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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슬로쿠커에 쑨 [팥죽]

| 조회수 : 9,131 | 추천수 : 275
작성일 : 2003-03-20 21:34:19
드디어 전쟁이 터졌네요.
전 후세인 지지자도 아니고 부시 혐오자도 아닙니다만은 전쟁은 피했으면 했어요.
누군가가 그게 세계질서가 됐든, 석유가 됐든, 패권을 움켜쥐기 위해 수많은 죄없는 민간인들의 피를 봐가면서,
수많은 반전론자들의 호소를 귓등으로 흘리고 전쟁을 한다는 건 온당치 않은 것 같아서요.
폭격 이후의 그 폐허, 그 속에서 다시 재건하려는 민초들의 몸부림, 부모를 혹은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울부짖음,
이런 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데....
하여간 전쟁은 시작됐고 부디 단기간에, 민간인들의 희생을 최소로 하고 전쟁이 끝났으면 싶네요.

한쪽에서는 미사일을 쏘아대고, 피난가느라 허겁지겁하는 와중에도 저는 팥죽을 쑤었습니다.
동지도 아닌데 웬 팥죽? 싶으시죠.
오늘 아침 모처럼 좀 시간이 있어서 TV앞에 앉았어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느 홈쇼핑을 지나치게 됐는데 바로 슬로 쿠커를 팔고 있더라구요.
TV홈쇼핑에서 주방도구를 팔 때면 저 열심히 봐요, 왜냐면 뭔가 아이디어를 얻을 게 있거든요.
오늘은 온갖 죽을 쑤는데 팥죽도 쑤더라구요.
쌀 한컵 팥 한컵, 둘다 씻기만 하고 불리지는 않는 것으로, 거기에 물 10컵, 이렇게 넣으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막바로 쌀과 팥, 그리고 슬로 쿠커를 꺼내서 시킨대로 했어요. 그때 시간이 오전 10시10분.

사실 걱정은 좀 되더라구요. 팥의 껍질이 소화를 방해하는 물질이라서 다 걸러내고 죽을 쑤는 건데 그냥 하는 것도 좀 마음에 걸리고. 쌀과 팥의 비율이 잘못된 건 아닌가 싶기두 하구요...
그리고 8시간 후 , 어머 정말 팥죽이 되긴 하네요. 다소 팥의 껍질 때문에 깔깔하긴 한데 그런대로 팥죽이 됐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쌀은 너무퍼졌고, 팥은 아직도 탱글탱글한게 있어 엄마가 쒀주던 팥죽과는 좀 다른 점을 꼽을 수 있을까?
담엔요, 일단 물 10컵에 팥 1컵을 넣고 몇시간 끓이다가 쌀을 넣어볼까봐요. 그럼 엄마표 팥죽과 비슷해 질 것 같은데...

지난번에 나혜경님이었던가 누군가 슬로 쿠커 요리법 궁금하게 생각하셨는데 아까보니까 죽 종류는 무조건 곡식:물의 비율을 1:5로 하면 된대요. 갈비찜이나 닭찜은 물없이 하구요.
오늘 본 것중 젤 신기한 건. 슬로 쿠커에 달걀을 넣고 스위치를 올려놓으면 맥반석에 구운, 그 검은달걀이 된다네요...그런데 결정적으로 시간이 얼마걸린다는 얘기는 안해주네요...결국 그 제품을 사고, 요리책자를 얻으라는 거겠죠?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smine
    '03.3.20 11:36 PM

    전 슬로우쿠커가 없어서.......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지 싶은 생각에 많이 착찹합니다. 전 총알받이라는 일산에 살거든요.
    신의 가호가 모두에게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 2. 지니
    '03.3.21 8:53 AM

    아직은 슬로우쿠커가 먼쥐...별루 와닿지 않는 결혼2달째 새각시랍니당.. (순간 풍기는 깨소금 냄새~~ 꼬소!! ^^)
    일밥책 2번이나 읽었쥐용..복습까지 함시롱...
    중요한건 노트에 정리까지 하면서 읽으니깡..울신랑 무신 셤공부 하냐구 하더라구여..ㅋㅋㅋ
    요것조것 마니 따라해볼려구 하는데...잘안되네여..
    퇴근해서 집에 들갈때 밥하기 싫다구 맨날 밥묵구 들가자구 땡깡두 마니 부리구요...--;;;
    오널은 회사칭구덜 집들이를 하기루 해설..어제 밤늦게까지 요거조거 준비하느라구 혼자 부산떨어대는데..
    울신랑 집안일 잘 도와주는 편이거든요...청소, 빨래..하물며 빨래 걷어서 제자리 찾아넣는 거까지두요..
    사실 전 냉장고와 씽크대만 책임지는 편인데도...아직은 맨날 허걱대구 있어요..
    근데, 어젠 제칭구덜 온다구 청소하구, 콩나물 다듬어주구..여기까진 좋았는데..
    난 아직두 할일이 많아죽겠구만, 예비군훈련에서 죙일 뛰어댕겼다구, 피곤하담시롱 혼자 픽~하니 방으루 들가서 드르렁~~거리는거 있쬬..
    넘 서러버서...오밤중에 꺼이꺼이 울어댔어요..

    슬로우쿠커랑은 암 상관없는 얘기만 잔뜩 해뿌렸네여...헤~~
    회사 출근하면 멜 확인하자마자 요기 먼저 들와요..
    넘 잼나는거 같아요...저두 담에 죤 요리정보 있음..글 올려두 되죵?

  • 3. 사과국수
    '03.3.21 9:04 AM

    저두.. 요즘 팥죽해먹었는데..^^ 동지땐 그냥 무심히 지나쳤다가여.. 전 그냥 팥을 한번 우르르 끓이고 첫물은 뜳다는 말에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팔팔 중간불에서 팥이 툭~ 터질정돌 익혀서요.. 체에 받혀 찬물에 손으로 으깨가며 껍질을 분리했죠.. 그래서.. 그 윗물을 냄비에 부어 끓이다가 불린쌀을 넣어 저으며 만들다가... 그 앙금을 넣어 젓다가... 새알심까지 맹글어 넣어 만들었죠.. 나중에 소금타서 먹구요.. 새알심맹글때요..??.. 소금으로 간하구.. 생강즙도 넣으면 생강향이 좋아요..^^

  • 4. kaketz
    '03.3.21 10:56 AM

    하루 종일 TV에선 이라크 전쟁 얘기로 떠들썩 하네요. 이라크에 남았는 사람들도 안됬지만 가족을 이라크에 두고 타향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겠죠. 오늘 아침 TV에서도 지금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아랍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라크 여성 교수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더군요. 언니들 식구가 모두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살고 있는데 간신히 전화통화를 하게 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 언니라는 분은 전쟁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타지에 나가 살고 있는 동생 식구들의 안부만을 걱정하더군요. 지난 걸프전에 죽은 이라크 인들의 숫자가 대략 50만(?)명 이라던데... 이번에 100만이 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뉴스에서 하더군요. 이젠 명분이 있고 없고를 떠나 무고한 이라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슬로우쿠커로 주로 한방차 같은 거 많이 해 먹어요. 아침에 나갈 때 재료랑 물 부어 놓고 나가면 저녁에 다 되어있죠. 끓어서 넘치거나 하지 않으니까 신경 슬 필요 없어 좋고 처음보다 물 양도 많이 줄지 않으니까 좋구요...가끔 오래 끓여야 하는 스프 종류나 뭉근한 불에서 오래 익혀야 하는 재료들 익힐 때 쓰면 신경 쓸 일을 조금은 덜어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저는 Rival사의 Crock Pot을 씁니다. 저번에 보니까 홈쇼핑에서는 알라딘의 요술냄비(^^)라고 소개하더군요.... 외국에서 사온 거라 쓴지도 제법 오래 됬죠... 일본에서 만든 것도 있다는 데 아직 안 써봤어요. 써 보신 분들 말로는 미국 것이 좀 더 낳다던데... 저희 집은 뭐든 한꺼번에 많이 만드는 편이라 큰 거 씁니다. 5L짜리로...암튼 점점 편리한 기구들이 많이 나오니 맛있는 거 해 먹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거 있죠...

  • 5. 나혜경
    '03.3.21 5:14 PM

    제가 저번에 여쭤봤었죠.
    그러니까 편한 만큼 결과는 그리 만족 스럽지 않은것 같네요.
    요리 책자는 한부 구하고 싶은데 그걸 다시 살수도 없고....

    어제 틱낫한 스님의'화' 강연에 갔었습니다.
    '부시'도 같이 들었으면 참 좋았을뻔 했습니다.
    전쟁 하느라 바쁘겠죠?

  • 6. 김화영
    '03.3.21 6:27 PM

    슬로우 쿠커하니까 전 슬로우 슬로우 돌아가며 전기를 얼마나 잡아먹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써보신 분들 어떠세요. 관리비 고지서에서 몇만원
    차이나는건 설마 아니겠죠?
    하나 장만하고 싶어도 워낙 대용량인것 같아서 망설이는 중이예요.
    유치원생 둘에 입이 까다로운 남편. 호박죽 쒀놓으면 아마 제가 다먹지 않을지.
    요리는요, 정말 신나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느는것 같아요.
    그러니까 하는게 다가 아니라, 맛있게 먹어줘야 성공이라는 거죠.

  • 7. 델리아
    '03.3.22 1:30 AM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고 단란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이시간에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는 불쌍한 이라크 국민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끔찍한 건지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오마이 뉴스에서 본 장면은 소름이 끼치더군요.적외선 카메라로 찍었다는데,사람들의 모습이 흰개미처럼 보이고,비행기로 폭격을 해대는 와중에도 그 흰점들은 살려고 이리저리 흩어지고...
    우리나라도 전쟁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에 남의일 같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전쟁이 나면,대구 지하철 참사가 30년동안 매일 일어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사람들이 죽을 거라고 하더군요.
    마음이 너무 아픈 요즘입니다.

  • 8. 잠비
    '06.6.7 8:15 PM

    슬로우 쿠커 사다놓고 아직 쳐다만 보고 있어요.
    아직 이불 정리가 끝나지 않아서.... 해야 될 일이 줄을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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