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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C레이션이라는 거 아세요??

| 조회수 : 7,325 | 추천수 : 272
작성일 : 2003-05-02 20:13:11
얼마전 홍은동 유진상가의 제 단골집, 대봉상회에 갔어요.
타파웨어에서 나온, 쿠치나님이 요즘 애용하신다는 후리즈 스마트도 하나 사고, 저단위 아스피린도 한 병 사고, 이런저런 걸 사는데 국방색 봉지하나가 확 눈을 끄네요.

아, C 레이션!!
C레이션이 뭔줄 아세요? 미군들의 야전식량이에요.

C레이션에 얽힌 추억이 있어...

전 용산구 후암동에 있던 삼광국민학교를 나왔어요.
학교 뒷문으로 나가면,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지만, 학용품보다는 불량식품 판매가 주목적인 문방구가 하나 있었어요.
우리들의 코묻은 돈을 죄다 빨아내는 주전주리 들. 온갖 불량식품은 물론 쥐포라 불러야 마땅할 마른 오징어, 그것도 세로로 반 갈라서, 우리들 주머니 사정에 딱 알맞는 사이즈로 팔았죠.

미8군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탓이었을까, 우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게 바로 C레이션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지름이 약 5㎝? 높이는 2㎝? 정도의 국방색 캔에 담겨있어요.
이것들은 모두 균일가에 팔렸죠. 어떤 거에는 크랙커가 들어있고, 어떤 것엔 콘비프, 또 어떤 건 치즈, 다른 것엔 햄이 들어있고...
그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게 피넛버터였어요.
피넛버터는 손가락으로 찍어서 오래오래 먹을 수 있었거든요, 치즈도 비슷하지만 그때만해도 치즈를 많이 먹어보지 못해서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죠.


지금 애들같으면 조기영어교육 덕에 포장에 써있는 이름을 보고 골랐을텐데 그때만해도 영어엔 까막눈이라 운수에 맡기면서, 로또 복권 자동선택 하듯 하나 골라들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요행수 전무인 저는 맨날 크랙커 신세였고 제 친구중에서 어떤 애는 맨날 피넛버터만 뽑아들어 우리를 약올렸어요.
왜 어른들한테 영어좀 가르쳐달라고 안했나몰라요...


문득 오빠랑 둘이 각각 하나씩 사서 나눠먹던 생각이 나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겉 포장에 메인디시가 써있는데 별거 다 있더라구요. 베지테리안을 위한 것, 닭고기 요리, 소고기요리, 폭찹.
전 폭찹을 하나 집어들고 왔어요.



질기디 질긴 국방색 비닐포장을 뜯어보니....
메인디시는 자메이카 스타일의 소스를 얹은 폭찹과 국수, 그리고 폭찹에 곁들이는 슬라이스 사과(여긴 파인애플 대신 사과를 곁들이는 모양이죠?),빵을 대신 하는 큼직한 크랙커와 거기에 발라먹는 봉지치즈(할라피노가 들어있는 아주 맛있는 치즈), 디저트용인 파운드 케익과 분말포도주스, 그뿐인가요? 메인디시를 데울 수 있는 봉지히터와 작은 봉지에 감싸여있는 각종 소품들...초이스커피 프림설탕 4g,소금, 물티슈, 성냥,너무나 귀여운 작은 병에 들어있는 핫소스 종이 냅킨 그리고 바둑껌 2알까지...





재미삼아 사서 맛을 보다가 문득 불쾌한 생각이 들었어요.
이 많은 포장들, 그것도 썩지 않는 비닐포장들...
우리나라에서 미군들 훈련하면 이 야전식량 까먹고 포장지 아무데나 버렸을 것 아니겠어요.


이라크에서도 미군병사들은 매끼 이렇게 진수성찬을 먹고 싸웠겠죠??
그리고 물자가 부족한 이라크 아이들, 이 C레이션 얻어먹으려고 미군들 따라 다니지는 않을까요?
또 매끼, 수많은 미군들이 이걸 먹고 그 많은 쓰레기 버려서 이라크의 사막이 온통 국방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옛날 추억 생각난다고 이런저런 생각 안하고 C레이션 사들고 들어온 저라는 사람, 철들려면 아직 멀었죠?!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풍경소리
    '03.5.2 8:32 PM

    삼광초등학교 나오셨구나..
    전 청파동에 있는 신광초등학교 나왔어요.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고등학교는 원효로4가에 있는 성심여고 나왔구여.

    그거 이름이 C레이션이었군요.^^
    저두 많이 먹어봤거든요. 제 은사님이 그걸 너무 좋아하셔서 저한테만 그거 주시고 그랬었어요.
    옛날 추억 생각나네여^^

  • 2. 김혜경
    '03.5.2 9:04 PM

    커피우유님 신랑보다 제가 학번으로 10년이 위일듯...빼뚜랭이 아저씨는 큰길가 의원옆에 계셨는데...(일심병원인가, 뭐 그 비슷한 이름)

    풍경소리님 신광 알다마다요, 우리 그 막내이모, 제게 잔인한 장난을 했던, 그 막내이모 신광여고 출신이구요, 엄마의 외사촌 남동생이 신광여고에 교감인가 뭐, 그런거 지내셨거든요.

  • 3. 푸우
    '03.5.2 10:48 PM

    전 이런거 처음봤어요..맛있나 보죠? 어디서 팔아요? 나도 먹어보고 싶당...
    글구.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이제 TV에서 뵙겠네용...

  • 4. 김혜경
    '03.5.2 11:20 PM

    맛있진 않아요. 메인디시는 입에 진짜 안맞아요. 그냥 추억 어린 물건이라는 거죠.

  • 5. 클레오파트라
    '03.5.2 11:40 PM

    전 지금까지도 그걸 한번씩 사서 먹는답니다.(진짜 맛이없어 절반정도는 버리지만)
    저희 친정 아버지가 등산을 좋아하시는데 등산배낭에는 이 C레이션이 들어 있었답니다.
    종류별로 사오셔서 저희들에게 맛보라고 하셨어요.
    그 기억때문에 블랙마켓에 가면 그걸 하나씩 사온답니다.

  • 6. 이한숙
    '03.5.2 11:47 PM

    저도 지나다 그냥.... 제작년인가,911사태때 비상식으로 나온거라며 이웃이 줬는데 맛도 없고....스푼은 일회용이라기엔 너무 좋더라구요.신랑이랑 미국놈들 욕 많이 했었는데.

  • 7. jasmine
    '03.5.2 11:57 PM

    저희집에 지금 10개쯤 굴러다니는데, 원하시는 분 드릴까요? 도저히 먹을 수 없어요. 너무 맛이 없는데, 군인들에겐 맛있을것 같아요. 극한 상황이니까. 시아버님이 미군부대 인사과에 평생 계셨거든요. 지금은 애들 고모가 거기서 근무하고,

    풍경소리님. 몇 학번이세요? 저 85년 성심여고 졸업했는데.....알고 싶어요.

  • 8. 이어진
    '03.5.3 1:10 AM

    저희 집에도 열몇개인가 쌓여있는데.... 안먹게 되더라구요,,, 나중에 전쟁나거나 그러면 그것 쥐어들구 갈지도 모르지만요....ㅎㅎ

    근데 그거 안상하게 할려구 방부제도 엄청 넣었을꺼란 말도 들었었는데....

  • 9. 꽃게
    '03.5.3 8:55 AM

    포장이 많이 바뀌었네요?

  • 10. 김화영
    '03.5.3 11:04 AM

    저 레이션 참 좋아해요.
    25년전 쯤, 저 초등학교 고학년일때, 가족여행 갔을때
    엄마가 그것을 다량 구입하셔서 갖고 가셨지요.
    먹거리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 레이션은
    너무나도 맛있었는데 최근에도 그때보다는 덜하지만
    그런대로 먹을수가 있었답니다. 좀 짠 편이지요.
    미군부대 있는 경기도 동두천, 파주 이런데로 가면
    훨씬 싸다고 들었습니다.

  • 11. orange
    '03.5.3 3:30 PM

    어렸을 때 생각 많이 나네요... 저두 가끔 집에 씨레이션 생기면
    맛있는 거 나오길 기대했던 생각...
    크래커가 뻑뻑했지만 치즈 찍어먹는 맛은 괜찮았던 생각.....
    그 땐 땅콩빠다라고 했던...피넛버터 나오면 신났구요...
    맞아요.. 그 껌 바둑껌이라고 그랬었죠...
    각종 스튜들.... 전 맛있게 먹었던 것 같네요...
    그 땐 캔에 들은 것도 있었던 것도 같구요....
    얼마전에 양수리 지나다보니까 길에서 팔더군요...
    그 때도 옛날 생각 나던데.....
    옛날 생각 하면서 한 번 쯤은 다시 먹어보고도 싶네요....

  • 12. 이명희
    '03.5.3 6:17 PM

    동생 친구중에 카츄사인 친구가 한명 있는데요, 이 친구가 훈련나갈때면 몇개씩 가져 왔다고 이걸 동생한테 주더라구요. 근데 이걸 주면서 하는말이 한국 카추사 들은 이 한봉지를 뜯으면 다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맛은 별로 없지만 훈련나가면 먹을것 이 이것 밖에 없으니 한봉지 뜯어서 알뜰하게 다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미군들은 우선 훈련을 가면 아예 한박스를 가지고 온다네요(워낙 물자가 풍부한 나라이다 보니 가져 가든 말은 이라네요..)그리곤 애들마다 좋아하는 것이 한가지씩 있다네요. 가령 어떤 애들은 엠엔엠 초콜릿 좋아 하는미군, 빵만 먹는 미군 등등. 그럼 그 한박스(13개인가 20몇개인가?)를 쫙 뜯는다고 하네요. 그리곤 그 엠엔엠 초콜릿이나 빵만 먹고는 나머지는 뜯지도 않고 다 버린데요...그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습니다. 저거 한 봉지 뜯으면 쓰레기 엄청 나오거든요. 정말 한봉지 나와요. 근데 그걸 먹지도 않고 싹 다 버리니 얼마나 많겠어요. 근데도 미국은 먹는걸로 사치가 심한(?)나라라서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네요...
    결국 그 쓰레기는 우리나라에 다 묻어 지는거잖아요.
    한사람도 아니고 대부분의 미군들이 그런다는데...
    이 이야기 듣고 엄청 짜증이 났죠,,,

  • 13. 김현경
    '03.5.3 9:42 PM

    ㅎㅎ,, 지금 우리집에 2개나 있어요. 육군장교출신인 울 친정아버지가 손주들한테 신기한거 보여주신다고 사다주셨는데, 딸아이들은 관심들도 없네요.
    버리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먹고싶지도 않아서, 그냥 있답니다.
    음.. 여기서 이걸보니 반갑기도 하고,, 내일은 다 뜯어서 맛보구 먹던지 버리던지 해야겠어요.

  • 14. 김새봄
    '03.5.4 3:00 AM

    이렇게 얘기하면 혼나겠따.전 사진을 보곤 우와~ 9년전이랑 똑같네..
    아직도 않변했네 그랬는데.
    결혼당시 남편이 군인이었거든요.
    그때 남편이 있던 부대에 미군들이 와서 같이 훈련을 할일이 있었는데
    그 훈련 끝나고 집에 오면서 한박스를 갖고 왔어요.
    호기심에 밤늦었지만 뜯어 먹었지요.
    정말 메인은 우리입맛에는 잘 않맞더라구요.
    둘이서 심심할때 먹는다 그래도 많은 양이어서
    남편 동기중에 결혼 않한 친구들 불러다 (총각들 혼자 밥해먹을려면 힘드니까 라는 이유로)
    맘대로 가져가라고 그랬는데도 인기가 없어서
    무지하게 오래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도 한받스씩 있어서)

    처음에는 호기심에 메인종류별로 하나씩 먹어보고
    그다음에는 크래커랑 이런것들만 꺼내서 먹고
    거기들어 있는 냅킨 (이게 생각보다 질기더라구요)으로
    가스레인지 닦을때 요긴하게 쓰고..

    이건 사실 말하면 않되는데 우리나라에도 있어요.
    훈련나갔을때나 비상시에 쓰는 식량.
    끓는물만 부으면 먹을수 있는 밥 이랑 기타등등..
    것도 하나 먹어 봤는데. 정말 비상시 아니면 먹기 좀 어렵더라구요.
    군인들은 나름데로 그걸 맛있게 먹는 비법들이 있구요.

    전 씨레이션은 아니지만 옛날과자라고 불려지는 불량식품을보면
    꼭 산답니다.
    쫀디기,달고나,아폴로,밭두렁,월드컵어포..
    한봉지에 100원.
    그걸 종류별로 사다가 죽 놓고 남편이랑 먹는데
    재미있어요.난 옛날에 이런 방법으로 먹었는데..하면서요.
    불량식품 과자를 좋아하는건 저 뿐인가요?
    참! 그때 국민학교때 학교앞에서 팔던 크기만 크고 소세지는 아주 작던
    핫도그 생각 나세요?

  • 15. kyuri93
    '03.5.24 7:06 PM

    안녕 하세요 ?
    C 레이션 이란 말을 기억 하시는걸 보면 저와 같은 세대분 인것 같은데, 몇가지 잘못 이해 하시는게 있네요. 원래 학교 옆에서 사드셨든 깡통 레이션 은 MCI (Meal Combat Individual) 즉 개인 전투 식량 이라 하고 이번 에 사드셨던 비닐 봉지에 든것은 MRE (Meal Ready to Eat) 라고 부르지요. 저 도 형 님이 월남전에 참전 하셔서 피 값으로 그 깡통 레이션을 먹고 자란 사람 입니다.
    그런데 그 미군 레이션을 연구 하다 보면 참 재미 있는 것들이 발견 돼지요. 한끼에 너무 많이 먹는다고 하셨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필요한 메인 이나 액세서리 팩은 남으면 동료나 그외에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라는 겁니다. 그 자세한 사항은 미군 전투 교범에 나와 있습니다. 6.25 동란에는 c 레이션 portion 이 더 컷었어요. 샘플로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미군들은 먹는데도 철학이 있어요. 그 많은것을 혼자 다 먹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월남전땐 그 크기가 확 줄어 들었지요. 그리고 MRE 비닐포장을 걱정 하셨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Natick search 라고 군수물자 연구소에서 비싼 돈을 들여서 환경 친화 용 으로 개발한것 입니다. 절 믿으셔도 됩니다. 그래서 그 단가도 MCI 깡통 보다도 훨씬 비싸답니다. 2500 원 주고 사셨을텐데요 그 냥 줒은겁니다. 그리고 이점을 아셔야 해요. 현역 미군들도 그 MRE 를 거의 3 년 지난것을 먹는다는 사실. 그리고 조선일보 강인선 기자 때문에 이라크에서 보낸 기사 떄문에 말이 많았던걸로 기억 하는데, 그렇더군요
    미국 관습이 정말 친한 사람과는 먹던 콜라도 그냥 입대고 서로 마시고 파티 끝나면 남은 음식 서로 나누어 먹어요. 주는 방법을 이야기 했는데, 그러면 어떻게 주어야 얻어 먹는다고 않할까요?
    무었이든 선의 를 너무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스면 좋겠네요. 배고플때 얻어 먹는게 뭐 그렇게 부끄럽습니까 ? 그리고 돈 주고 사잡수셨을때는 전 혀 부끄러울게 없는거죠.

  • 16. 버섯
    '05.5.15 7:25 PM

    어머나, 저희 아부지도 후암동 삼광국민학교 나오셨는데.... 느무 신기하네요. ^^;;;

  • 17. 잠비
    '07.3.5 7:24 AM

    추억이 깃든 C레이션.... 일부러라도 사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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