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소창 더 필요하신 분~하시는 이층집 아짐님 말씀에 번쩍 손을 들었는데 그만 두 장이나 더 배급..ㅠ.ㅠ
사실 10시 반에 시작한다고 하셔서 한시간쯤 휘리릭 꼬매고 밥 먹으러 갈 수 있겠다는 흑심으로 갔는데
한시간이 뭐예요,제가 나온 오후 두시 사십분까지 다른 님들이 준비해 오신 간식거리 아니었음
바느질에 지쳐, 기아에 허덕여,으..큰일날 뻔 했어요..
저는 한창 배가 고팠는데 다른 분들은 간식 먹어서 괜찮다고 하시고
몇시간 내내 설명하시랴 숙련된 시범보이시랴 수고하시는 이층집 아짐님도 계신데 밥 소리가 안 나오지요..
동네 전철역에 내려 왕버거집을 지나려니 도저히 지나쳐지지가 않아서 햄버거를 하나 사들고
집에 가자마자 컴 켜고 햄버거 먹을 생각에 부풀어 들어왔더니만 생각지도 않게 작은애가 집에 있으면서
"어,버거왕이다!"하는 바람에 너 줄라고 사왔다,해야지 어째요.
눈앞에서 햄버거도 날아가고 거의 접힌 허리로 만들어 먹은 이 <요리>..!
접시 가장자리가 좀 드러운 이유는..우리집엔 주방에서 만든 음식,홀로 내가기 직전에
행주로 샥~마무리해주는 '솊'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맛일까 너무 궁금한데 주변에 먹어봤단 사람도 없고
한봉지씩 팔지도 않고 다섯개 번들로만 파니까 맛대가리 없으면 처치곤란일테니
선뜻 못사고 마트 갈때마다 들었다 놨다 한달 고민끝에 사본 간짬뽕.
어떻게 라면의 탈을 쓰고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대요..ㅜ.ㅜ(아,근데 국물 없이 만드는 건 영 아니데요..^^;;;)
요즘 삼양 간짬뽕이랑 팔도 틈새라면으로 나날이 즐겁습니다..^^*
이제 배불러져서 정신 돌아왔으니 얼렁 숙제 해야죠..!
라벤더는 모임때 완성하고,두번째 행주에 수를 다 놓은 상태여서,집에 와서는 나머지 한장에 수를 놓고
두장의 바느질만 하면 되는 거였지요.

이 라벤더가 모임때 완성한 행주예요.별거 아닌 거 같아 뵈는 이 세줄기 안에도 비포 애프터가 어찌나 확연한지!
다 만들고 보니까 얇은 소창 밑으로 비치는 수실 꼬랑지가 거슬려요..ㅠ.ㅠ
이쁘게 마무리 좀 할 걸 그랬어요..다시 뜯었다간 안그래도 성긴 소창 빵꾸 날 거 같아 그럴 수도 없고요..

선생님 계실 때 배워놓지 않으면 도저히 못하게 될 것 같아 부랴부랴 완성한 장미
이때까지도 실꼬랑지 정리할 생각을 못 했어요.

이 오른쪽 장미는 무슨 스티치라고 하나요?바늘에 실을 둘둘 감아 다시 나온 구멍에 집어넣는..
스티치 연습 삼아 꽃잎이 엄청 늘어나는 것도 모르고 마구 놓았어요 ㅎ
요 이라이자 머리 마는 게 은근 재밌어요^^
물론 이것도 첨에 만 머리,아 꽃잎은 엉키고 뻗치고 난리..
워셔블펜도 없어서 연필로 그리다 망친 선도 다 보이지만 위의 두장에 비하면 확실히 깨끗한 뒷처리 보이시죠?
고백하자면 이 행주의 수에는 옥의 티(이 수가 옥..은 아니지만요..)가 있어요.
다 만들때까지 몰랐는데 사진 올리다가 발견했네요..ㅠ.ㅠ 찾으셨어요..?

오늘 점심에 초대를 받은 게 있어서,행주를 만들던 초반에는 이거 열심히 만들어 내일 선물 해야지 했었거든요.
근데 집에 와서 생각이 싹 바뀐 게,나름 열심히 빨고 삶아 쓰던 우리집 행주 꼬라지가..ㅠ.ㅠ
거의 세차장 걸레 수준이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어제 그제 제가 길 안들인 무쇠를 몇개 질렀거든요.
행주대첩 치르고 돌아오니 현관에 수북한 택배박스들..
식초가 없어서 아니 비싼 식초밖에 없어서 반컵 부으라는 식초 대신 소다 붓고 삶아서
닦아서 구워서 숯가루 기름 발라 또 구워서 엎었다 뒤집어서..
이러다 보니 행주며 가스렌지며 죄다 요모양 요꼴이 되어 버렸네요.

하루종일 바늘과 무쇠(엇,써놓고 보니 이 두가지 은근 어울리는 듯!!)랑 씨름하고 났더니 지금은 가스렌지고 더러운 행주고 쳐다보고 싶지도 않네요..
날 밝으면 더러워진 행주로 렌지 마저 닦아 싹 버리고 꽃수 놓은 이쁜 행주로 새출발 할 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