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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속임수 권하는 가정!! [도라지 나물]

| 조회수 : 7,387 | 추천수 : 185
작성일 : 2002-12-23 18:58:04
여러분들은 무슨 반찬이 제일 어려우세요? 국, 찌개?
제가 젤로 하기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건 나물이에요. 특히 도라지 나물이요...

아, 도라지와의 그 처절한 전쟁...
어느날은 무르지않아 날 괴롭히고, 어느날은 곤죽이 되어버려 날 부끄럽게 만들고, 어느날은 소태처럼 써서 날 신경질나게 만들고.
저희 어머니는 "약한 불에 오래 볶아 맛있다", 이거 하나만 가르쳐주시고, 친정어머니는 간을 국간장으로 하는 스타일이라 내 맘에 안들고.
게다가 요리에는 별 관심이 없는 아래 동서가 나물만큼은 기막히게 볶아 날 기죽이고..., 하기야 기름 엄청많이 두르고(나물을 먹고 나면 그 접시에 다시 나물을 볶아도 될만큼 기름이 흥건할 정도), 화학조미료 엄청 뿌려대면 될 듯도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싫고.

어느날 요리시간에 보니까 너무 약한 불에 볶지말고, 기름 대신 양지머리 육수를 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마침 양지머리 육수가 있길래 해보니까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양지머리 육수가 그렇게 자주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얼마전에 진육수 있죠? 그걸 물 반컵에 찻술로 채 하나가 안되게 타가지고 도라지를 볶았더니 가족들의 젓가락 집중!!
오늘 다시 해보니 역시 성공!
제가 해본 방법 알려드릴게요, 혹시 시댁에 가서 나물을 볶아야할 새댁들 한번 눈여겨 보세요.

1.우선 도라지를 소금물에 잠시 담궈두세요. 그리고 손으로 바락바락 주물러서 씻으세요. 이 과정 건너뛰면 저를 신경질나게 만드는 쓴 도라지나물이 됩니다.
2. 도라지를 알맞은 크기로 자르세요. 너무 길면 먹기 사나워요.
3. 우묵한 팬을 달군 다음 식용유를 두르세요. 그리고 도라지를 넣어 일단 한번 볶으세요. 불은 요, 가스의 중간불, 즉 중불입니다. 시종일관 중불로 쓰시면 되요. 이때 일단 도라지의 몸에 기름이 대충 묻는 듯 하는게 좋아요.
4. 재빨리 물 반컵에 진육수 한찻술 채못되게 넣어서 잘 푸세요.
5. 도라지의 몸에 기름이 어지간히 묻은 듯 싶으면 타놓은 진육수물의 3분의 1 정도를 프라이팬에 붓고 뚜껑을 닫으세요. 그리고 아주 잠시만 다른 일을 하세요. 전 이때 대충 도라지를 담가뒀던 볼과 도마, 칼을 닦아요.아, 중간에 한번 도라지 뒤집구요. 이렇게 뚜껑을 덮어 익히는 과정을 거쳐야 날 괴롭히던 익지않은 도라지가 되지않습니다요.
6. 이제 뚜껑을 열어보면요, 바닥에 물기가 있어요. 도라지를 뒤적뒤적하면 이 물기가 금방 날라가요. 그러면 다시 진육수물 3분의 1을 또 붓고 뒤적여요. 물기가 또 사라지면 나머지 물을 다 부어요. 그리고 소금을 뿌립니다. 진육수물은 아무래도 간이 있으니까 소금간하면서 한번 씹어보세요. 소금간이 어지간히 됐으면 다진 파마늘, 그리고 참기름을 넣고 잠시 볶다가 불을 끕니다. 이거 너무 오래하면 날 부끄럽게 만든 곤죽 도라지나물이 된답니다.

여기까지가 기본인데요, 전 오늘  올리브오일로 볶았어요. 그래서 참기름은 안썼어요.
올리브향 즐기려구요...

어때요, 어려운가요? 설명이 좀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핵심은 기름 대신 진육수물을 넣으라는 거, 뚜껑을 덮어 잠시 익히라는 거, 그리고 약한 불에 볶지말라는 거, 이거 뿐이에요.

그런데 왜 속임수 권하는 가정이냐구요? 지난번에 맹물을 넣고 볶았더니 맛있다는 얘기를 안하던 가족들이 진육수 국물로 하니까 맛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니까 그렇죠!! 아무래도 제가 쓰지않는 화학조미료가 좀 들었을텐데...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꽃게
    '02.12.23 7:58 PM

    도라지 나물은 말린 도라지로 하면 맛있는데 ...

    친정엄마는 도라지가 많이 날때 도라지를 까서 말리시거든요.
    늘 엄마한테서 말린 것 얻어다 먹었는데 요즘은 철도 없이 도라지가 많이 있으니까 저도 할 일 없을 때 조금씩 까서 말리거든요. 도라지는 원래 수분이 많지 않아서 잘 말라요.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이 귀찮은 걸 왜 또 해 ? 하곤 또 한답니다.
    이렇게 말린 도라지를 따뜻한 물에 서너시간 담궈서 불렸다가 볶으면 모양도 그대로 있고 쓴 맛도 없어져요.
    참 그리고 도라지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볶아도 매운맛이 가시더라구요. 볶기도 쉽고...

    그런데 도라지는 좀 쌉쓰름해야 제 맛이 나는 것 아닐까요?
    음식도 쓴 것은 쓴대로 제맛을 느끼고 먹어야 하는데 자꾸 맛을 감추게 되는 것 같아요.

  • 2. 빈수레
    '02.12.23 8:10 PM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음식은....콩나물국, 콩나물무침, 일명 물김치라 하는 나박김치.

    재료 본래의 맛만으로 먹는, 양념 안 들어가는 음식이 젤 어려워요, 흑흑.

    나박김치는, 물 때문에 간 맞추기가 어렵구요, 또 전 조미료는 물론이고 설탕도 안 쓰거든요.
    (친정아버지 식습관때문...심장병도 있으시고 당뇨도 오래 되신지라 그 맛에 가장 오래 길들여진 저(막내)는, 밥반찬에 설탕 들어간 것이 참 싫더라구요)

    아, 맨날 포기김치만 담가먹는 사람이, 물김치 어렵다고하면...도대체 믿어주질 않으니 비법도 설탕 넣는 것만 갈쳐준답니다, 난 다른 것보다 김치류에 설탕단맛이 나면 정~~말 못 먹겠던데 말입니다....

  • 3. 김혜경
    '02.12.23 8:12 PM

    아,꽃게님 그렇겠네요. 불리는 동안 쓴맛이 많이 빠지겠네요.
    그리고 쓴맛, 맞아요, 도라지에 쓴맛도 돌아야하는 건데 가족들이 도리질을 쳐버리니 원, 쩝.
    게다가 국산도라지 좀 비싸요? 별로 많이 사지도 않았는데 6천원어치... 닭고기보다 훠~~얼씬 비싸더라구요.

  • 4. 나물이
    '02.12.23 8:22 PM

    나물이 미오하지 마세요 ^^

  • 5. 꽃게
    '02.12.23 8:44 PM

    빈수레님ㅋㅋㅋㅋ
    저두요 젤 어려운 것이 콩나물 무침이예요.
    저두 조미료는 싫어하거든요.
    제가 하는 방법인데 한번 해보세요.
    콩나물국은 멸치 다시물을 부어서 끓이세요. 아님 양파를 넉넉히 넣고 푹 끓이다가 건져내시고 그 국물에 끓이셔도 괜찮아요.
    간은 소금을 쓰지 말고 집간장(조선간장)으로 해보세요. 그럼 맛있어요.
    콩나물무침도 소금을 쓰지 말고 집간장으로 무쳐보세요. 한결 맛이 있구요.

    나박김치는요 우선 국물을 붓기 전에 무, 배추, 기타양념을 넣어서 물을 자작할정도로 섞어서 소금 넣고 간을 맞추고 살짝 익히세요.
    건더기가 익은후에 적당양의 물을 소금으로 간을 맟추어서 부어주세요. 이때 배나 사과를 썰어서 같이 넣어주면 감칠맛이 난답니다.

  • 6. 김혜경
    '02.12.23 8:55 PM

    나물님 뜬금없이 제가 왜 나물님을 미워해요??
    도라지나물도 이젠 안 미워요!!

  • 7. 빈수레
    '02.12.24 7:43 AM

    아하, 나박김치를 일단 살짝 익힌다음에 적당량의 국물을 붓고 간을 맞추라고요?
    알았습니다, 한 번 해 봐야지요, 히힛.

    비법 감사~!!

  • 8. 김수연
    '02.12.24 11:34 AM

    와~~ 와~~ 맨날 감탄만 하네. 저두 도라지나물 좋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 사람이거든요.
    암튼, 혜경왕언니 울트라 짱!!!

  • 9. 김주영
    '02.12.24 3:03 PM

    근데 제가 넘 초보라서... 진 육수는 사는 거에요?

  • 10. 김혜경
    '02.12.24 3:50 PM

    진육수는 파는 거 있어요. 청정원꺼든가??

  • 11. 이윤경
    '02.12.30 9:55 AM

    우리집은 제사가 많아서 도라지 나물을 자주 볶거든요.우리 형님이 하는 것 보니까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냈다가 기름 약간 두르고 간은 맛소금,참기름 으로 합니다. 맛이 깔끔하고, 데치니까
    락스냄새도 약간 나는것이 나쁜 물질들이 빠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 12. 잠비
    '06.5.17 12:43 AM

    도라지 나물에 대한 한수

    도라지를 먹기 좋도록 다듬어서 끓는 소금물에 슬쩍 대친다.
    물을 갈아서 쓴 맛이 빠지도록 그 물에 담그어 놓는다.
    식용유를 조금만 두르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볶으면 된다.
    거진 익으면 파와 깨소금을 넣는다.

    맛이 담백하고 깨끗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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