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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소박한 밥상 1 - [굴밥]

| 조회수 : 6,978 | 추천수 : 239
작성일 : 2003-03-01 19:36:27
저희 집 요즘 메뉴의 슬로건이랄까, 모토랄까,하여간 이런게 뭔 줄 아세요?
'소박한 밥상'이랍니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는 궤를 달리 하지만 하여간 소박하게 먹자는 게 저희 집 전가족의 공통된 생각이랍니다.
병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했던 친정아버지의 병환이 적지않은 충격을 준데다가, 아무래도 체중을 조절하려면 적게 먹어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 저녁 굴밥과 미역국, 도토리묵무침으로 식탁을 차렸어요. 휴일 저녁 메뉴치고는 정말 너무 단촐하죠? 온가족이 모이기 힘든 가정은 주말 저녁이 되면 나가서 질펀하게 외식을 한다든지, 아니면 집에서 지지고 볶고, 근사하게 먹는데...

어제 저녁에 쒀뒀던 도토리묵에 오이만 썰어넣고 묵을 무치고, 냉동고안에 있던 불려놓은 미역꺼내서 국을 끓이고, 그리고 난생처음 굴밥이라는 거 해보고...

저희 친정어머니는 콩나물밥외에는 김치밥이니 굴밥이니 하는 별미밥 잘 안해주셨어요. 오로지 콩나물밥... 그러니 당연히 집에선 굴밥 못먹어봤죠, 물론 회사 다닐 때는 굴밥아니라 더한 별미밥도 먹어봤지만...

하여간 굴밥을 하려고 깊이깊이 넣어뒀던 무쇠솥을 꺼냈어요. 꺼낼 때는 속으로 '녹이 잔뜩 슬었을텐데...녹 닦아내려면 애좀 먹을텐데...'했는데 의외로 아주 깨끗했어요. 물로 한번 헹궈내고, 가스불로  말리고, 철판 닦아내는 기름솔로 한번 훒어내고... 그리곤 밥을 안쳤어요. 밥물은 평소 밥물보다 약간 적다 싶게 잡았구요.
어떤 요리시간에 얼핏보니까 밥이 뜸들때 굴을 넣으라고 했던 것 같았거든요,굴에는 수분이 많으니까 평소 밥물처럼 잡으면 질어지겠다 싶어서 그랬어요.
무쇠솥에서 김이 폴폴 새어나오는 게 밥이 다 됐다 싶어서 열어보니 역시나.
깨끗히 씻은 굴을 그 위에 얹고 뚜껑을 덮었어요. 물론 불은 뜸들이는 불.
오늘은 단 세식구뿐이라 쌀을 계량컵으로 단 한컵만 씻었구요, 굴은 봉지굴(작은 봉지로) 2봉지에 2천얼마 준거 다 넣었어요. 굴은 익으면 작아질 뿐아니라 다른 재료 하나없이 굴만 들어가는데 적으면 맛이 없을 듯 해서요. 요리책에는 무채넣고 굴무밥을 하라고 되어있었던 같지만 마침 집에 무도 없고 해서 굴만으로 정말 순수한 굴밥을 지은 거죠.
굴을 넣고 한 3분후 뚜껑을 열고 주걱으로 밥과 굴을 잘 섞었고, 2분쯤 있다가 불을 껐어요.밥과 굴을 섞는데 굴향이 얼마나 좋은지...주걱에 붙은 밥알을 떼어내 입안에 넣어보니 굴 고유의 바다내음이 배어있더라구요.

무쇠솥째 내가서 식탁에서 시어머니랑 kimys랑 보는 앞에서 굴밥을 푸니까, kimys 너무 좋아하는 거 있죠?
양념장은 도토리묵 무칠 때 같이 준비해뒀어요. 간장 맛간장 참기름 깨 후추 파마늘다진 것, 이렇게 넣은 거요.


참 간단한 식탁이었지만 먹고 나니까 참 뿌듯했어요. 바다의 우유라는 굴, 피를 맑게 한다는 미역, 건강식품인 도토리, 요런 것 먹어서...
그래도 내일은 고기 한번 먹어야할 것 같아요, 고기 오래 안먹으면 헛헛증이 난다는데...

그런데 말이죠, 요새 젊은이들은 굴을 잘 안먹는 것 같아요. 아니 굴뿐아니라 멍게니 해삼이니 하는 흐물흐물한 식품들을 잘 안먹는 것 같은데, 먹어두세요, 정말 건강식품이랍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smine
    '03.3.1 11:07 PM

    저두 오늘 굴밥 해먹었는데...ㅎㅎ . 전 무도 넣었거든요. 무쇠솥 없어서 큰 뚝베기에다.....
    울 신랑 고기 없음 밥 못먹어서 삼겹살 쬐끔 구워줬는데, 방금 끝난 당뇨(추적60분)보고는
    주지말 걸 후회했답니다. 음식이 모든 질병을 고치고 음식때문에 사람이 죽고 사는것 맞는것 같아요. 저도 식도락이지만 맛있는 것 보다 잘 먹는것에 대해 평생 연구하고 싶습니다.

  • 2. 김현경
    '03.3.2 9:21 AM

    저도 친청엄마 쓰러지져서 먹는것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식습관이란게 한번에 바뀌진 않네요. 예전엔 시어머님이 먹거리에 대해 걱정하시면, 그렇게먹어도 살사람은 다 살아요~~하고 시어머님 말씀에 빈정거리던거 고쳐야겠어요. ㅜㅜ

  • 3. 김수연
    '03.3.2 10:44 PM

    굴밥을 그렇게 간단하게 할 수 있구나... 한 수 배웠습니다.

  • 4. 사과국수
    '03.3.3 9:43 AM

    지난달 쿠켄주제가 소박한밥상이었는데...^^.. 혜경님댁두?..
    소박한밥상은?.. 재료에 대한 음미를 느낄 수 있고 차분한 마음을 갖게 하는것 같아요.
    요리하는거 좋아하지만 저도 소박한음식으로 아주 맛깔스럽게 요리하고 싶은 바램입니다. ^^

  • 5. 때찌때찌
    '03.3.3 1:39 PM

    저희 신랑두 굴밥해서..............밥상차려주면..엄청 좋아하겠는뎅..
    저두 굴을 못먹거든요... 조개류, 해삼, 멍게 요런거 좋아하는데..요거이..굴은 정말...
    시어머니께서 김치를 굴넣구 몇가지 해주셨는데..그거 닿는 부분도 저 안먹어요.
    한번은 굴국을 끓여달래서 끓여는 줬는데..저 국물 딱 한번 먹구는 신랑이 다 먹구...

    굴밥...밥을 솥에다가 한번 했다가 실패해서 자신은 영 없는뎅...
    해봐야겠어요. 신랑 건강과 기분을 위해서...

  • 6. 박은희
    '03.3.3 6:27 PM

    저도 그냥 날로 먹는 굴은 못 먹는 데 굴밥은 아주 자~알 먹져...ㅋㅋ
    아직까지는 굴이 싸기 때문에 가끔 굴밥을 해 먹져.
    무우가 있으면 조금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밑에 깔기도 하지만 없음 당연히 안 깔고 하져.
    역시 노하우는 밥 뜸들일 때 굴을 넣는다는 거!
    이것만 잊지 않는다면 무우를 넣든 안 넣든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있는 굴밥이 될 거랍니다.^^

  • 7. 최금연
    '03.3.6 10:43 AM

    아하.. 그렇군요.. 저는.. 전기밥솥에 첨부터 굴을 넣고 했었어요.. 그래서 실패했나봅니당.. 굴값오르기 전에 한번 더 해봐야겠어요.. 소박한 밥상이라.. 흠.. 저는 고기를 이틀건너 먹거든요.. 고기를 넘넘 좋아해서.. 고쳐야지 하면서도 잘 안되네요..

  • 8. 잠비
    '06.6.6 10:39 PM

    <소박한 밥상>을 읽고 독후감을 쓴 적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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