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업그레이드 [캠핑찌개]
호박오가리를 넣은 고추장찌개, 북어를 넣은 된장찌개, 대구찜, 양곰탕, 시래기지진 것...
오늘은 친정어머니랑 일산의 하나로클럽엘 다녀왔어요.
며칠전 문득 그러시더라구요.
"조선간장이 없는데...복희(제 사촌언닌데 저희 친정어머니랑 동갑이에요)가 오면 좀 담그라고 해볼까..."
혼잣말처럼 이러시는 거예요.
저희집이야 아파트니까 장을 담글 수 없고, 엄마의 며느리들은 조선간장없이도 잘 지내지만 유독 저는 조선간장예찬론자라, 저를 위해서라도 꼬박꼬박 장을 담그셔요.
그런데 지난해 담근 간장은 분량 조절에 실패했는지, 유난히 양이 적어서, 다른때는 3년씩 두고 먹기도 했는데 이번엔 거의 간장독의 바닥을 드러낸거죠.
"엄마 간장 담그기 어려워?"
"별거 아냐, 왜 니가 한번 해볼래?"
"엄마의 지시대로 할 순 있지"
"그럼 말일이나 아님 말(馬)날을 잡아서 한번 담가 볼까?"
그래서 오늘 메주사러 하나로에 갔었어요.
간김에 우리 시어머니 쒀드리려고 도토리가루도 사고, 호박오가리도 샀어요.
해마다 가을이면 호박을 얄팍얄팍하게 썰어서 말리시던 친정어머니의 호박오가리보다 더 뽀얀 호박오가리를 샀죠.
"그거 왜사니?"
"고추장 찌개 끓여먹으려고, 엄마가 잘 끓여줬잖아"
"호박오가리 넣고 끓이면 시원하지. 근데 어떻게 끓이려고?"
"뭘 어떻게 끓여 그냥 끓이지"
"호박오가리를 넣는 고추장찌개는 소고기로 끓여야 맛있어"
사실 전 캠핑찌개 끓이듯 돼지고기 넣고 아무 채소나 모두 쓸어넣고 호박오가리 불린 것으로 포인트를 주려고 했었거든요.
돌아와서 고추장에 쇠고기를 넣어 잘 볶다가 국물(맹물)을 붓고 끓인 후 감자 넣고, 불린 호박오가리와 불린 표고버섯채 넣고 양파랑 파랑 마늘이랑 넣어 끓였어요. 쇠고기를 넣은 이 찌개는 돼지고기를 넣은 것보다 담백하고 시원했어요.
돼지고기를 넣은 것도 맛이 있지만 쇠고기를 넣은 것도 좋더라구요.
그런데 찌개를 끓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캠핑찌개와 다른 점이라곤 호박을 그냥 넣었냐, 말린 걸 불려넣었냐 차이뿐인데 왜 고기가 달라져야하지..'
아마 어머니께 여쭤봐도 대답 못하실 거예요. 단지 어머니의 경험으로 아는 건데...
전 아직도 어머니를 따라 가려면 멀었나봐요, 여전히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제대로 맛을 내니까 말이에요.
p.s. 돼지고기를 넣은 캠핑찌개는 쿠킹노트 53번에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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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asmine
'03.2.27 10:19 PM그냥 쓰신대로 끓이면 되나요? 간은 소금으로 하나요, 아님 새우젓인가요? 고기는 양념 따로 안하나요? 그냥 다져서 넣는건지? 고춧가루는? 레시피 좀 정확히 알려주시면.....
예전에 남도 식당에서 먹어봤는데, 어찌 하는지 몰라서. 갑자기 너무나 먹고 싶당.....2. 김혜경
'03.2.27 11:11 PM고추장과 쇠고기를 좀 볶아요. 고기를 따로 양념 안하구요, 보통 국거리 썰듯 잘게 썰면되구요, 저희 친정 고추장 같으면 더이상 간을 안해도 되는데 저희 집에서 먹는 고추장은 시이모님이 보내주시는 건데 좀 싱거운 편이라 소금으로 좀더 간해야해요.
칼칼한 것이 좋으면 고추가루를 조금 더 타셔도 되구요..3. 김은정
'03.2.27 11:45 PM호박 오가리 얼마 정도 불려야 하나요? 제가 어렸을 때 호박 오가리 참 좋아했었는데, 이제는여쭤 볼 수도 없고.. 캠핑 찌개 말고도 호박 사용해서 다른 음식 만드는 법 있으면 좀 가르쳐 주세요.
4. honeymom
'03.2.28 12:25 AM호박 오가리..참 정겨운 이름이죠?
우리 친정에서만 쓰는 사투리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라도에서는 들깨 갈아서 여기저기에 많이 넣거든요.
특히 대보름 나물들..그중에 호박 오가리 나물도 맛 있었어요.
돼지고기,콩나물 넣고 끓이는 김치찌개에도 호박 오가리 넣어서 끓여주셨었는데..5. 흑진주
'03.2.28 9:40 AM호박오가리? 첨 들어보는 말인데요. 호박을 둥글납작하게 썰어 말린 건가요? 보름나물로 먹는? 그걸 물에 불려서 찌개에도 넣나보죠? 제겐 참 새롭네요.
6. 김수연
'03.2.28 4:42 PM간장담그는 법 공유해요. 저두 여기저기 잘하신다는 분들 것 다 긁어모아놨는데,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언젠가는 시도해야죠. 고추장,,, 된장도... 제가 성공하는 그날!!! 82cook식구들은 제 장맛에 절대적인 후원자가 되어줘야 해요. 그래야 신나서 또 담그고, 또 담그죠..ㅎㅎㅎㅎ
근데.. 그날이 언제나 오려나...7. 김혜경
'03.2.28 8:07 PM네 호박 썰어서 말린 걸 호박오가리라고 해요.
나물도 하는데 저희 친정에서는 주로 고추장찌개에 넣어먹었어요.
옛날 호박구하기 어려운 겨울에 주로 그렇게 했죠.8. 잠비
'06.6.6 10:36 PM호박 오가리 불려서
소고기와 함께 볶아 먹는다.
잘게 썰어서 식용유에 볶다가 계란 넣고 익을 때까지 뒤적거려 섞는다.
된장찌개에 넣는다.
대충 이렇게 먹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