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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오늘 남편 자랑의 날?!

| 조회수 : 6,313 | 추천수 : 110
작성일 : 2003-06-18 23:05:57
외출에서 늦게 돌아와서, 진짜 딱 30분만에 쌀씻어서 밥하고 된장찌개 끓이고 고등어굽고 해서 밥 먹었네요.
허겁지겁...

뒤늦게 82cook에 들어와보니, 오늘은 어째 남편 자랑의 날?
며칠전이랑은 분위기가 달라졌네요. 특히 돌 맞을 분들도 많고...
그럼 내친 김에 저도 돌 맞을 소리 좀...

오후에 kimys랑 어딜 좀 갔었어요. 일이 끝나고 나니 오후 4시. 집에 들어가긴 좀 이른 시간이고 해서...
제가 상암 CGV가자고 했어요. 순순히 그러라고 하더라구요. 다른 때같으면 그냥 집에 가자고 할텐데, 자기 맘도 꿀꿀해서 그랬나...

아, 사람 많대요!!
영화보는 방, 그걸 보라고 하나요, 셀이라고 하나요? 그것도 되게 많은 것 같던데요. 9개쯤..
전 봤지만 그래도 kimys가 안봐서 '살인의 추억'을 보려고 했는데 그건 시간이 안맞고.
뭔지도 모르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역전에 산다'를 보자고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올 상반기 히트작은 '살인의 추억'과 '와일드 카드'라는 기사를 본 듯 해서..

은행에서처럼 번호표 뽑아가지고 매표구로 가서 제가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유동근 나오는 영화 주세요"
"네?"
"..."
"아, 양동근이요?"
하면서 '와일드 카드' 표를 주더라구요. 나, 바부.


와일드 카드, 잔혹한 범죄 장면이 너무 직설적으로 묘사된 것이 옥의 티랄까, 시나리오도 탄탄하고, 카메라 워크도 좋고, 배우들 연기력도 훌륭하고, 특히나 안마시술소 사장 경상도 사투리 연기 끝내주고, 진짜 한국영화 많이 발전했어요.

제가 대학교 입학하던 해인 75년 무렵에도 한창 한국영화 붐이 일었어요.
'영자의 전성시대''바보들의 행진'에서 부터 시작해서 '내 마음의 풍차'등등. 갑자기 대려니 제목은 생각이 안나는데 하여간 참 많이 봤어요.
특히 최인호씨 소설 영화화 많이 됐었죠. 그런데 당시 한국영화를  보는 건, 무슨 사명감 같은 거 였어요. 보고 나면 여기저기 헛점이 보이고,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한국영화라니까 하면서 꾹 참고 애정을 가지고 봤죠.

그러다가 배창호감독이 등장했어요.물론 대학 졸업 후구요.
스타였죠. 배감독.
제가 87년엔가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유럽 여행을 갔는데 그때 멤버 중 한 사람이 고 기형도 시인이었어요.
기형도 시인하고 취리히의 노천카페에서 배창호감독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입에 침튀겨가며 토론하던 생각도 나네요.


하여간 '와일드 카드'를 보고 나와서 kimys랑 한국영화에 대해서 한참 얘기하면서 돌아왔어요.


요기까지만 하면 저 돌 맞아야 되는데요, 아, kimys, 요새 제 얼굴만 보면 "버블티" "버블"하는 거예요. 전 귀찮아 죽겠는데...
못들은 척 하면 "버" 요기까지만 하는거예요.
아까는 미워가지고 보통 망고주스에다가(생과일 안갈구요) 타피오카 잔뜩 넣어서 줬어요.
이제 전 돌 안맞아두 되죠?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나
    '03.6.18 11:19 PM

    오늘 드디어 선생님 방송 봤습니다..
    피부 정말 고우시던데요,,,말씀도 차분하니 너무 잘하시던데요^^aa @%%

  • 2. 김혜경
    '03.6.18 11:20 PM

    나나님 다행이에요. 그나마 3번째라고 오늘 방송이 좀 낫더라구요. 고맙습니다.

  • 3. 냠냠주부
    '03.6.18 11:23 PM

    쥔장 형님은 돌맞을 일 없으신 거 같은데요...?

    ...글구 돌이 아니라 핵폭탄 맞을까봐
    근지런 입을 꾹 다문 분들도 있을 거 같은데...흐흐흐

  • 4. 김혜경
    '03.6.18 11:24 PM

    냠냠님이 주인공 같은데요, 핵폭탄의...

  • 5. jade1830
    '03.6.18 11:25 PM

    기형도 !
    너무 아련한 이름입니다
    한때 내 청춘을 지배했던...

  • 6. 냠냠주부
    '03.6.18 11:27 PM

    헉...-_-

  • 7. 아짱
    '03.6.18 11:33 PM

    늘 바쁜 신랑이랑 늘 한가한 마눌이랑
    얼굴 볼 시간이 별로 안되는데
    벌써 코골며 자는군요

    나도 샘처럼 영화 보며 데이트 하고픈데
    목,금은 자기 기다리지마라(무지 늦을거라나...)
    게다가 이번 토욜엔 출근이라니..
    샘이 부럽네요

    바위로 방패 부서지면 뭐하나요?
    하늘을 봐야 별을 따고
    밥을 같이 먹어야 설겆이를 시킬텐데...

  • 8. 김새봄
    '03.6.18 11:36 PM

    하하하~ 너무 하셨습니다.
    유동근이라니요...전 아내라는 드라마 안봤는데 딱 한장면 유동근씨가
    귀마개 하고 목도리까지 하고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진이요.
    꼭 래고 아저씨 같더라구요.
    그걸보고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그리고 나니까 그 드라마 못보겠어요.
    자꾸 웃음이 나와서..

  • 9. 오정자
    '03.6.19 12:12 AM

    작년 LA에 가서 버블티를 아들아이와 처음 먹어 보았답니다.
    쫀득쫀득한 무엇인가의 씹는맛에 배부르다 하면서 큰 빨대로 쪽쪽 빨며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있었지요.

    얼마전에 백화점 문화쎈터에서 버블티 강좌가 있어 다녀와 아들아이에게 만들어 주었더니 그 맛에 퐁 빠진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도 계속 만들어 주면 곧 질리겠지만 아직까지는 맛있어하고 재미있어 하네요.

    오늘 가입해서 올라있는 글 몽땅 다 읽어보고 싶은데 방학해서 집에 온 큰아이가 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쉬워하면서 방을 나갑니다.

  • 10. 여주댁
    '03.6.19 7:54 AM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11. 정희진
    '03.6.19 9:17 AM

    기. 형. 도
    대학시절 아주 진하게 정신적 사랑을 나눴던 선배랑 둘이서
    기형도가 다녔던 인사동 아주 허름한 찻집에 앉아
    그의 모든걸 느껴보려 했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혜경선배님, 부군님 두분 데이트의 부러움보다
    오늘은 기형도와 함께 옛사랑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종일 보내지 않을까???
    오늘 비가 전국을 강타한다는데...
    날씨까지 따라주고.....

    혜경선배님 부럽습니다~~
    고 기형도님과 열띤 토론을 하셨다니....

  • 12. ky26
    '03.6.19 10:37 AM

    기형도 첨들어보넴
    제가 무식하걸까요
    세대차이가 나는걸까요
    나는야 아직 20대^^

  • 13. 풍경소리
    '03.6.19 11:57 AM

    우와...고 기형도 시인하구요?
    정말 부럽습니당...

  • 14. 유선영
    '03.6.19 12:44 PM

    아무리 도 닦는 심정으로 남편을 자랑할래야 자랑할 꺼리가 없네여..^^;
    어젠 울 막내가 아파서 계속 칭얼대길래 일찍 들어오라고 했더니, 아주 일찍 들어왔더라구요.
    새벽 3시에...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울 남편.. 어서 빨리 가정으로 돌아왔음 좋겠네여...

  • 15. 이화진
    '03.6.19 12:55 PM

    와일드 카드! 저도 봤습니다. 전 정진영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거든요.
    님께서 인상깊게 봤다는 안마소 시술사 사장역을 하는 배우도 좋아합니다.
    대학로에서 오랜기간 하고 있는 연극<용띠위의 개띠>주연배우시거든요.
    연극에서도 무척 재미있으셨는데 영화에서도 실망 시키지 않으시더군요.
    혹시 시간되시면 남편분과 같이 가서 보세요.
    부부가 하는 연극인데 아직 경험이 미숙한 저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소극장이라서 정겹고~

  • 16. 김경연
    '03.6.19 1:52 PM

    남편 흉 보시는 속상한 아내님들도, 남편 자랑하시는 행복한 아내님들도,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도 개가 불쌍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조선일보를 읽는 사람도 읽지 않는 사람도,
    내 처지, 내 생각 같지 않다고 내몰아치지 않는 모습이 82cook의 가장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이러저런 사람들이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부둥켜 안고 살아가는 삶의 장점과 단점,
    82cook은 또하나의 작은 세상이네요.

  • 17. nowings
    '03.6.19 3:43 PM

    기형도 시인과 토론을 하셨다니, 갑자기 님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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