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어떤 생일선물

| 조회수 : 7,633 | 추천수 : 171
작성일 : 2003-01-14 16:58:39
내일이 저희 친정어머니 생일이에요.

3년전인가 4년전인가 어머니 생일날 아침 전화를 걸었어요.
엄마가 받았는 지만 확인하고 여보세요 소리도 하지않은 채 막바로,
"겨울에 태어난 나만의 당신, 눈보다 더 하~얀 나만의 당신,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이렇게 노래를 불렀어요.
전화통에다 대고 노래를 부르려니 참 어색하고 민망했지만 꾸욱 참고 끝까지 노래를 불렀답니다.
노래를 다 부르고 났는데 조용해요.
"엄마? 엄마?"
"그래 듣고있어"
엄마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있는 것 같았어요.
"엄마"
"너, 왜 그렇게 사람 감격시키니?"

어머니 생신 바로 전주말 삼남매와 그들의 짝, 그리고 그 사이의 열매들 모두 모여서 저녁식사도 하고, 선물도 안겨드렸지만, 막상 당일날이 되니 서운해서, 올케들은 다시 미역국 끓여드리러 간다지만 전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 이벤트(?)를 마련한 건데 약발 강하게 받은 거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해였어요. 생신 당일날 저녁 늦게 전화했더니
엄마왈
"너 이번 생일엔 왜 노래 안해줘? 아침에 전화 기다렸잖아"
오 이런.

호호, 굉장히 인상적인 선물이었던가봐.

사실 어른들 선물, 물론 현금 듬뿍, 값나가는 선물 왕창 안겨드리면 좋겠죠. 그런데 꼭 그런 게 아니라도 어른들을 감동시킬만한 이벤트는 얼마든지 있죠.
물질보다 더 좋은 선물은 마음이잖아요.
워낙은 지난 주말에 어머니 생일 식사를 해야하는데 저희집 제사 때문에 내일 저녁에 모이기로 했는데, 선물을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현금으로 드려야 하는지, 아님 제 책이 나온 다음부터 '이쁜 그릇' 타령을 하시는데  그릇 선물을 해야할지...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소영
    '03.1.14 5:28 PM

    저도 예전에 신랑이랑 사귈때.. 생일선물로 노래해준적 있었어요..
    그땐 삐삐밖에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삐삐에 녹음해줬었죠.
    푸른하늘의 '생일축하'인가.. 제목이 잘... ^^;;;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모여서~ 당신의 기쁜 날을 축하합니다~~~~~~~~~ 하는 노래예요..
    며칠전부터.. 흥얼흥얼 노래 연습하고.. 당일날 아침 일찍 녹음하는데.. 목소리가 안나와서 몇번씩 실수하고... ㅋㅋㅋ
    해준 저도.. 받은 신랑도.... 쪼매 감격스러운 선물이었죠.. ^^

    근데.. 왜 저는 울엄마한테는 그런걸 못할까요.. 하핫;;;;;
    큰형님 글 읽으면서.. 울엄마한테도 조금은 미안한 맘이 생기는데....
    흠.. 엄마한테 그런걸 해준다는 상상하면.... 닭살 돋아요.. ^^;;;;;
    신랑한테는 별짓 다 하면서.. 우째 엄마한텐.. 그리 못하는지...... 쩝...

  • 2. 빅젬
    '03.1.14 5:37 PM

    이벤트 2탄을 준비하세요..

    매년 이벤트 걸(~~)이 되는것도 좋지요!!!

    왜 녹음 인형 있잖아요.. 아이들 가지고 노는거요...
    거기다가 녹음해서 예쁘게 포장해서 드려보세요... 호호...

    아마도 백화점이나 여고앞 선물의 집에는 다 있을 듯...

    그리고.. 본선물(현금이 좋겠죠? 실물을 그냥 있으니..)을 드리는 거죠...

    사실 이벤트걸은 바쁘답니다... ^^

  • 3. 초록부엉이
    '03.1.14 7:18 PM

    김혜경 선생님의 친정 어머님이신 김원옥 여사님!!!

    진심으로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훌륭하신 따님두신것 정말 부럽습니다,(매우 외람된 말씀인지는 알지만)

    그리고 존경합니다.

    일밥책에서나 82에서 엿볼수 있는 선생님의 삶에서

    친정어머님의 모습까지 보았습니다.

    저는 먼 훗날 사람들이 제 두딸을 통해 그려볼 친정어머니,

    즉 저의 모습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진심으로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따님을 통해

    더 맛나고 손쉬운 요리비법 많이 많이 전해 주세요.

    제가 올해 여든넷 되신 저희 친정할머니께 하는식으로 한번 인사드려볼까요.

    "할머니,생신 축하해.아프지 말고 건강하셔.응? 알았지?"

  • 4. 초록부엉이
    '03.1.14 7:34 PM

    그거 궁금해요.자세하게 여쭤봐 주세요.
    전에 강미중님께서 말씀하신적이 있는데
    고추장 풀어 끓인다는 우거지찌개요.
    고추장만 넣는지 된장이랑 섞어 넣는지...
    그 차이만 있는건지....

  • 5. 임미영
    '03.1.14 10:10 PM

    이거야말로 감동의 도가니탕이로군요.
    혜경님 친정 어머니 생신을 축하합니다.

    저는.. 그런 이벤트 정말 못할 것 같은데..
    혜경님께 존경을 보내드립니다.

  • 6. lynn475
    '03.1.14 10:14 PM

    "얘. 언제 내가 금은 보화를 달래드냐? 그 마음을 좀 달래는거지?"

    생일즈음 하시믄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팔순의 노모는 그러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마음을 주는것이 왜그리 힘든지.

    "니자식헌티 주는거 10/1만 날 줘봐라" 이러시던데.

    꼬박꼬박 생활비는 보내드려도 그 마음은 꼬박 꼬박 못 챙겨드리니.

    한 수 배웠습니다.

  • 7. 김혜경
    '03.1.14 10:25 PM

    초록부엉이님 우거지찌개요, 된장에 고추장 섞어서 끓이는 거예요.
    바로 그 우거지찌개 부분이 웃기는 건데 똑같이 김원옥여사에게 배웠는데 딸인 제게는 된장만 풀라고 한것 같은데 며느리인 강미중에게는 고추장도 풀라했다니...원, 쩝

  • 8. 권성현
    '03.1.14 10:57 PM

    행님의 친정어머니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행님과 어머니 사이는 참 부러워요.
    전 친정어머니와 오손도손 이야기 한적이 별로...
    무척 엄하셨죠.제가 결혼전까지 "어머니,어머니"라고 했으니깐요.
    친정엄마와 오손도손 잘 지내는 분들 보면 참 부러워요.
    생신선물은 현금보다는 예쁜 그릇이 좋을것 같아요.
    현금은 너무 차가워 보여요.
    친정어머닌 현금을 좋아하시겠지만은요.

  • 9. 체리
    '03.1.15 1:13 AM

    일.밥.과 82쿡에서 느낀 점 중 하나
    혜경 선생님의 친정 어머니 존경스럽습니다.
    솔직히 선생님이 부럽기까지
    .
    친정 어머니께서 자유게시판에 남기신 글을 보니
    저도 가슴이 찡하더군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십시요.

  • 10. 김영주
    '03.1.15 1:48 AM

    저두 혜경님 친정어머님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 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하구요.
    82cook식구들이 너무 부지런해서 그런지 아님 제가 게으른건지...
    항상 뒤늦게 써 놓으신 글들 읽다보면 어찌 제맘 같은 말들을 다 써놓으셨는지...
    그래도 같이 동참하여 수다를 떨고픈 맘에 몇자 올려봅니다.

  • 11. 제니맘
    '03.1.15 2:38 AM

    넘 존경스럽네요. 선생님.
    전 쑥쓰러워서 못할거 같은데.....

    엄마한테 하고픈 말은 많지만
    쑥쓰러워서 안그런척 넘어가는 일이 많거든요.

    울 딸들은 그럼 안되는데. ㅎㅎㅎ

    울 친정엄마는 생신이 구정다음날이라서
    식구들이 아침부터 모여서 축하해드리긴 하지만
    명절 뒤끝이라 음식도 그렇고,
    거기다 엄마가 넘 힘드셔서
    정작 당신은 쉬고 싶으실거예요.

    올해는 그나마도 생신날 같이 있을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불효중에 큰 불효죠.
    정말 부럽네요.

  • 12. 아우여우Vm~~
    '03.1.15 10:42 AM

    저두 축하드려요~~~(*^^)/ ---->-@
    맘이 찡하네요..
    가족들 다같이 모여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13. 이영심
    '03.1.15 2:08 PM

    저도 찐하게 축하드려요. *^^*
    그럼 오늘의 특별한 상차림을 기대해도 ....

  • 14. 김혜경
    '03.1.16 12:19 AM

    오늘 아침, 아니 벌써 어제가 됐네요, 또 전화로 노래불러드리고, 여러분들의 축하메시지도 전해드렸어요. 어머니가 얼마나 감격하시던지..., 회원들께 너무 고맙다고 전해달래요.

    그런데 오늘로 예정됐던 가족모임이 18일로 연기됐어요. 오빠네 애들(대학교 1학년 중 3짜리) 두 녀석이 모두 빠질 수 없는 학원수업이 있다고 하자 어머니가 연기하자며...
    전 어른 생일 지나고는 안하는 거라고 했지만 어머니가 손주들없이는 재미가 없대요. 저희 어머닌요, 자식보다 손주들이 더 예쁜가봐요.
    그래서 동생네 가족이 대표로 저녁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셨고 온가족이 모두 모이는 건 토욜로...

    그런데 뭘 하느라고 쿠킹노트 업데이트도 못했냐고요? kimys의 후배이자 제 후배이기도 한 후배가 찾아와서 같이 저녁먹고 차마시느라...
    히히, 용서해주세요. 이따가 저녁때 영양가있는 글, 올리도록 노력할게요.

  • 15. 잠비
    '05.10.19 1:54 PM

    며칠 전에 생일을 지냈습니다.
    예쁜 며느리가 아버님께서 꼭 생일케익을 사라는 압력을 넣어서 함께 코스트코 간 김에
    고구마케익 하나 들고 왔는데... 초가 없잖아요.
    집에 있는 커다한 뭉치 초 하나 꺼내서 불 켜고 생일 축하노래 불러 주더군요.
    생전 처음으로 생일 이벤트 했습니다.
    어머니께 효녀인 김혜경 선생님도 우리 며느리 만큼 예쁘십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78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98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98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70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01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1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7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98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5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20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7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08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33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10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6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79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83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42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01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5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18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5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23
3324 산책 14 2013/11/10 13,361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2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