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장다닐 때 저희집 kimys가 가끔씩 불평을 하던 것, 푹 끓어야할 된장찌개나 푹 익어야할 생선조림등을 너무 일찍 상에 올린다는 거였어요. 한마디로 맛이 덜 들었다는 거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세요.
8시 넘어 집에 들어가보면 준비돼있는 거라곤 우리 시어머니가 씻어놓은 쌀뿐, 그때부터 밥을 해가면서 국이나 찌개, 메인디시를 준비하는데 어떻게 은근한 불에서 푹 익히는 음식을 할 수 있겠어요? 설사 시간적으로 된다해도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거죠. 9시 뉴스는 봐야겠는데 그때부터 1시간동안 밥해서 먹고 세척기에 그릇까지 넣으려면..., 그래서 맛이 덜 밴 생선조림이 식탁에 올라가는 불상사가 벌어진 거죠.
빨리 먹고 치우려다 보니 과정을 줄이는 노하우가 생겼는데, 그런데 해보니까 결코 시간 단축만이 스마트 쿠킹은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애호박을 새우젓 간해서 볶는 나물 같은 것도 처음엔 호박을 볶으면서 새우젓을 넣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간이 고루 배지않아 제 맛이 나지않죠. 미리 썰어서 새우젓에 간을 해서 잠시 두었다가 볶으면 잔손이 한번 더 가고 설거지 그릇이 하나 더 생기지만 훨씬 완성도 높은 나물이 되더라구요.
또 가지나물도 그래요. 가지를 쪄서 젓가락을 찢은 다음 바로 양념을 했어요. 뜨거우니까 손으로 못하고 젓가락으로요. 그런데 이것도 잠시 식힌 후 물기를 짠 다음 양념을 하면 물도 생기지 않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치니 훨씬 맛난 나물이 되요.
샐러드에 넣는 감자도 마찬가지에요. 깍뚝썰기를 한 감자나 아니면 으깨서 만드는 감자샐러드나 간에 찐 다음 프렌치드레싱으로 밑간을 한 후 마요네즈에 버무리면 마요네즈를 적게 써도 잘 버무려지고 맛도 훨씬 좋아요. 물론 프렌치드레싱만들기 귀찮죠, 그렇지만 칼로리도 낮추고(프렌치 드레싱이 마요네즈보다야 훨씬 칼로리가 낮으니까) 맛도 좋아지고... (드레싱 만드는 법 109페이지에 있어요, 씨겨자 없으면 넣지마세요)
줄일 수 있는 과정, 뺄 수 있는 재료가 있다면 화끈하게 줄이고 빼야하지만 넣어야할 과정이나 재료가 있다면 과감하게 넣어야 하는 게 스마트 쿠킹인 것 같아요.
쉽게 간단하게 빠르게, 이런 것만 강조하다보니까 음식이란게 반드시 그런 건 아닌데, 무조건 간단하게만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실 지도 몰라서, 괜한 노파심에 한마디 해봅니다.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스마트쿠킹은 반드시 스피드쿠킹이 아니죠
김혜경 |
조회수 : 9,180 |
추천수 : 744
작성일 : 2002-10-13 17: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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