 좋은 정보 많이 부탁드려요.
    저도 식물을 좋아해서 벌써 기대되네요.

  • 26. 이영희
    '04.3.9 5:29 PM

    ㅠ.ㅠ 다 좋아하시는군요. 화초를. 나에게만 오면 죽어요. 이상하게스리.......

  • 27. 아임오케이
    '04.3.9 9:48 PM

    [집에 있는 시간이 내가 더 길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물건만으로 집을 채우려고 한 건 아닌지,]
    이 말씀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네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물건은 쓰기 편한 자리에 두면서 남편 물건은 안보이는 곳에 거의 쑤셔넣듯이 한적 많거든요. 제 남편, 말은 안하지만 그런 작은데서 서운함을 느꼈을지 모르겟네요 반성, 반성...

  • 28. 미백
    '04.3.10 9:06 AM

    예전에 시누이가 중국으로 들어가시면서 베란다 하나 가득있던 화초와 허브를 몽땅 저희집에 주시고 가셨죠...
    시누이는 남들이 죽었다고 버리려던것도 갖다가 살려놓으시고 꽃을 피우시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분이셨는데,
    시누이가 주고간것들 몽땅 다를 그해를 못넘기고 저세상으로 보낸뒤, 다시는 내손으로 뭔가를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에 다짐을 했답니다.
    가끔씩 싹난 고구나나 잘라서 접시에 두고 물주는것이 답니다.

  • 29. 안당
    '04.3.17 3:48 PM

    식물을 키운다는것은 상당한 정성과 노력이 뒤따라야 지속될수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더욱이나 아파트에서는 분재를 키운다는것은 좀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여기 올리신 나무는 분재라기보다는 그냥 팬더나무라고 하는게 좋겠네요.
    미스터불루님이 잘 아시는것같은데 여러분들을 위해서 잘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파트 실내에서 잘 자라는 자마이카같은 것을 대형화분에 심어서 관리하면 좋겠다싶습니다.

  • 30. 그린
    '04.9.13 4:44 PM

    타임머신놀이....^^
    역시 선생님의 kimsy님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 우러나온다는....
    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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