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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냉장고의 추억

| 조회수 : 7,552 | 추천수 : 107
작성일 : 2003-12-18 16:43:48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때 만 해도 집에 냉장고가 있는 집이 거의 없었습니다.
냉장고가 있는 집은 굉장히 부잣집이었죠.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우리 반에 변호사집 딸이 있었어요. 별로 친하진 않았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하여간 그 친구집에 가게 됐어요.
그 친구, 냉장고안에서 뭔가 꺼내 먹는 걸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저는 안주고 자기 혼자 먹는게 부러웠던게 아니라 냉장고 문을 열어 뭘 꺼내는 것이 얼마나 멋져보이든지...
우리집은 고작 새끼줄에 매달아주는 얼음을 사다가 송곳으로 깨는 수준이었거든요.

우리가 냉장고를 처음 산 건 제가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당시 아버지가 전라도 광주에 계셨어요. 오빠랑 방학 때 광주집에 내려가보니 마루에 냉장고가 떠억 버티고 있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든지...전 우리집이 굉장히 부자인줄 알았답니다.
허긴 그 무렵 학년초 반이 바뀌고 나면 가정 조사 한다며 TV있는 사람, 냉장고있는 사람, 전축있는 사람 손들게 할때니까...냉장고 보유 유무가 경제력의 기준이 되기도 했었죠.

참 그때 냉장고 생각하면..., 지금에 비해 참 보잘 것 없는 것이었는데...
문짝 하나짜리 아주 자그마한 것이라서 냉동실은 무슨 냉동실, 얼음을 얼릴 수 있는 조그만 칸 정도였죠.그래도 친정어머니는 그 냉장고를 참 오래오래 썼어요. 제가 딸아이를 낳은 그 후까지 썼으니까 한 16,7년 썼던 것 같아요.
그후 '투도어'라 불리는, 냉동실이 있는 냉장고가 나오고, 양문형 냉장고도 등장하고...


오늘 날씨도 꾸릿꾸릿하고, 추운 것 같고 해서, 아침부터 문밖에 나가보지 않으리라 맘먹고 컴퓨터 앞에서 놀다가 , 큰 맘먹고 냉장고 청소를 했어요.


우리 엄마가 처음 산 냉장고와 비교해보면 엄청 큰 냉장고일텐데, 뭐가 그리 들어차 비좁기 짝이 없는지...
고추장만해도 시이모님이 주신 것, 친정에서 가져온 것, kimys 모임에서 보낸 순창고추장, 된장도 된장에 쌈장에 청국장에 맛된장에...
뭐 이렇다할, 맛있는 것도 없으면서 왜 그리 비좁은지...
냉장고가 귀하던 시절에는 과일과 고기, 생선, 보리차, 그리고 한 여름의 김치 정도만 냉장고 안에 자리잡을 수 있었을 뿐 고추장이나 된장은 언감생심 냉장고행을 꿈도 꾸지 못했는데...
요샌, 냉동고니 김치냉장고니 하는 동생들에게 밀려서, 별 사랑도 못받고, 갑자기 냉장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깨끗한 행주로 아주 말끔하게 닦아주었답니다.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산수유
    '03.12.18 4:47 PM

    일착

  • 2. 바닐라
    '03.12.18 4:49 PM

    요즘은 큰냉장고, 작은 냉장고 두개놓고 쓰기도 하고 , 김치냉장고까지
    쓰니 정말... 많이 달라졌죠.

  • 3. 산수유
    '03.12.18 4:51 PM

    드디어 일등을 해보다니요. 텔레파시가 통한건가요. 오늘 아침에 고딩친구와 냉장고 이야기를..
    저희가 냉장고며 전화며 TV를 갖추며 살았든 특급부자???? 죄송. 이렇게 표현해서.. 그런데 그 친구는 냉장고 볼때마다 제생각이 난대요. 놀러가기만 하면 시원한 과일을 꺼내주곤 했엇는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를 못한다고..저는 지금 손자까지 본 나이라면 김선생님은 이해가 가실꺼에요. 눈팅은 잘하고 있습니다. 감사..

  • 4. 일산아줌마
    '03.12.18 5:00 PM

    저는 올 10월에 결혼 13주년을 지냈습니다. 결혼할 때 엄마가 해주신 냉장고를 아직도 쓰고
    있으니까 저도 알뜰한 족속에 속하겠죠? 가끔씩 여름에 냉각기가 죽어버려 음식 버린 적도
    여러번 있지만 그래도 고치고 또 고쳐서 쓰고 있습니다. 곧 이사를 하게 되는데
    양문형 새 냉장고로 개비할 거라 다짐했는데 아무래도 형편상 새로 못살 것 같아요.
    돈이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네요.
    이왕 그렇게 된 거 헌 냉장고 미워하지 말고 혜경샘처럼 사랑해줘야 겠어요.

  • 5. 치즈
    '03.12.18 5:08 PM

    저도 오늘 선생님 따라해야겠어요.깊은 밤에 꺼미도 없고...
    선생님 얘기 들으니 냉장고 한테 엄청 미안해지네요. 숨통 좀 틔어주어야겠어요.

  • 6. 부산댁
    '03.12.18 5:15 PM

    지금 새로 냉장고를 사는 사람들은 거의 좌우개폐형을 사고 있어서 일반형 냉장고가 요즘은
    드물더라구요..

    지금 최신형 핸드폰1대 가격이면 일반형 냉장고를 살 수 있답니다..
    냉장고 한대를 십수년간 고쳐쓰셨는데.. 요즘 제 친구들은 핸드폰 3년 동안 두번 바꾸더군요..
    그 친구는 3동안 냉장고 두대 갈아치웠네요..ㅎㅎㅎ

    저도 올해 결혼하면서 좌우개폐형으로 사서 잘 쓰고 있답니다..
    혜경샘 글을 읽으니 저도 닦고 아끼고 고치고 해서 최소 십년 이상은 써야겠습니다...

  • 7. moon
    '03.12.18 5:53 PM

    여전히 부지런하시네요..
    깔끔하시고.. 보기 좋아요. ^ ^

  • 8. 지성원
    '03.12.18 5:53 PM

    저는 신랑이 쓰던 대우제품. 정수기도 아니면서 정수기 물나오는 꼭지가 문짝에 붙어있는거
    결혼할때 쓸만하다하여 새로 사지 않고 쓰고 있어요.
    어쩌다 지펠이나 디오스사고 싶다면 최소한 오년은 더 쓸수 있다고 우깁니다. (짠돌이. 머리가 조금 벗겨졌어요.) 오년후 디스펜서도 있고 정수기도 있는 양문형으로 사준다고 하는데..
    손꼽아 보니 아직도 멀었네요. 대우에 전화해서 그 뭐죠? 문 사방 가장자리에 붙어있는거 고무로 된거 그거나 갈고 냉장냉동은 잘되니 깨끗히 닦고 알뜰한척 하면서 살아야죠. 오년을 조금이라도 땡길수 있도록.

  • 9. 김효정
    '03.12.18 5:56 PM

    어휴~
    저는 밥도 열심히 안해먹는데도 냉장고가 꽉 차있어요.
    김치도 친정에서 가져온거, 시댁에서 가져온거,
    그리고 쌀, 과일, 시들어가는 야채, 맥주, 된장, 고추장, 빵, 우유 등등...

    다른분들이 냉장고청소했다는 글 읽는 날이면
    저는 냉장고에 사다놓기만하고 나중에 상하거나 시들면 버리는일만 하지 않나 반성해요.
    오늘은 저두 냉장고청소놀이 해야겠어요.

  • 10. ellenlee
    '03.12.18 6:03 PM

    매일 열었다 닫았다를 수십번 하면서도 고마움을 잊고 있었는데..
    저도 깨끗이 정리하고 말끔히 닦아줘야 겠습니다.

  • 11. 푸우
    '03.12.18 7:34 PM

    어~~저두 오늘 냉장고 청소 했는데,,
    현관앞에 음식물 쓰레기 놔두고,,
    버리러 가야하는데,,,하는데,, 이러고 있어요,,

  • 12. 꾸득꾸득
    '03.12.18 8:17 PM

    저희집 냉장고 위치는 뒷베란다(아파트에 원래 그렇게 자리잡혀 있었음)
    겨울에 냉장고 청소하기 무지 서럽습니다....아~~~~추워!
    그래서 겨울동안 울집 냉장고는,,,,생각하기 부담스럽죠!!^^

  • 13. 훈이민이
    '03.12.18 8:31 PM

    도시락 편지의 조양희씨 음식책에서
    본인집 냉장고는 거의 비워둔다 하더라구요.

    냉장고 땜에 다 먹지도 않을 , 싸다고 막 사서
    나중에 거의 버리게되는 것들이 많다구요....

    저도 그런 경험이 많지만
    그래도 82쿡에 들어와서 재활용하는 방법 많이 배웠어요

  • 14. nowings
    '03.12.18 10:04 PM

    결혼 10년만에 양문형 냉장고로 바꿨지요.
    아직은 여유가 많지 않아서 이벤트성으로 나오는 680리터짜리를 들여 놓은지
    석달이 되어 가네요.
    새 냉장고를 들이면 가득 채우지 않고 빈 공간을 남기고 살리라 했는데,
    아 글쎄 이 냉장고가 자꾸 좁아지네요.
    특히 82cook 몇번 따라하면 냉동고가 부쩍 부쩍 좁아져요.
    이왕이면 냉장고 청소놀이도 따라하면 좋으련만, 그 건 아예 먼나라 얘기로
    돌려버리고 못 본척 한답니다. 귀차니즘이 생활화 되었답니다.
    우리 혜경님은 심심하면 그릇장 정리니, 냉장고, 냉동고 정리를 하시니
    참 본받을 분이다 하면서도 말만 그렇게 합니다.

  • 15. 하늬맘
    '03.12.18 10:13 PM

    제가 기억하는 엄마의 첫 냉장고는 180ml....제 냉동고만 했구나....
    양문 냉장고 있으니 딤채는 젤 작은거면 된다구 스스로에게 우겨왔는데..
    딤채에 미쳐 못넣고 다용도실에 놨던 김장김치,벌써 시어졌어요.
    요놈 냉장고에 자리 잡아 주느라고 할 수 없이 냉장고 정리(청소 아님)하면서,이 겨울 끝나고 김치냉장고 세일안하려나? 궁리하고 있는 나를 발견....

  • 16. griffin
    '03.12.18 10:21 PM - 삭제된댓글

    냉장고 첨 들어오는 때 기억나요.
    학교 들어가기 전이였는데...
    아버지 직장때문에 강원도 산골에 있었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였었겠죠? ^^
    냉장고 들이는거 넋놓고 봤던거 생각나네요.

    540L냉장고에 70L짜리 김치 냉장고.. 두대 놓고 쓰는데 부족하지 않은거같아요.
    욕심에 사두고 안해먹고 버리고...
    그래서 요즘은 사재기(?) 안합답니다..^^;;;
    그냥 후다닥 동네 농수산물 시장 갔다 오는 기름값이 싸게 먹히는거 같아서요.

    사촌올케... 냉장고 작~~은거 쓸때보다 냉장고 큰~~거 들여놓구 냉장고가 더 비좁데요.
    작았을때는 부지런히 통 비우구 옮겨가며 정리해가며 썼는게 크니까 그러지 않게 된다고..

  • 17. 최난경
    '03.12.18 11:36 PM

    초등학교 4학년때 같은반 친구의 아버지가 쭈쭈바회사를 다니셨습니다..
    회사의 직급은 모르겠고 하여간 친구들이 놀러갔는데 그 친구가 냉동실문을 열며
    냉동실 가득찬 쭈쭈바를 친구들에게 선보이고 하나씩 뽑아주고 우리는 그걸 받아먹으며
    너무나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나네요..

  • 18. 뉴욕댁
    '03.12.19 12:14 AM

    부지런하신 혜경샘님
    저두 선생님처럼 부지런히 부지런히
    살아야겠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냉동고 맨윗칸만
    성에가 왕창끼어서 냉장고 얘기나오면
    그거 어떻게 치우나 고민합니다.
    고민만요 T.T

  • 19. ky26
    '03.12.19 9:30 AM

    신혼초엔 이 큰냉장고 안을 어떻게 다채우지 했는데
    요즘은 김치냉장고 하나 있었음 하는 생각에...
    오늘 가서 울집 냉장고 안 정리 한번 해야겠네요
    그래도 울집에서 비싼거 랭킹 5위 안에 드는건데 ㅋㅋㅋ

  • 20. 오렌지쥬스
    '03.12.19 10:43 AM

    우리 냉장고는 제가 결혼할 때 산 대우전자의 "탱크"입니다.
    96년 1월에 샀으니, 꽤 오래 썼죠? 근데, 요즘 이 냉장고가 한번씩 정말 탱크 소리를 냅니다.
    시끄럽다고 버릴수도 없구....
    그래서, 때려가며 씁니다.ㅋㅋ

  • 21. 오네시모
    '03.12.19 10:48 AM

    결혼할 때 큰어니는 냉장고 , 작은언니는 세탁기 , 오빠는 음식준비하라고 돈 대주고...
    형제들의 사랑으로 받은 냉장고 세탁기 10년이 되었지만 고장없이 거뜬히
    잘 돌아가고 있어요. 그 사랑이 느껴져 저 절대로 고물되기 까지 쓸 것입니다.

  • 22. 카페라떼
    '03.12.19 11:11 AM

    전 냉장고 처음 있었을때 생각은 안나요..
    아마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는지 아님 내가 기억이 없는건지..
    근데 전화기 처음 들여놨을때 생각은 나요..
    아주 어릴적인데 그 전화기가 아주 신기하게 생각해서인지..
    하얀색에 번호를 돌려야 했던 하얀 전화기..
    그때는 국번도 3국에 **** 로 아직도 기억나요..
    그뒷자리 번호가 아직도 제 통장비밀번호니까요.....
    오늘은 엄마한테 전화해서 냉장고 언제 처음 들여놨나 물어봐야징...

  • 23. 곽영은
    '03.12.21 9:34 PM

    부지런하신 주부님들 부탁하께요 요리잘하는법과 청소잘하는법 비법들있으면 소개시켜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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