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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10월의 마지막 날 쓰는 반성문

| 조회수 : 7,366 | 추천수 : 574
작성일 : 2002-10-31 13:21:32
정말 이번 한달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써서 출판한 '일하면서 밥해먹기'가 세상에 나온 지 꼭 한달, 정말 제 반평생중 이렇게 바빴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어요.

책이 제 손에 들어온 건 지난 9월30일, 그날 사이트 오픈도 했죠. 하필이면,아니 제 극썽 때문이지만, 딱 그때를 맞춰서 가구 몇가지 개비하고 방의 가구 배치 바꾸고, 거기다가 두달이나 기다렸던 車도 나오고.

방의 가구를 재배치 하느라 온방마다 책과 옷과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늘어져있는 가운데 새차 할부금융용 서류 떼랴, 헌차 넘기기위한 서류 준비하랴, 게다가 밀려오는 신문 잡지사의 전화 받으랴, 이렇게 10월의 첫주가 지나고 났어요.

두번째주는 잡지사들의 인터뷰를 하느라 정말 한 주가 어떻게 갔는지 몰랐어요.

세번째주는 이젠 바쁜 일이 다 지나갔지 싶어서 밀린 약속도 잡고, 집안일도 해야지 했는데 또 무슨일이 그렇게 바쁜 지, 이렇게 해서 한달이 다 갔어요.


반성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역국을 큰 곰솥으로 하나 가득 끓여 일주일이나 가족들에게 먹인 제 만행을 반성합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탕수육 소스 없이 그냥 돼지고기 튀김만 덜렁 식탁에 올린 제 몰염치함을 반성합니다.
남편이 카푸치노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부엌에 오래 서있기 싫어서 인스턴트 커피를 타주며 "이거 숭늉에 탄 거야, 요새 배운 거라니까"라고 너스레를 떤 제 뻔뻔함을 반성합니다.

"이놈의 인기는 사그라들줄 모르네, 호호", 이런 유머로 모든게 용서될 수 있다고 자기 합리화하며 1주일에 한번 간신히 전화로 안부를 물어도 허허 웃음으로 이해해주신 친정부모님, 이 불효를 반성합니다.
"우리 다음 주에 점심먹어요", 이모저모로 도움을 많이 준 분들에게 이런 공수표를 남발한 죄, 이 대역죄를 깊이 반성합니다.
새로운 사업준비로 골머리를 썩고있는 남편에게 제대로 내조를 못한, 이 무책임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사이트가 부실한 채 문을 연 제 성급함, 마음같아서는 이런저런 글들을 많이 올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했던 제 불성실함, 그리고 여러분의 밥상을 책임지려고 했는데 우리집밥상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제 무능력,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요, 이제는요, 정말 요리도 열심히 하고 사이트에 글도 열심히 올려서 여러분 식생활이 더욱 알차게 되도록 노력할게요.

10월의 마지막 밤에 제가 10월 한달동안 지은 죄 몽땅 용서해주세요,네!?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써니
    '02.10.31 7:43 PM

    용서해드릴깝쇼? 후후

    이런 반성도 안하는 저는
    어찌하란 말씀이십니까~ -.-::;;

    이런 쉽고도 꼭 필요한 정보가 많은
    싸이트 열어 주셨으니 용서하지요 ^^

  • 2. 김혜경
    '02.10.31 8:14 PM

    써니님 고맙습니다. 다른 분들도 용서해주시는 거죠?!

  • 3. 지혀니
    '02.11.1 5:02 PM

    히히~ 이젠맨날 82cook에 들어와서 새글읽는게 버릇이 됐어요.

    반성은요... 게시판 답글 달아주시는거 봄 대단한 정열이다 싶은데요?
    부럽습니당. 정말 보람되실거 같아요. 저같은 팬도 많이생기고,,^^
    나중에 이담에 저도 쥔장님같은 보람된 일이 있음 참 행복하겠단 생각을 해본답니다.
    *^________________^*

  • 4. 김혜경
    '02.11.1 6:08 PM

    지현님 고맙습니다.*^-------------------^*

  • 5. 이미숙
    '02.11.1 8:48 PM

    뒤를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은 요즈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무나 절실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일상이 되어 버렸지요. 이기로 가득찬, 아니 인식조차 문외한인 개인들의 집합체 속에서 배려와 관심은 많은 사람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혜경님 스스로를 높이는 좋은 길이겠지요.
    감사로 용서란 말을 대신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시길 빌면서.....

  • 6. 유형미
    '02.11.7 8:58 AM

    혜경님~
    죄송해요~ 읽다가 그만 푸하하하 웃어버렸답니다~^^;;
    오늘부터 팬할래요~^^
    제 홈에 링크달았는데... 괜찮죠?

  • 7. 이복순
    '02.11.8 2:05 PM

    안녕하세요.
    전 오늘부터 82cook 좋아하게 됬어요.
    실은 오늘 첨 알았거든요.
    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넘 재미있네요.
    저도 한 반성하고 싶어서요.
    요즘 찬거리를 무엇을 해야할지, 매일 하는 걱정입니다.
    굶고 살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그럼 안되겠지요.
    슈퍼가도 살 것도 없고 하는 푸념이 입버릇이 되버렸어요.
    이제는 걱정 안해도 될것같네요.
    82cook에서 매뉴 정하면 될것같아요. 조~기 쮸삼(쮸꾸미와 살겹살)으로 정했어요.
    매뉴도 얻고 수다도 떨고 좋네요. 넘 감사합니다 만나서 기쁘고요.

  • 8. 박하맘
    '04.10.20 7:57 PM

    너의 죄를 사하노라~(송혜교버전)
    이런날들이 쌓여 오늘의 82가 있는거군요...
    무진장 감솨!!!

  • 9. 세바뤼
    '04.11.22 8:58 PM

    ^^ 정말 반성문 쓰시고 열심히 82를 가꿔나가셨군요..
    샘~~ 저 역시 무진장 감사드리며.. 대단하십니다요..^^

  • 10. 잠비
    '05.2.16 11:08 AM

    너무나 예쁜 주인장님!!!

    시월의 마지막 밤을 기억합니다.

  • 11. 요리열공
    '07.6.2 5:29 AM

    벌써 82쿡이 5년이나 된 까페였군요..^^
    지금은 혜경샘..글올리시면 삽시간에 리플이 달리고 늘어지는 양은 도 어찌하구요^^
    넘 정겨워요..
    혜경샘이 이렇게 자주 댓글 답변도 올리시구..
    제가 결혼한해 가을에 나온 일하면서 밥해먹기 ..그땐 정말 필요했던책인데..ㅋㅋ
    전업주부가 된 지금..열심히 보구 있습니다.
    엄머밥 먹구 큰..아이들은 곱게 큰다는 사명감에 불타서 저..오늘도..주방으로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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