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옷값 이야기
제가 대학 다닐땐가, 아님 막 사회에 발을 디뎠을 땐가, 미혼여성잡지를 구독했었는데...
한번은 패션에 관한 부록이 딸려왔어요. 거기서 본 글, 20년이 넘어도 잊혀지지 않는 게 있네요.
외국의 유명한 패션컬럼니스트(이름 까먹었어요)가 쓴 글 이었는데요, 요즘은 옷값을 단순히 얼마짜리 이렇게 생각하지말고, 구매비용÷입은 횟수=옷값, 이렇게 생각하라는 거에요.
지금보다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 읽은 글이라 머리에 콕 박혀서 저 지금도 그렇게 계산해요.
며칠전 사입은 새몬핑크 마원피스, 2만5천원주고 샀는데 두번 입었으니까 1번에 1만2천5백원짜리죠. 이거 5천원 이하로 떨궈야 계산이 맞습니다. 2천원대로만 떨어지면 혹시 살이 찌거나 빠져서 못입게 돼도 안아깝죠.
제 계산법대로 해보면 제 서랍장에 50원짜리 옷도 수두룩해요. 5천원주고 산 티셔츠 3년 정도 수없이 빨아입어대면 그게 50원짜리죠, 뭐.
제가 왜 이런 말씀드리냐면요, 동대문시장을 다니면서 범할 수 있는 우가 바로 이런 옷값에 대한 개념이에요.
하나하나 놓고 보면 너무 싸죠.
바지 하나에 1만원에서부터 비싸봐야 3만원, 스커트도 그렇고, 바지정장은 12만원 정도만 주면 최고급으로 사고....
그런데 간혹, 2만원짜리 바지를 샀는데 한두번 입고 도저히 못입겠는 것들도 있어요.그럼 그건 엄청 비싼 바지에요, 한번에 1만원이잖아요.
대신 백화점에서 12만원주고 산 바지, 15번만 입어도 시장물건보다 싼 셈이고...
몇백만원 하는 밍크코트라 하더라도 10년이상, 일년에 30일 이상만 입는다면 그리 비쌀 것도 없는, 옷이 된다는 거죠.
동대문에 다니기 시작하면 물론 응분의 수업료는 내야해요, 저도요, 첨에 수업료 상당히 갖다. 괜찮은 것 같아서 샀는데 집에 가지고 와서 입어보면 어딘가 어설퍼서 고쳐도 보고, 그랬다 쳐박아두기도 하고, 결국은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로 나갔죠. 어떤 때는 그리 필요한 옷도 아닌데 담날 좋은 옷을 빼달라는 사교의 의미로 사서 다른 사람 주기도 하고...
요즘 여러분들의 동대문시장 탐험기를 읽으면서 물건을 고르실 때 너무 가격에만 현혹되지 말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가격만 너무 의식하다보면 저처럼 수업료를 적잖이 갖다 바쳐야 한답니다.
싸다고 여러벌을 마구마구 사다보면 백화점에서 한벌 사는 거나 마찬가지로 돈을 쓰게 되구요. 물론 요새 장사가 넘넘 안된다고 시름시름하는 영세상인을 도와주는 거니까 좋은 일이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헛돈을 쓰면 안되잖아요.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눈물을 머금고 백화점에서 사는 옷이 이득일 수도 있습니다.
내맘에 꼭 들어, 그 옷만 입고 산다, 그런데 그런옷 시장에는 없다, 당연히 백화점에서 사셔야합니다.
제가 괜한 걱정하나요? 다들 잘 알아서 하시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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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마
'03.8.6 12:37 AM아,이제 열리네요.
아깐 자꾸 비밀글 어쩌구 해가지고...
전 옷값 뿐아니라 살림 살이도 그렇게 계산 많이해요.효용가치!
구입하기 좀 염치없을 때 혼자말로 나누기 365일 하니깐 이건 하루에 얼마 안해!
그정도는 누릴 수 있잖아 하면서요.
염치없나요?2. 김혜경
'03.8.6 12:40 AM마마님 작성중에는 비밀글로 묶어두거든요.
전요, 전기요금 많이 나와서 가슴이 벌렁벌렁할때 주로 그래요, '그래 하루에 몇천원꼴이야'하며...3. 마마
'03.8.6 12:52 AM나눠보는 품목 알아봐도 재미있겠는 데요.
주부마다 알게 모르게 각자 그렇게 살림하는 항목들이 있을거예요.
십삼년 전 종이 기저기 별로 안사용할때-울산에서요, 다들 놀라더라구요.서울 새댁이
살림말아 먹는다고- 종이 기저귀 쓰면서 그랬죠.
도우미 아줌마 이틀 안 부르면 쓰는데
내 노동력이 그만한 가치도 안되나 하며 당당히 썼죠뭐.4. 하늬맘
'03.8.6 1:18 AM나눠보는 품목..당연히 부억 살림이죠..얼마전에 휘슬러 밥솥얘기 오가던데 그때 저도 그런 생각 했어요.살때는 바싸서 많이 망설였는데 십년 가까이 우리가족 세끼밥 해먹었으니..
그대신 옷..백화점 매대에 누워있는 1.2만원 짜리 사서 마르고 닳도록 입고 있어요.5. 벚꽃
'03.8.6 1:43 AM꺅! 저 오늘 다모 끝나고 글씨 올라갈때 눈 빠지는줄 알았슴다^^
웬 글씨가 그리 빨리 올라가는지 하늬맘님 이름 보고(그 분야에서 맨
위에 있대요) 얼마나 반가운지...
생전 얼굴도 본적 없는 사람을..
근데 TV에 이름 나오면 어떤 기분일까요?^^6. 꾸기
'03.8.6 1:54 AM혜경님은 2000원이면 만족하시나요?
음....전 한 500원은 되야 만족 할것 같은데..
만원짜리 사서 20번 입기!!
그렇게 쉬운 건 만은 아닐꺼 같네요..ㅎㅎ
옷이랑 책은 워낙 사 쟁여 놓는 걸 좋아해서리..
선배 주부님들이 기준을 제시해 주시죠^^7. 글로리아
'03.8.6 8:28 AM대학졸업 기념으로 88년에 그때 시가로 55만원짜리 정장을
벌벌 떨며 샀습니다. 그 정장 재킷을 올 겨울에도 입으면 15년째인가요?
옷값 1000원짜리로 떨어졌겠구만요. ^^
그런데두요, 그 옷은 입어도 입어도 질리지도 않고 비교적 무난히
매치되고 기본재킷이라 유행도 안타고, 입어서 무지 편합니다.
비싸건 싸건 좋은 옷 건지기는 정말 쉽지 않더군요8. 김혜경
'03.8.6 8:39 AM와, 글로리아님 대단하시네요. 일단 체형이 변하지 않던가요? 전 대학졸업 무렵엔 갈비뼈가 앙상하다는 소릴 들었던 몸인지라...하하, 아무도 안믿으시는 군요..
꾸기님 기준은 어렵죠, 옷에 따라 다르기도 하구요...사실 원피스처럼 유행에 민감한 걸 500원어치 만들기 어렵죠.9. 복사꽃
'03.8.6 9:35 AM글로리아님 말처럼 비싸건 싸건 좋은 옷 건지기는 정말 어려운것 같아요. 좋은 옷은 관리만 잘해두면 오래오래 입을 수 있더라구요.
김혜경님의 말씀대로 옷값을 계산하면 속옷은 10원도 안되네요? ㅋㅋㅋㅋ10. 현승맘
'03.8.6 9:35 AM아!! 대단들 하시네요..
저만 아무생각없이 살았나 봅니다..ㅠㅠ11. 경빈마마
'03.8.6 9:52 AM그리 계산하면 전 주워오다 싶 한 옷들이 엄청 많은 셈 입니다.
계속 아이 낳느라 옷 거의 안샀으니 말입니다.
여기저기서 얻어다 입은 옷이 거의 태반이니...
그래서 작년에 친구들과 어울려 정말 큰 맘 먹고 잔치나 결혼식때 입을 옷을 하나
장만 했는데(바지 정장)....거금 250.000원을 5개월로 나누어 냈는데....
(결혼 16년 만에 첨으로 장만 했다면...믿으실라나! 것도 열받아서 정말 큰 맘먹고.)
그런데 지금 색각하면 너무 잘했다고 봅니다.
정말 안 샀으면 큰 일 날 뻔 했지 뭡니까?
거의 밖에 외출 할때 마다 입고 다녔지 뭡니까?
그러더니 일도 많이 생기더라구요.
돍, 백일,잔치,상가집, 초대 등등...
주로 청바지에 티만 입다가, 저도 정장 입으니 절 몰라 보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그런면에서 전 정말 산 옷 입네요.
복사꽃님 말마따나 속옷은 공짜! 입니다.12. 사라
'03.8.6 10:37 AM효용가치에다가 만족도도 하나 포함해야할 것 같아요. ^^
저도 백화점에선 옷 사 본 일이 가물가물한 사람인데,
옷의 만족도는 비싸고 싸고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옷 중에서 흰색 아래위 바지 정장이 있는데요.
사실 이 옷은 여름에 한번만 입어도 드라이 맡겨야 하고,
자칫하면 나갔을 때 더럽혀서 곤란하기도 해서 왠만하면 잘 안 입습니다. ^^
(그렇게 따지면 효용가치 꽝인데요~)
대신 한 번 입고 나가도 입었을 때 스스로가 아주 돋보인다는 착각^^도 들고,
입을 때마다 사람들이 멋지다~ 라는 말도 건네주곤 해서
정말 여름에 딱 한 번을 입어도, 이 옷이 필요한 날이 있는 것 같아요.
옷에는 그런 힘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한 7년 된 옷이니깐, 아주 낭비스럽게 입는 건 아니긴 하네요.)
그런가하면, 어제 입고 나왔던 티셔츠는 명동 길바닥 땡처리에서
3천원 주고 산 소매없는 티인데, 입으면 저한테 썩 잘 어울리기도 하고,
정장에 입으면 화사해 보이고, 피서지에서 입으면 화려해 보여서
여름철 자주 자주 입는 옷이 있답니다. 벌써 5년쯤 되었네요. ^^
이런 옷은 만족도도 높고, 효용가치도 높으니, 정말 따봉!! 인데.. ^^*13. 투실이
'03.8.6 10:47 AM저두 옷사는게 큰 낙중의 하나입니다.
들으시면 흉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백화점에서만 옷삽니다.
그것도 강남의 H백화점. 제가 잘나고, 돈이 많아서 그렇다기보다, 일단 그 근처인
직장에 다년간 다니다보니, 툭탁하면 거길 갑니다. 점심때도 가고, 퇴근후에도 가고,
그러다보니 거기서 주로 사입게 되더군요. 물론 비싼데, 세일할때나 행사상품 주로 사요.
동대문,남대문시장등은 가본지 20여년 정도 되는거같애요. 일단 집에서 머니까 안가게 되고,
그렇다고 어느날 날잡아서 가게 되지도 않더라구요. 사실 쇼핑이 즐겁기도하면서 힘들잖아요?
제가 가장 비싸게 산옷은 결혼식 끝나고 입는 예복있죠? 그 당시 신세계 본점 "루치아노 최"에서
하늘색 자켓, 스커트, 흰바탕에 땡땡이 있는 스커트, 베스트 이렇게 4 피스로 샀는데,
100넘게 준것같은데, 입기는 그야말로 서너번 입었어요. 그날 예식 끝나고 신혼여행갈때 입고,
한달후 쯤 친구 약혼식때 입고, 모셔놨다가 둘째아이 돌때 겨우 살빼고, 옷 조금 늘려서 한번입고, 그뒤로 얼마간 모셔놨다가, 울 형님 줘버렷어요. 66이 88되는 바람에...
또 안그런걸로 살려구했는데도, 옷이 너무 정장틱한거같아서 회사에 입구 다니기도 싫드라구요.
아마도 이래저래 그 옷이 제 일생에 가장 비쌌던 옷이 아닌가 싶네요.
오늘도 그 백화점에 정호진 행사한다는데, 함 가볼려구요. 정호진 니트 2-3만원대도 많구요,
주로 50대 이상 옷같긴 한데, 잘 골르면 젊은 옷도 많아요.
저도 옷을 그리 잘 입는 편은 아니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스타일및 옷입는 노하우를 찾으려면
역시 수업료가 들고,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더군요.14. 냐오이
'03.8.6 11:31 AM전 다행히 애 낳고도 44입는 몸이라...
고등학교 때부터 입는 옷도 있답니당 (마이너스다 마이너스 ㅋㅋ)15. 싱아
'03.8.6 11:38 AM며칠만에 들어왔더니 무지무지 반갑네요.
오죽하면 저 어제밤에 82쿡 꿈을 다 꾸었을까요?
의류에 대해선 할말이 참 많네요...
전 의류쪽 일을 해서인지 백화점이나 시장제품 둘다 일장 일단이 있다고 생각 되네요.
전 백화점가면 정상매장 보다 세일매대,아님 이벤트매장에서 옷을 구매합니다
브랜드 행사매대는 매주 새로 깔거든요.
글로리아님 처럼 저도 8년전에 칠십만원 주고 수입의류매장에서 정장한벌 산거 지금도 너무
잘 입고 있어요.
앞으로 이십년은 거뜬할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장의류 는요
튀는 옷은 시장에서 구입 해요
가격 저렴하고 유행앞서구 근데 혜경행님 말씀처럼 가끔은 싸다구 쓸데없는데 수업료 지불하죠16. 뿌니푸우
'03.8.6 2:05 PM오홋! 그런방법으로 계산함, 되는 군여..
저는 동대문에서 산 2만원 준 바지, 드라이 클리닝까정 맡기면서 수십번도 더 입는데..
근데 결혼식 때 산 정장은 넘넘 아까워요.. 딱 2번 입었다니까요..17. wendy
'03.8.6 2:22 PM호호호
그 옷값 계산 너무 재밌네요
저두.. 옷 사 입는거 너무 좋아하지만 워낙 마음에 잘 드는게 없어
중고 시장에 가서 적당한거 사서 아예 패턴을 바쿼 입죠
옷에 붙은 장식이나 이상한것들은 떼 버리고 또 붙일건 붙이고
줄였다 널였다 내 맘데로... 너무 재밌어요18. 요리꾼
'03.8.6 3:16 PM아~~~얘기 듣고 보니 그러네요..싼거 좋아하는 제가 필히 알아야하는 계산법인듯...
옷장에 한번도 못입고 묵혀있는 옷들이 수두룩한걸 보면..싼옷이 아니고 무쟈게 비싼 옷이네요.
이제부터라도.. 비싼옷 주눅들어 안사느니..그렇게 따져보고 과감하게 사야겠어요...19. 정소연
'03.8.7 1:09 PMㅋㅋㅋ 옷,신발등 여러가지를 그런계산법으로 계산하니 울 신랑 신발은 한 1원쯤 될려냐...
생각할수록 혼자서 웃게만들고 음~~음 하며 계산하니 재미도 있고 ㅋㅋㅋ20. 김혜경
'03.8.8 2:18 PM제 무지함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
21. 김현경
'03.8.8 4:56 PM전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있어요. 사이즈가 자꾸 바뀌다보니 수업료 내는것도 아까워서,, 아예 옷사길 꺼려하게 되더군요. 전 몇년전까지도 옷사려면 꼭 엄마랑 나가야지만 샀거든요. 혼자서 못사구...ㅜㅜ
그래서, 전 딸애 6학년때부터 자기옷을 친구들하고 직접사게 했어요.
엄마 맘이 다 그런가봐요..
내가 뭔가 부족한 부분들은 내 자식들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맘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