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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소박한 밥상 2- 너무 미안한 밥상 [갈치 갓김치조림]

| 조회수 : 7,436 | 추천수 : 133
작성일 : 2003-03-10 19:01:31
어찌어찌하다 보니 오늘 또 장보러 못갔어요.
쌀도 달랑달랑하고, 과일 한개도 없고, 마늘도 떨어지고, 감자도 떨어지고, 두부도 없고....
오늘은 꼭 장을 보려고 며칠전부터 다짐, 또 다짐을 했는데...귀가하는 발길도 무겁더라구요, 친정부모님 너무 신경 쓰다가 소박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절대 그럴 리는 없지만)

뭘로 저녁상을 보나 고민하면서 냉장고문이랑 김치냉장고문을 여니, 뭔가 해먹을 수 있는 재료라곤 갈치 2토막과 오이 한개반 뿐. 갈치가 생물이 아니라 설에 들어온 냉동갈치를 녹인 거라 맛이 좀 떨어지고... 그래서 쿠킹노트 6번, 곰삭은 갓김치가 있다면의 '그 생선조림도 아닌 것이 찌개도 아닌 것이' 이걸 하기로 했죠.

지난해 추석에 들어온 곰삭은 갓김치를 송송 썰어 빨간 법랑냄비에 담고 그위에 갈치 두토막 얹고, 양파 반개  채썰어서 얹고 파 한대 어슷썰어서 얹고, 마늘이랑 고추가루랑 후추가루랑 맛술이랑 깨소금이랑 참기름이랑 얹고 국물을 아주 충분히 부었어요. 갓김치에 간이 되있는 거라 간을 대중할 수 없어서 간은 한번 끓은 다음 국간장으로 하구요.


그리곤 상을 봤어요. 일단 꺼내놓을 수 있는 것들, 김치 갓김치 구운 김 명란젓 깨잎장아찌 이렇게 놓고 보니 여전히 부실한 것 같더라구요. 쭉 나열하니까 반찬이 많은 것 같지만 실제로 이게 차려지면 참 성의없어 보이거든요.
그래서 오이 반개 꺼내서 얄팍얄팍하게 썰고 먹다둔 드레싱(일밥 248페이지의 파인애플드레싱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 푸르츠칵테일드레싱)을 팍 쏟아 부었어요.
그리고 나니까 좀 나아 보이더라구요.


밥상에 앞은 kimys와 시어머니, 갓김치 넣고 지진 갈치찌개 혹은 조림을 아주 맛나게 드시는 거예요.
이만하면 진수성찬이라며...오이도 먹을 만 하구요. 드레싱이 맛있으니까 다른 채소 아무 것도 없이 오이만으로도 충분하더라구요.


내일은 요, 진짜루, 꼬옥 장보러갈거예요. 가서 이것저것 살거예요.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는데 미력하나마 내수를 살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이건 여담인데요, 여러분들도 가능하면 내수를 살리는데 한몫 거드세요.

우리집 kimys, FM의 사나이, 바른생활 사나이거든요. 그 사람 평소 지론이 내수가 위축될 때는 소비를 해야한다는 거예요. 물론 카드빚을 내서 필요도 없는 걸 사라는 것이 아니라 장차 구매하도록 되어있는 일이라면 좀 앞당겨서 지출하라는 거죠.

저희 집 93년9월에 입주한 집인데 저희가 옵션을 거절해서 도배가 아주 웃겼드랬어요. 98년 봄쯤 도배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IMF가 터지는 게 아니겠어요? kimys, 이럴 때 돈을 써야한다고 주장해서 저희 97년 12월에 거실 도배 다시 했잖아요? 경제학 박사 동생은 절더러 "정신없는 아줌마"라며 "현금을 꽉 틀어쥐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웬 도배?"냐며 비웃었지만 저희 부부는 아주 꿋꿋했답니다. 우리덕에 누군가가 일당을 가져갔다며... 불필요하게 돈을 쓴게 아니라 내수 촉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몇달 먼저 지출한거니까 의미있는 일이라며.


이라크전쟁을 코앞에 두고 있고 그 바람에 기름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세상에나, 북해산 브렌트유가 30달러를 넘다니....) 북핵문제도 해결이 안되고 있고 이런저런 요인 때문에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고...이런 때 돈을 쓰라니 정신나간 여편네 쯤으로 생각할 지 모르지만 우유 한잔 마시던걸 반잔만 더 늘여서 마시고, 푸성귀반찬이라도 하나 더하고(버섯반찬이면 더 좋구요), 아이들 바지라도 하나 더 사고, 조금씩만 소비를 늘여야 하지않을까 싶어요.
일본의 그 기나긴 경제침체의 늪이 남의 일같지 않아서 이렇게 잔소리 한번 하네요.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lynn475
    '03.3.10 9:44 PM

    맞습니다.

    맞고 말고요.

    돈 있으신분들은 팍팍 써줘야 한답니다.

    돈 쪼금 있는 분들은 쪼금씩 이라도 써줘야 한답니다.

    전혀

    안미안한 밥상인거 같은데요?

    나의 가족들은 작년 아버지 돌아기신뒤론 제대로 못얻어 먹는다고 난리인데.

    제대로 해먹여야지 다짐.

  • 2. jasmine
    '03.3.10 11:56 PM

    내수 좀 살려주세요.
    우리 옷 공장 하거든요. 동대문이 죽어서 우리도 죽고있답니다.
    살려주세요. 저도 요즘 내수 살리려고 양파도 사고 대파, 감자, 비싸도 다 삽니다.

  • 3. 사과국수
    '03.3.11 8:50 AM

    이러면서 또 하나 배우네요^^..
    혜경님(사실, 나이가 어려 선생님이라고 해도 무난할듯한데..ㅋㅋ) 아?.. 내수가 위축될때 소비를 해라.. 인생선배의 인생철학.. 이렇게 또 배웁니다..

  • 4. 김현경
    '03.3.11 9:58 AM

    혜경님네 소박한 밥상은 우리집 진수성찬인데...
    어떻게던지 울집 밥상 upgrade시키는게 올해 상반기 제 목표입니당.
    그래서, 82cook에 매일 출근하고 있습당. *^^*
    아,,참. 혜경님, 신문기자 하신적도 있나요?
    어제 TV보다가 옛날 해프닝성 신문기사소개해주는 오락프로에서 옛날신문을 비추는데,
    김혜경기자 이렇게 써있더라고요,,, ㅎㅎㅎ 혹시나해서리..

  • 5. 때찌때찌
    '03.3.11 10:48 AM

    저 휴일에 큰맘먹구 굴밥했거든요? (선생님은..소박한 밥상을 전 큰맘먹고...^^)
    쇠솥이 없어서 돌솥에 했어요.
    흰쌀밥(저희 12가지 잡곡 섞은걸 먹어서)도 너무 오랜만에 보고.. 넘너무 맛있게 잘되서 감탄을 했는데..
    그 감탄도 잠시잠깐... 뜸들일때 굴을 넣고 뚜껑닫았거든요.. 한번 휘익 젖구...
    근데... 죽밥이 된거예요...굴에서 그렇게나 많은 물이 나올줄 몰랐어요.
    그래도 신랑.. 자기가 좋아하는 굴...이라며 맛있게 비벼서 잘 먹데요..
    눌러붙은 누룽지 담날 아침에 물부어 끓여줬더니.. 그것도 고소하니 맛있다구..자주먹제요.

    저..정말 많이 배워요...

  • 6. 김혜경
    '03.3.11 12:13 PM

    현경님 아마도 저인듯... 무슨 프로였나요? 궁금해라! 혹시 제가 오보한 기사인가요?? 아이고 창피해.

  • 7. 체리
    '03.3.11 1:23 PM

    KBS 2TV 11시 러브 스토리였어요.
    해외 토픽 소개하는 신문에 김혜경 기자라고 써 있었어요.
    저는 선생님이구나 생각했는데.
    오보한 기사 아니고, 바람피운 남편 골탕 먹인 후 이혼하는 미국 여자 얘기를 상세히 보도한 내용이에요.스포츠 신문 기자 하실 때였나요?

    코스트코 커넥션(맞나요?)에 사진 예쁘게 나오셨데요.

  • 8. 김현경
    '03.3.11 2:01 PM

    맞으시구나..*^^*
    딴때는 건성으로 보는데, '김혜경'이란 글자만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아마도, 혜경님(에구,,호칭을 어찌해야할지,,갈수록 막막하네요..혜경님? 큰언니? 선생님? )
    여기 매일 들어오다보니 사교클럽의 멤버가 된듯한 기분이에요.
    지야, 도움되는것 없이 매일 질문만 하지만요...^^ㆀ
    하도 이 사이트 자랑을 해놨더니, 내가 음식 만드는법 잘 모르겠다고 하면,
    이젠 울 남편도 거기다가 물어봐? 그 사이트에 없어? 하는거있죠.
    하여간,, 나날이 발전하길 바라겠습니다.

  • 9. 김혜경
    '03.3.11 4:51 PM

    그거 아주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기사인 것 같은데... 좀 부끄럽네요...

  • 10. happyday~
    '03.3.11 8:54 PM

    저두 오늘 코스트코 갔다왔는데...
    지금 케넥션잡지 보니까 진짜 나오셨네요.....(디게 이쁘게....웃는 모습이 넘~ 이쁘시네요)
    그릇두 제가 좋아하는 쯔미벨무스터 인가봐요....
    마치 울언니가 나온것처럼 잠시 빙그레~ 웃었습니다.......

  • 11. 김혜경
    '03.3.11 9:06 PM

    호호호, 해피데이님 보셨나요?
    사진 잘 나왔죠?

    그리고 현경님 호칭 좋을 대로 부르세요, 이것 저것 거북하면 그냥 김선배라고 부르시던가요. 제가 회사에서 제일 많이 들은 호칭이라 제일 편하네요.

  • 12. 잠비
    '06.6.6 11:04 PM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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