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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눈물의 찜기 [초간단 샐러드]

| 조회수 : 12,356 | 추천수 : 365
작성일 : 2002-10-28 23:44:48
전기 찜기, 아시죠?
요즘 주방소품매장에 가면 테팔에서 나온 전기찜기가 있어요.
전 이거 지난 봄에 샀어요.

여기서 잠시 여담.
제 중요한 취미생활(?)중 하나가 'kimys를 마트로 끌고 가서 바가지 씌우기'에요.
"세상에 남편이랑 쇼핑나와서 지갑여는 여자 봤어?"
라고 벅벅 우기면서,심지어는 kimys를 '걸어다니는 지갑' 이라 일컬으며 혼자 왔으면 고기도 한가지만 사고 말 걸, 정말 2주일은 먹고도 남을 만큼 사고, 과일도 몇가지 사고, 이렇게 해서 왕창 뜯어내요.
그럴 때마다 사람 좋은 얼굴로 웃기만 하던 kimys가 지난 4월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게 됐어요. 마지막 퇴근해서 돌아오던 날, 다른날보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더니 절더러 코스트코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집에 있다가 혹시라도 제가 눈물을 쏟을까봐 그랬는지...

하여간 코스트코에 가더니 사고싶은 거 다 사라는 거예요.
전 kimys가 왜 이러는 줄 알죠. 남편이 갑자기 퇴직해서 집에 있어도 기죽지 마라, 앞으론 예전처럼 지갑을 자주 열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 지금 다 사둬라, 남편 퇴직에 대한 스트레스 쇼핑으로 풀어라, 대충 이런 거 아니었겠어요?

저도 눈물을 애써 감추고 명랑한 척 하면서 정말 비싼거, 갖고싶은 거,마구 담았어요.
일단 세븐라이너부터 카트에 실었어요."나 다리 너무 아프잖아!"하면서.
그리곤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갔어요."여기가 롯데백화점보다 훨씬 싸네!"하고 능청을 떨면서 카트에 넣었죠.
그리고 주방용품 코너를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kimys가 발걸음을 멈춰요.
"당신 이거 전부터 노렸잖아?"하면서 kimys가 손수 테팔찜기를 담더라구요.

"어제밤에 돼지꿈도 안꿨는데 웬 횡재??"하면서 너스레를 떨긴 했지만 참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참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자기가 저한테 위로받아야 하는데, 대신 절 위로하고...

하여간 이렇게 해서 이 테팔찜기를 손에 넣게 됐어요. 정말 눈물의 찜기, 눈물의 에스프레소 머신이죠??

사가지온 다음날이던가? 감자를 찌는데 정말 김이 금방 올라와서 잘 쪄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여러가지 채소를 동시에 찌는데 기가 막히구요...

그런데, 그런데 얘가 설거지가 좀 많은 게 흠인거 있죠.
찔 식품을 담은 솥이 바닥과 몸통으로 분리되고, 물을 담는 그릇도 닦아야하고, 떨어진 수증기를 담는 그릇도 닦아야하고..
그래서 잘 쓰지않고 모셔두었죠. 미리 써봤더라면 '일하면서 밥해먹기'에도 사용법을 좀 자세히 썼을 텐데...


지난 추석에 송편을 찌느라 한번 잘 쓰고 났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요, 손 닿은 곳에 가까이 두고 쓰는 것이 좋겠다 싶더라구요.

요새말이죠, 고구마케이크 만드느라고 고구마도 찌고 샐러드용 감자도 찌고 밀가루 묻힌 풋고추도 찌고, 정말 금방 김이 올라와 잘 쪄지더라구요.
정말 제가 감동을 받은 건 가지를 쪘을 때에요. 보통 찜기에 찌면 거죽이 너무 흐물흐물해지는데 여기다가 찌니까 쫄깃쫄깃한 맛이 남아있더라구요.
찜기를 이용해서 재미를 보니까 자꾸 응용력이 생기는 거 있죠?
소고기소시지로 핫도그 만들 때 냉동실에서 꺼낸 소시지와 역시 냉동상태의 핫도그용 빵을 동시에 찐 다음 빵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소시지를 끼운 다음 다진 피클을 올리니....어쩌면 보기만해도 흐뭇한 맛난 핫도그가 되는지.
혹시 칼로리 생각해서 찜요리를 즐겨하시는 분들, 한번쯤 구입을 고려해봄직한 물건이더라구요.

그런데 슬그머니 걱정도 되네요. 소비를 조장해서 가계에 주름살만 늘어나게 한다고 남편들이 이 사이트 못들어 오게하면 어쩌죠?
사시란 얘기는 아니구요, 혹시 이 물건에 관심을 갖고 있던 분이라면 참고하시라구요, 호호.

p.s.

왜 여태까지 이 전기찜기를 열심히 안썼나 몰라요.
오늘 반성문도 쓴 참이라 반찬을 3가지나 했어요.
꼬리곰탕(코스트코의 수입꼬리로 끓였는데 정말 끝내줘요)과 감자전, 그리고 샐러드였어요.
딴 때같으면 샐러드는 안하는데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밤이라서...^O^
냄비에 달걀 삶고 감자 삶고 귀찮길래,
찜기를 1단만 놓고 한쪽에는 달걀 3개, 한쪽에는 좀 큼직하게 썬 감자 2개를 넣고 타이머를 20분에 맞췄어요. '땡'소리가 나서 열어보니 감자는 적당히 물렀어요. 달걀을 꺼내 찬물에 담갔다가 까는데 너무 신기한 거 있죠, 냉장고 안에 있던 달걀 바로 꺼내서 물에 삶으면 온도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셋중의 하나쯤은 터져서 속살이 다 삐져나오잖아요.그래서 소금도 넣어보고 식초도 넣어보곤 하지만...
그런게 찜기에서 찐 달걀은 어쩌면 그렇게 잘 쪄졌는지요...
하여간 20분만에 감자와 달걀을 동시에 삶은 후 사과 하나 썰어넣고 마요네즈에 쓱쓱 버무려 샐러드 완성!!

게다가 겐조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내니, 우리집 kimys 다시 한번 이러네요, "이쁜 그릇에 밥먹으면 진짜 맛있어!"<10월31일>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건이맘
    '02.10.29 9:19 AM

    허걱...테팔 전기 찜기도 맨날 눈독 들였는데..사실 써봤다는 사람을 못봐서 참고 있었는데..
    이리 생생한 사용기를 올려주시니..
    냉동실에서 만두나 찐빵이나..여러가지 꺼내 먹는데..전자렌지에 돌리니 겉이 딱딱해지구..
    남편해달라는데로 가스렌지에 찜통올려찌니 너무 귀찮고 헀는데...읽어보니 딱이네요..
    아..이번에 코스코 가면 정말 하나 들고 올것같으다...T_T...

  • 2. 김혜경
    '02.10.29 10:17 AM

    건이 아빠한테 저 혼나겠어요. 소비성향을 높인다고...

  • 3. 하얀이
    '02.10.29 12:08 PM

    음... 저도 고려중인디...
    2단짜리가 좋을까, 3단짜리가 좋을까요?
    용량은 3단이 1리터 크던데...
    지금 여러 소형가전 마구 사들이는 중이랍니다. (튀김기, 다리미, 전기 주전자...)l
    다행히 울 신랑은 가전제품 사는 건 별말 없어서요. (대신 옷사는 건 무지 아까워하죠. ^^;;;)

  • 4. 김혜경
    '02.10.29 12:17 PM

    옷보다야 가전 소품이 덜 아깝죠!! 저도 그런데...^^
    저희껀 2단이에요, 3단짜리는 솥의 크기가 좀 작지않은 가요??(솔직히 전 실물을 못봤거든요)
    판매원에게(백화점 같은데에서) 물어보세요, 3단도 증기가 골고루 올라가느냐고, 그럼 아마 답이 나올거예요.
    솥이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일장일단이 있어서...

  • 5. 정경미
    '02.10.30 11:16 AM

    저도 오랫동안 검토하다가 3단짜리를 샀어요.
    김은 고루 올라가구요.
    3단짜리는 서로 겹쳐 놓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보관시에는 부피가 줄어드는게 장점이예요.
    다른 기능은 2단이나 3단이나 동일하구요.

  • 6. 박지영
    '02.10.30 4:35 PM

    저는 시어머님이 사 주셔서 테팔찜기 잘 쓰고 있는데요. 우리 아기 이유식 하는라고 고구마 ,감자, 호박 열심히 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게 있어요. 간을 해서 찔때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우리 신랑은 감자를 껍질 벗겨 소금 넣서 쪄 주면 잘 먹거든요. 아시는 분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7. 김혜경
    '02.10.30 10:37 PM

    간을 하는 방법은요, 물에다 소금을 타서 찌는 방법이 있구요, 아니면 찌려는 것에 소금을 솔솔 뿌리는 방법도 있구요.
    그런데 전 감자는 그냥 쪘어요, 감자의 몸에 소금기가 있으면 빨리 안쪄져서요.

    앗 그리구, 3단짜리가 더 좋은 거 같네요, 제 것보다...

  • 8. 나혜경
    '02.11.1 1:48 PM

    ㅋㅋ 저는 벤쿠버 살때 단돈 10달러(10000원 좀 못되요)에 thrift store(중고 가게) 에서 거의 새거 줏었어요. 저는 계란 찜 할 때 주로 써요. slow cooker 도 moving sale 하는 중국인 한테 같은 가격으로 샀구요.

  • 9. 나혜경
    '02.11.1 2:00 PM

    egg steamer는 안써보셨나요? 저는 garage sale 에서 미국 할머니한테 1달러(캐나다 달러)에 사서 지금 잘쓰는데요, 우리나라에도 홈쇼핑 카타로그에 나와있어요. 금이 간 계란도 터지지 않고 3~4분이면 쪄져요(보통 15분 쯤 삶아야 하잖아요). 완숙 반숙 가능 하고요. 수란도 할수 있고요.
    제 부엌 보물 1호 랍니다..
    나들이 갈때 급하게 계란 삶을때 왔다랍니다.

  • 10. 임은경
    '02.11.8 12:58 PM

    저도 홈쇼핑 광고를 보고서 있으면 참 요긴하게 쓰겠구나 싶어서 하나 샀어요...광고할 때 보니까,콩나물에서 부터 꽃게 등등 못 찌는게 없더라구요,위생적이기도 하구요,한 번은 신랑이 동료가 사줬다면서 아주 커다란 러시아게를 한 마리 들고 들어와서는 소주 한 잔 하자고 하더라구요,자기가 하겠다더니 커다란 솥에 삶으려고 하길래...제가 테팔 찜기를 가져와서 이단으로 조립한 후 그 커다란 러시아게를 쪄서 소주 한 잔을 하는데,통통한 게살이 쫄깃쫄깃하게 그대로 있는 걸 보면서 이러더군요...."자기야,이 찜기 너무좋다.^^"라구요

  • 11. 박하맘
    '04.10.20 7:48 PM

    늘 긍정적인 분이신거같아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건 그사람 입장에서 바라보는것....인가봐요....

  • 12. 세바뤼
    '04.11.22 8:48 PM

    샘은 2002년부터 찜기를 가지고 계셨군요..
    전 공구 덕에 찜기사서 정말 잘 써먹고 있죠...
    다시한번 감사..^^

  • 13. 잠비
    '05.2.16 10:51 AM

    저 뒤에서 왜 눈물의 찜기라고 했을까, 궁금했는데....
    공동구매한 찜기 덕을 잘 보고 있습니다.
    단호박도 잘 쪄저서 감사합니다.

  • 14. 두민맘
    '05.10.17 11:02 AM

    그렇게 일찍 마련하셨다니...
    저도 여태 궁리 중이거든요..
    지난번 드롱기 오븐 못 산것도 여직 후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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