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그냥 詩 한편

| 조회수 : 4,797 | 추천수 : 185
작성일 : 2004-02-18 22:03:18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오늘 날씨가 참 화창했죠?
쓰레기 버리러 단 한번 현관 문밖을 나가봤지만, 집안에서 느끼는 계절도 봄이더군요.
환기시키려고 바깥쪽 창을 열어놓았는데도 전혀 춥지 않고.
우울증엔 따사로운 햇볕이 특효약이라더니...오늘 모처럼 기운차려 냉장실 청소도 하고, 마늘도 무쟈게 많이 까고, 장롱이랑 화장대도 기름걸레로 닦고, 이런 저런 집안 일 의욕적으로 했네요.

그러다가 책꽂이에서 황동규님의 오래전 책을 발견했어요.
얼마전 다시 읽고싶은 구절이 생각나 그 책을 찾을 때는 그리 찾아도 눈에 띄지 않더니만, 오늘은 저절로 시야에 들어오네요.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가?!
황동규님의 詩 중에서 예전에 좋아했으나, 한동안 잊고 살았던 詩 한편, 옮겨 적습니다.
오늘 같이 화창한 날에 어울리지 않을 지 모르지만...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왓
    '04.2.18 10:05 PM

    일등이당...^^

  • 2. 우~~앗
    '04.2.18 10:13 PM

    이등이당... ^^

  • 3. 깜찌기 펭
    '04.2.18 10:34 PM

    조으네요. ^^

  • 4. jasmine
    '04.2.18 10:42 PM

    [Yesterday, once more].....When I was young, I listen to rhe radio.......
    카펜터즈, 제일 좋아합니다. 제 차, 카셋트 코너에 항상 꽂혀있는 곡임당....^^
    Top of the world 들으면 기분이 좀 더 업되고....기분 좋아지세요...빨리....

  • 5. 꿀단지
    '04.2.18 10:49 PM

    superstar도 좋던데..^^

  • 6. 맑은날
    '04.2.18 11:54 PM

    저도 이 시 무척 좋아했었는데요.. 너무 잊어버리고 살아온 일상이네요.
    어디도 앉지못하고 떠도는 몇송이 눈..
    이 구절이 참 가슴아팠드랬는데...
    싸락비인지 싸락눈인지 진눈깨비인지 싶은
    너무 늦은 초봄의 눈발이 참 슬프게도 만들었드랬죠
    선생님 좋은 휴식되세요~

  • 7. 파랑 빠나나
    '04.2.19 1:03 AM

    음악이..글귀가..서늘했던 맘을 감싸주네요..감사합니다 선생님..

  • 8. 폴라
    '04.2.19 9:05 AM

    선생님의 기분 어떡하면......?
    아이디어1-Kimys님과 초봄바다 보시러 가신다.
    아이디어2-마음에 드셨던 그릇을 사신다.
    아이디어3-요리만화 빌려다 보신다.
    나쁜 머리 꾹꾹꾹 짰습니다.

  • 9. 김혜경
    '04.2.19 10:29 AM

    폴라님...기분 많이 좋아졌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저, 아주 씩씩하답니다.

  • 10. 정원사
    '04.2.19 1:21 PM

    황동규 선생님 글이 참 좋지요?
    어머님 안계실 땐 아무것도 하시지말고 그냥 푸욱 쉬세요..가끔씩 찜질방 호강도 하시구요~

  • 11. scja
    '04.2.19 2:20 PM

    요즘 봄이 느껴져서 맘이 이상한데...
    그냥 공허한 슬픔...
    마음이 이상해요......

  • 12. 영혼
    '04.2.19 2:45 PM

    길을 벗어 나야
    길이 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 에게서 벗어나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네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다시 가지 않을 수 없었네
    가도 가도 막막한 그길에서
    내 영혼은 다 부르텄다...<이정하/길>

    내 부르튼 영혼은 그의 시로 위안을 받고있는데.....
    이정하 시인이 오늘 사기, 도박으로 체포되었다니.. 그의 영혼은 무엇으로 다스릴꼬...?
    시인도 외로움은 견디기 어려웠나봐요.. 기러기 아빠였다지요.. 시써서 돈벌기 정말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아..참.. 인생 어렵다..

  • 13. 티라미수
    '04.2.19 8:44 PM

    난 아바ABBA가 좋아염... ^^b

  • 14. 김혜경
    '04.2.19 8:58 PM

    영혼님, 저도 오늘 이정하시인 사기 도박죄로 체포됐다는 소식 듣고 충격 받았었답니다.

    티라미수님 저도 abba 좋아해요.

  • 15. 로로빈
    '04.2.20 5:31 PM

    전 카펜터즈 노래 중에서는 Close to you 가 제일 좋은데...
    왠지 황 인뢰의 작품들이 떠오르면서....

  • 16. 몰포나비
    '04.2.22 1:35 AM

    마이클 부블레의 kissing a fool 을 들어보셔요. 달콤 쌉쌀한 홍차랑요 , 잠 안오는밤적어봅니다

  • 17. 김미란
    '04.2.23 3:22 PM

    어제 오랜만에 들어왔다가 이 시 발견했습니다.
    가금 집어들곤하는 색갈이 누렇게 변해버린 즐거운 편지라는 시집에 나오는 황동규의 시 중 하나입니다.
    마음이 막막할 땐 오히려 이 시인의 겨울을 노래한 쓸쓸한 시들이 좋더군요.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마지막 부분이 특히 마음에 남는 절창입니다

  • 18. ㅋㅋ
    '04.2.23 7:08 PM

    잼따凸

  • 19. ㉣ㅓ브
    '04.2.23 7:10 PM

    잼게잘봤어요.

    담에도많이올려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84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99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98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75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02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1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8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100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8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22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7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09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35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14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7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91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85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43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01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6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18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5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23
3324 산책 14 2013/11/10 13,361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2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