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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식당에 가보니1- 한정식집 산들래의 [녹두묵 무침]

| 조회수 : 13,128 | 추천수 : 415
작성일 : 2002-10-23 00:47:50
음식 솜씨를 키우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남이 만들어준 걸 먹는 일이에요.
자신은 생각지도 못했던 재료나 소스, 혹은 요리법으로 완성해 놓은 음식을 먹어보면 아주 훌륭한 공부가 돼죠.
전 식당에 가서 자주 새로운 요리를 배워 와요. 식당에서 배운 요리중에는 아주 간단하면서 맛있는 게 아주 많아요.
이제부터 제가 식당에서 주인 아줌마에게 온갖 아양을 다 떨어서 배운 요리나, 아니면 먹어보고 집에서 와서 해본 요리를 하나씩 하나씩 알려드릴게요.  

[ 한정식집 산들래의 ‘녹두묵 무침’ ]

며칠 전 가깝게 지내는 남편 후배 부부와 평일 낮 점심 약속을 했어요.
남편 후배는 “시간 여유가 있다면 좀 멀리 나가보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죠.
그 집 차로 자유로를 한참이나 달리면서 ‘예약하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다’ ‘그런 시골에 손님이 너무 많아 놀랍다’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후식은 식당 밖에 마련된 간이탁자에서 들어야 한다’등등 그 식당에 대한 얘기를 들었죠. 그렇지만 솔직히 그 집에 도착할 때까지 믿지 않았어요.

자유로에서 금촌시청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고도 왕복2차선의 국도를 한참 달린 후 다시 좁고 이리저리 굽은 시골길을 좀더 달려 식당에 도착하고 보니 그제서야 지금까지 들은 얘기가 눈앞에 펼쳐져있는 거예요.
예쁜 통나무 집이 아담하게 서있는 ‘산들내’의 주차장은 서울의 어떤 식당보다도 더 빽빽하게 자동차가 이중삼중으로 들어차 있고  먹고 나오는 사람, 먹으러 온 사람, 그리고 데크의 간이 탁자에서 예약시간이 되길 기다리는 사람, 다 먹고 나와서 차를 마시는 사람…. 저희 친정어머니가 보셨다면 ‘호떡집에 불 난 것 같다’고 표현하셨을 거예요. 더욱 놀라운 건 거기 온 손님들의 80% 정도가 예사롭지 않은 백과 보석으로 치장한 귀부인들이었다는 거예요. 어떻게들 이렇게 산골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을 알게 됐는지 정말 한사람 한사람 붙잡고 물어보고픈 충동이 생기더라구요.

예약시간보다 50분이나 먼저 도착한 바람에 꼬박 50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자리를 잡았어요. 마련된 정식은 2가지로 1인당 1만5천원짜리와 2만원짜리가 있었어요. 저흰 2만원짜리를 주문했어요. 에피타이저로 호박죽과 묵무침, 샐러드가 나온 후 파전, 한치회무침, 회, 메밀가루를 무쳐서 지진 쇠고기구이 등등 정갈한 음식들이 차례차례 서빙됐어요. 식사로는 누룽지를 주문했구요.

음식 맛은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깔끔했어요. 걸쭉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트집을 잡을지 몰라도 제 입에는 아주 잘 맞더라구요. 샐러드 드레싱만큼은 제가 한 것보다 못했지만…. 이집 음식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묵무침이었어요.
녹두묵(청포묵이라고도 부르죠?)을 가늘게 채쳐서 따끈하게 데친 후 들깨가루를 묻혀서 접시에 담고 그위에 구운 김 가루와 달걀지단만 얻은 것이었어요.

쇠고기 미나리 버섯 등에 녹두묵을 무치는 탕평채는 역사책에도 나오는, 잘 알려진 요리법이죠? 그렇지 않으면 참기름과 소금에 무친 묵에 다진 쇠고기볶음과 김가루를 얹어 먹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 집은 참기름 대신 들깨가루를 썼더라구요. 사실 전 상상도 못했었는데….들깨가루에 버무려서 아주 고소하고 맛있더라구요. 묵의 몸에 들깨가루가 묻어서 노릇노릇한 것이 식욕을 자극하기도 하구요.
또하나 특이했던 건 전 쇠고기구이를 할 때 찹쌀가루를 묻히는데 이 식당은 메밀가루를 썼더라구요.

이날 맛난 음식을 잔뜩 먹은 포만감보다 더 절 즐겁게 한 건 아주 간단하면서도 맛난 음식을 하나 알게 됐다는 거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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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래에 가려면
자유로에서 금촌시청 방향으로 우회전 한 후 다시 일산 동패리 방향으로 우회전, 삼학초등학교가 보이면 다시 우회전. 일산의 월마트 옆길로도 갈 수 있어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동패3리 1075번지 소재, 전화 031-943-6775, 꼭 예약해야 해요.

산들래식 묵무침을 하려면
①녹두묵은 가늘게 채썬 후 끓는 물에 넣어 묵이 투명할 때까지 데친 후 건져서 소금과 들깨가루를 뿌려요.
②접시에 묵은 담은 후 구운 김을 가위로 예쁘게 잘라서 묵위에 얹어요.
③달걀지단을 채 썰어서 김가루 위에 올려놓아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수노엄마
    '02.10.26 3:15 PM

    실은 그렇게 하는 묵무침은 아직 안먹어봐서 솔직히 무슨맛일찌 잘 모르겠어요.
    저희는 도토리묵에 김치송송 썰어넣고 멸치다시국물(따뜻한것)넣고 김가루 뿌리고
    참기름이나 들기름 조금 넣고 겨울에 먹거든요.
    어머님이 가을내내 주워오신 도토리로 만든 진짜 묵(?)이요.
    이곳에서는 "묵밥"이라고 부르드만.

    청포묵대신 도토리묵으로 해도 동일한 맛이 날까요?

  • 2. 김혜경
    '02.10.26 9:06 PM

    청포묵과 도토리묵과는 맛이 달라서 그 맛이 아닐 것 같아요.
    그리고 수노어머니가 하시는 그 묵밥 맛있을 거 같네요, 그런데 그게 진짜 도토리여야지 더 맛나겠죠?

  • 3. 어주경
    '02.10.29 1:17 AM

    지난 주 금요일에 산들래에 가 보았어요. 따로 묵무침을 주문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코스 중에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맛 보았습니다. 맛이 단백해서 좋았습니다. 저는 원래 양념장을 끼얹어서 먹었었는데, 소금과 들깨로 하니 더 구수하더구만요. 집에 와서 들깨가 있길래, 간단히(?) 만들어 먹었습니다. 요리 한접시가 그냥 해결되던데요? 당분간 우리 집 식탁에서 자주 보게 될 요리가 될 것 같습니다.

  • 4. 김혜경
    '02.10.29 8:11 PM

    해보셨어요? 전 아직 못해봤는데...
    들깨가루요, 그냥 두면 쩔은 냄새 나니까 냉동실에다 보관하세요.

  • 5. 아름다운그녀
    '04.8.11 6:43 PM

    읽다보니 또 여기까지 읽었네요.
    여기는 타임머신 놀이가 진행되지 않았네요.
    덕분에...
    타임머신 타고 온 첫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 6. 그래그래
    '04.10.2 3:47 AM

    웅...전 타임머신의 두번째 탑승자!

  • 7. 박하맘
    '04.10.18 12:42 AM

    헤헤.....전 세번째.......
    같이 가요~~~~

  • 8. 세바뤼
    '04.11.22 8:23 PM

    그럼 전 네번째??^^
    산들내...
    여전히 손님이 많은...^^

  • 9. 잠비
    '05.2.16 10:07 AM

    묵밥은 우리 집 별식입니다.
    묵가루 사 놓았다가 팔이 아프지 않는 날에 묵을 쑵니다.
    잘익은 김치, 양념장, 김가루 뿌리고 쇠고기 국물내어 말아 먹습니다.
    김치 대신에 무채 무쳐서 얹기도 하지요.

    '산내들'이라는 상호는 대학로에서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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