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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에구구, 놀기도 힘들어라

| 조회수 : 5,415 | 추천수 : 138
작성일 : 2003-06-29 00:38:02
지금에서야 들어왔어요. 아침 11시 쯤 집을 나서서.. 자정 무렵에서야 귀가했네요.

평소 결혼기념일은 대개 평일인데다가, kimys 직장 다녔으니까 저녁에 잠깐, 우리끼리 나가든가, 아니면 아이들과 어머니 모두 함께 나가서 저녁을 먹고, 대충 kimys에게 선물조로 현금을 받고, 뭐 이렇게 보냈는데...

kimys가 직장을 그만 둔 작년부터, 하루 종일 같이 있게 됐어요. 작년에는 점심 먹고 조디 포스터 주연의 '패닉룸'보고 저녁 먹고, 그리고 한강시민공원 상암지구에 가서 월드컵 기념 분수보고, 그러구 들어왔어요. 제 소원은 남편이 스스로 멋진 곳, 맛있는 곳을 찾아서 데려가 줬으면 하는 건데 kimys는 그런 것과는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죠. 잘 놀 줄 몰라요. 좋은 곳도 잘 모르구요.

그래서 올해는 제가 아예 계획을 짰어요.
낮에 과천에 가서 볼 일을 꼭 봐야하기 때문에, 일단 과천 볼 일 보고, 점심 겸 저녁은 언젠가 풍경소리님이 가르쳐주신 대방동의 바닷가재 가리비에 가서 먹고, 그리고 '살인의 추억'을 봐야지 하고 계획을 짰어요. 계획만 봐도, 저를 위한 계획이 아니라 kimys를 위한 것이죠. 저야 '살인의 추억' 이미 봤고, 바닷가재가 맛있긴 하지만 그걸 즐기는 미식가도 아니고...

하여튼 집에서 11시쯤 나서서 과천 일보고 나니 오후 3시반쯤, 바닷가재집 전화해서 위치 확인 후 찾아갔어요. 찾기는 쉽던데요.

둘이 먹으려면 얼마쯤 주문해야하니까 1.5㎏쯤 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랬더니 1.6㎏짜리를 잡아주더라구요. 일단 꼬리부분 회먹고, 나머지 몸통이랑 집게발 찜으로 먹고, 나중에 칼국수까지 먹고...
맛있던데요.
언젠가 제가 집에서 쪘던 건 작아서 인지 그저 그랬고, 한번은 호주에 출장다녀오던 kimys 후배가 호주산이라며 2마리 가져다줬는데, 걔는 냉동이라서 좀 맛이 떨어졌던 것 같고, 2~3년전 어떤 사람이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우리 부부를 초대해서 바닷가재를 사줬는데 그건 맛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1인분 가격이 천문학적 숫자, 1인분에 20만원 정도 했다는 걸 알고나서, 제가 속으로 '차라리 돈을 씹어 먹지'하며 너무 아까워 했다는 거 아닙니까?
또 일산의 뉴욕 바닷가재에서도 맛있게 먹긴 했지만, 하여간 요리법이나 가격면에서 오늘 바닷가재가 제일 낫던 것 같아요.

이 집 바닷가재 역시 바닷가재인지라 비싼 음식이긴 하지만 다른 바닷가재 식당에 비해서 합리적인 가격에다가 요리법이 일단 회와 찜이기 때문에 버터구이니 하는 것보다 훨씬 입맛에 잘 맞았어요.
제가 더욱 뿌듯했던 건 결혼 후 처음으로 결혼기념일 밥값을 제가 냈다는 거죠.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도 원고료에 출연료에 용돈은 벌어쓰는데 제가 남편보다 지갑을 빼들었기로 서니, 뭐 안될 건 없잖아요.

단 아쉬웠다면 한가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주인아주머니가 몇번씩 우리 자리로 와서 호탕하게 웃으며 애교를 떨었는데...kimys, 그런 서비스는 좀 성가셔하고, 정신 사나와하거든요.
아, 그리고 혹시 그 집 둘이 가시게 되거든 아무리 시장해도 1.2~1.3㎏ 이상 시키지 마세요. 저희 다 먹고 후회했다는 거 아닙니까, 너무 배불러서...나중에는 비싼거라 아까우니까 남길 수는 없고, 다 먹자니 배부르고...하여간 저희처럼 뭣 모르고 많이 시키지는 마세요.

하여간 잘 먹고 '살인의 추억'을 보러 상암 CGV에 갔었는데 그만 끝나고 말았다는 거는예요. 지난번 '와일드 카드' 볼때는 했었는데...주차 문제로 천신만고 끝에 일산 롯데 시네마로 갔더니 '주온'과 '니모를 찾아서'만 하는데 전회 매진이라고 하고...사실 표만 구할 수 있었으면 '니모...' 보고 말려고 했는데...

하는 수 없이 김포공항의 M파크9에 갔어요.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7시쯤이었는데, 영화 상영시간은 8시40분.
홀리슨가, 거기서 아이스 라떼 마시고, 다꼬야끼도 사먹고, 오락실도 들어가보고, 이리저리 기웃기웃하다가 영화를 봤죠. 오락실에서 kimys가 오토바이를 탔는데 출발하자마자 벽을 들이박고는 그 벽에서 오토바이를 빼내지고 못하고 시간이 다 돼버렸어요. 지나가던 중학생인 듯 학생이 키득키득 웃고...

'살인의 추억'은 2번 봐도 재밌네요.
kimys도 영화 너무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고...그래도 누가 추리작가 아니랄까봐 다소 무리한 부분, 지적하고...
이렇게 결혼기념일 보냈어요.
근데 말이죠, 노는 것도 피곤하네요. 지금 엄청 피곤해요. 쉬어야겠어요. 그럼...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초짜주부
    '03.6.29 1:01 AM

    ㅎㅎㅎ...어쩜 제가 신랑이랑 데이트 하듯이 즐기시는지...말씀 듣기만 해도 너무 좋습니당~
    조금 안타까와 드리는 말씀인데여...혜경님도 요가...내지 수영...내지 헬스 하셨으면 좋겠어여..
    제가 6개월 꾸준히 운동해보니 너무 다르네여..
    그렇게 활동도 많으시고 하신데...

  • 2. jasmine
    '03.6.29 1:33 AM

    자다 말고 들어온 보람이 있네요.
    이 시간에 안자고 뭔 짓인고?
    그래도 재밌으셨죠? 우와~~~~`부러버라...다시 한 번 추카드립니다!!!!!!!!

    지금 다시 천둥치고 비오는것 아시나요? 샌님 놀 동안만 날이 좋았군요.....

  • 3. 아짱
    '03.6.29 1:49 AM

    데이트 즐거우셨죠?
    기념일 아니래도 자주 시간 가지세요..

    저도 11시5분 <니모를 찾아서> 보고 들어왔어요
    영화건 드라마건 해피한걸 좋아하는 저 때문에
    신랑이 <살인의 추억>을 양보하고 디즈니를 선택..

    의외로 어른들로 꽉차고
    의외로 늦은시간 자막인데도 꼬마들 많더군요
    잼나게 보고 흐믓하게 미소를 머금으며
    신랑 팔짱 끼고
    선선한 밤공기를 가르며 행복하게 걸어왔는데..
    여기까진 좋았는데..

    신랑이 양치질을 안하고 자려는걸
    얼르고 달래고 눈물연기로 호소도 하고
    끝내 협박에 폭력까지 동원
    간신히 양치질 시키고
    침대로 들여 보냈더니
    벌써 코골며 자네요
    언제나 철이 들려나...

    kims님은 안그러셨죠?

  • 4. honeymom
    '03.6.29 3:29 AM

    결혼 기념일 축하드려요..정말 젊은 사람들 데이트 하듯이 아기자기 보내셨네요..
    kimys분 얘기만 나오면 부러울 따름...
    저흰 결혼기념일에 저녁 한끼 후다닥 먹고 들어오기가 전부고,언젠가는 그도 여의치 않아 피자 시켜 먹은 적도 있어요...

  • 5. 김수연
    '03.6.29 7:48 AM

    부러워라... 제 소원도 그거예요. 남편이 다 알아서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는거.
    아뭏튼 우린 아이 때문에 당분간은 힘들겠죠?
    그 바닷가재집 전화번호 가르쳐주세요~

  • 6. 고참하얀이
    '03.6.29 10:12 AM

    우리는 언제 그런 거 해보나....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저희 애들이 어려서도 그렇지만 저희 남편도 진짜 놀 줄 모르고 맛있는 거 먹을 줄도 몰라요.
    거기다 겁이 많아서 해수욕장및 풀장은 제외,
    놀이동산도 당연히 제외...
    등산은 좋아하는데 무슨 산악인처럼 휙휙 날라 댕기니 저는 따라갈 엄두조차 안나고...
    영화도 SF만 즐기니 SF영화가 1년에 한두편 개봉할까 말까 하는데 무슨 영화를 같이 보겠습니까.그 나이 되도록(38세) 남들 다 가는 헬스장이랑 골프장, 사우나도 안 가구요,
    운동도 혼자하는 조깅이나 등산만 하구요.
    카드 놀이도 할 줄 모르고 고스톱도 못 치고,
    술 담배 다 끊었으니 대체 저 사람은 무슨 낙으로 사는가 싶다니깐요.

    남편 얘기만 나오면 뒷담화라 좀 민망하지만서두... (여기서라도 욕하면 좀 후련해요.)

    혜경님, 늦었지만 결혼 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저도 샘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요. ^^

  • 7. 러브체인
    '03.6.29 1:39 PM

    어머 어제 저도 엠파크9에서 니모를 찾아서를 보았답니다..^^
    저도 그 오락실도 갔었구요.. 가리비 라는곳은 저도 가보려 했었는데...
    전 당산동에 박달게 라는 게요리집에 가봤는데 거기도 맛이 좋더라구요..
    전 대게를 먹었는데 거기도 회에 초밥에 알밥에 튀김에 찜에 매운탕까지 다 나오는 코스더라구여.. 담엔 여기도 함 가보세여~^^
    암튼 어제 어쩜 스치고 지나쳤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잼나네요.

  • 8. 꽃게
    '03.6.29 2:19 PM

    참 재미있네요.
    두분 모습이 그대로 펼쳐집니다.

    수연님은 가늘가늘하신데 남편이 알아서 다 하시지 않나요???
    우덜같이 씩씩한 아줌마들만 그러는 줄 알았죠.

  • 9. 가을맘
    '03.6.29 4:09 PM

    선생님... 다음에 영화가 매진이거든 화정에 세이브존으루 오세요...
    영화관이 별관까지 일곱개에요... 각각 좀 작긴하지만 매진으루 보지못하시는
    일은 없으실꺼에요... 좌석두 불편한건 아니구요...
    전 집하구 가까우니까 언제든 친정엄마나 꼬마하구 자주 보러갑니다...
    일산까지 오셨다는 이야길 들으니 화정두 오실수 있으실듯...
    늦게나마 추카추카~

  • 10. 어주경
    '03.6.29 4:53 PM

    아이고, 부러버라. 근사한 결혼기념일을 보내셨군요. 저희 부부는 요새 권태기(?)인지 6월 13일의 결혼기념일을 무 짤라먹듯 그냥 지나쳤답니다. 정말 알콩달콩 사시는 모습이 몹시 부럽네요. 나도 이번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내년을 기약해야 할 까봐요.....

  • 11. 최희령
    '03.6.29 5:31 PM

    정말 보기좋은 모습이네요.저도 작전을 바꿔봐야 겠어요.
    신랑믿고 기다리다 언제나 광이예요

    지난해 결혼기념일에는 자기가 다알아서 한다고 해놓고는
    아침부터 여기는 이래서 안좋고 저기는 저래서 싫고 하더니 결국은 이제 늦어서 안된다고

    아이들 불러서 돈 내라고 ...
    결혼기념일겸 엄마생일같이하자고..

    그러더니 얼렁뚱땅 넘기더라구요
    내년에는 제가 주도하에 멋진 계획 짜봐야겠네요
    어디라구요?그바다가제집? 영화관?

    결혼20주년 넘어가면 원래다들 이렇게 무딘가요?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 12. 강쥐맘
    '03.6.29 11:20 PM

    글로만 봐서는 재미있게 보내신거 같아요.그런데, 극장을 여러군데 옮겨 다녀도 남편분께서 아무말씀 안하셨나봐요.우리집 남자는 한번으로 끝입니다.이런일 생기면 되게 귀찮아 하면서 집으로 가고 싶어합니다.저는 눈치 실실 보고,,,커피도 마시고 오락실도 구경하시고 ,,,아이~부러워라!

  • 13. 쭈니맘
    '03.6.30 12:04 AM

    두분 정말 신혼부부같이 귀여우세요(?)...
    행복한 모습..정이 듬뿍 벤 모습들 접할때마다..
    우리도 저렇게 살아야지....하는 마음이 생긴답니다..
    바다가재!!!
    제가 넘 좋아하는데,비싸서 못 사먹고 있답니다..
    그곳 위치랑 전화번호..그리고 가격도 살짝 알려주세요..
    선생님..부탁이에요~~*^^

  • 14. 저는
    '03.6.30 9:59 AM

    별로 안부러운데요..
    오히려 지겨울거 같아요. 만일 남편이랑 둘다 직장관두고 같이 맨날 집에 있다든가,
    둘이 같이 자영업한다든가 하면 얼마나 쥐겨울까.......

  • 15. nowings
    '03.6.30 11:33 AM

    결혼기념일을 남편과 둘이서만 하루 종일 보낸다?
    그게 바로 제 소원 아니겠습니까?
    무얼 해도 좋으니, 둘이서 같이 연애시절부터 기억을 돌이키며,
    미웠던 때도 웃으며 얘기하고,
    힘들던 시절과 지금도 비교하고,
    그래서 남은 날들은 더 행복해 질거라고도 하며,....
    흑, 부러버요.
    그리고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저도 kimsd(혜경님흉내)를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 한 것을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좋은 모습 많이 보여 주세요.

  • 16. 옥시크린
    '03.6.30 2:03 PM

    결혼 기념일 즐거우셨어요?
    오락실까지.. 영토가 넓으시군요 ^^
    오붓하게 두분모습, 넘 보기좋구요.. 부러워요!!

  • 17. 김혜경
    '03.6.30 5:07 PM

    바닷가재 가리비 전화번호는요, 849-4096. 여의도에서 대방동으로 가는 지하차도를 통과해서 오른편으로 공군회관 나오고 나면 고 담 큰 사거리가 해군회관 사거리입니다. 사거리에서 우회전 한 다음 바로 U 턴해서 대방한의원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차 댈곳이 별로 없어보이는데 주차서비스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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