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웃기는 [스테이크] 상차림

| 조회수 : 8,404 | 추천수 : 198
작성일 : 2003-03-02 20:09:39
오늘 저녁 뭐해서 드셨어요? 멋진 거, 맛난 거 드셨나요?
전 너무 웃기는 저녁 먹었어요.

주말에 한끼 정도 고기는 먹어야겠고, 아직도 냉동고 터져나가라 들어앉아있는 재료들도 정리를 좀 해야겠고 해서 스테이크꺼리를 꺼냈어요. 설에 들어온 건데 알등심이라나, sirloin 이래요, 하여간 내로라하는 호텔의 델리 껀데 고기랑 통감자 소스가 세트로 들어있는 거예요. 4쪽이 밀봉되어 포장되어있어, 딱 먹기 알맞는 것 같아, 낮에 잠시 외출할 때 주방에 꺼내놓고는 5시쯤 들어와보니 잘 녹아있더라구요. 통감자역시 잘 녹아있구요.

보통은 양파즙 내서 재기도 하는데 오늘은 양파도 딱 떨어졌고 시간도 없고 해서 고기망치로 앞뒤를 두드리고 양파가루를 뿌렸어요. 그리고 시즈닝솔트로 밑간을 했죠. 다른 때는 프라이팬에 구우면서 소금 후추를 뿌리지만 귀찮아서...정말 요새 왜 이렇게 모든게 귀찮은 지 모르겠어요, 몸이 너무 고달퍼서 그런가?

감자는 날 것인줄 알았더니 이미 한번 구워낸 거더라구요. 그래서 프라이팬에 놓고 덥혔어요.

다른 준비가 다 끝난 후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가장 센불에서 고기를 지졌어요. 온집안으로 퍼지는 버터와 양파향이란... 양파는 음식맛도 맛이지만 일단 요리할 때 요리하는 사람의 코를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저만 그런진 몰라도 전 양파가 프라이팬에서 익는 냄새만 맡으면 행복해지거든요.
지지는 방법은 일단 한면을 세게 익히는 데 핏물이 위쪽으로 살짝 올라오면 뒤집어서 익히다 역시 핏물이 살짝 올라면 불을 한단계 낮춰서 핏물이 위면으로 아주 많이 올라올 때까지 익힌 후 뒤집어서 조금더 익히면 되요.
핏물이 고기의 윗면에 올라온다는 건 불기운이 고기의 조직을 한번 통과했다는 뜻이래요, 즉 어지간히 익었다는 뜻이죠. 이렇게 핏물이 아주 많이 올라오도록 익히면 웰던 상태가 적당히 올라오면 미디엄, 핏물이 슬쩍 올라왔을 때 썰어보면 틀림없이 레어에요.

겐조의 팔각접시에 고기와 감자를 담고 상에 냈는데...
여기서 끝난다면 이게 왜 웃기는 스테이크 상차림이겠어요, 곁들인 음식들이 너무 웃기는 거죠.

평소같으면 마늘빵도 굽고 브로콜리 같은 것도 버터에 볶아 가니쉬로 내고, 스프도 끓이고 했을 텐데, 단지 귀찮고, 준비된 것들 모두 먹어버리려고, 스프 대신 묵국수를 냈어요.
가니쉬는 감자가 고작이고, 마늘빵 대신 가마솥밥이 올라갔고, 샐러드는 오리엔탈 드레싱을 얹은 양상추와 오이가 전부. 그래도 샐러드랑 묵국수는 아주 예쁜 유리그릇에 담아서 포장은 그럴싸하게 했죠.

제일 웃기는 건 후식, 그건 숭늉과 눌은밥이었어요.커피 대신 숭늉으로 입가심을 한 거죠.


그런데 말이죠, 더 재밌는 건 묵국수랑 스테이크가 아주 잘 어울린다는 점이에요. 묵국수 한입먹고 고기 한점 먹고..., 묵국수에 들어있는 김치무침과 김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줘서 또다시 고기를 부르고...
저만 그런가 싶어서 kimys에게 물어봤더니 kimys도 괜찮다는 거예요.

하여간 이렇게 차려먹고 나니 설겆이는 정말 편하대요, 단하나도 음식 찌꺼기가 안남았거든요.

오늘 전 자신을 얻었어요. '식탁은 차리는 사람 맘이다' 하고...
사실 스프도 끓이고 샐러드도 사우전 아일랜드 드레싱 만들어서 무치고 했으면 오늘 스테이크 못먹었을 거예요. 되는 대로 묵국수에 밥에 샐러드에 차리니까 된거죠.
이젠 되는 대로 할래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박혜영
    '03.3.2 11:48 PM

    퓨전이 따로 있는게 아니죠?^^
    정말 맛잇게 드셨을것 같은데요?

  • 2. 잠비
    '06.6.6 10:42 PM

    내일 국거리가 없길레 스테이크 거리 얼려 놓은거 맹물에 넣어 삶아 놓았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 넣고 맑은 국 끓어 먹으려고요.
    나이와 꽤가 비례로 갑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78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98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98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71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01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1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7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98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5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20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7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08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33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10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6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79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83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42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01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5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18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5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23
3324 산책 14 2013/11/10 13,361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2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