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어언 일년이 다되어 갑니다.
벚꽃이 지고서 이사왔는데
벚꽃이 피려고 몸부림치네요.
제가 지난 겨울을 어찌 보냈는지 ..
시골생활은 동절기만 잘 견디면 문제없다고 봅니다.
봄여름 가을이야 할이리 지천이고 눈과 입이 호사스럽기가 말도 못하는데
겨울이면 겨울잠자는 곰처럼 버텨내야 합니다.
첨으로 너무심심해서 미치겠다 소리를 했답니다.
살짜기 시골에 들어온것을 후회해보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잘 견뎌냈고 앞으로도 잘 견딜겁니다.
견디려면 일거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돈벌이는 못해도.
겨우내 자주 이렇게 기와지붕위에 소복하니 눈이 내렸습죠.
현관에 놓인 다육이들이 오며가며 눈인사해주고
그러면서 견디는 법을 배워나갑니다.
얘들도 마당으로 나가고 싶어서 무지 애가 타는 모습이네요.
주방의 부족한 수납공간을 해결하려고
대따 큰 수납장을 난방도 안되는 콘테이너에서 짜고 있었답니다.
승질급한 경상도아짐 문도 안달고 잡동사니부터 가득 채웠네요.
많이도 들어갑니다.
고방유리와 짜투리목재 이용해서 문을 만들어 달아줬답니다.
겨울이 반쯤은 지나가더라구요.
화장실춥다고 징징거렸더니
서방이 보일러실에서 호스를 하나빼(물론 벽에 구멍을 조그맣게 뚫었습죠)
라디에이터를 설치해주더라구요.
느무느무 따신 화장실이 되었지요.
하는김에 더 따신 화장실 좀 맹글어보자 하구 레드시다를 구입했네요.
향이 쥑입니다요.
절단이 잘 되었나 맞춰보고
점점 간이 배밖으로 나온 아짐은 그냥 딥따 피스질 해줍니다.
엎어놓고..
미끄러지지 말라고 고무파킹도 많이 박아주구요.
느낌만 따신가요?
아닙니다.
훨~~훨 낫네요.
세탁기돌릴때
뒷마당으로 나갈때 슬리퍼 신었다 벗었다 안해도 되고 너무 좋네요.
겨울이라 가뜩이나 추운데
안방에 떡하니 차지한 저 녹색장.
한 20년은 족히 되어가는 맞춤장입니다.
장인의 손으로 만든 30T짜리 목재입니다.
머..빈티지를 넘어서 꼬질꼬질합니다. 아이들이 자랄때
애들방에 넣어뒀었는데 손잡이도 차와 비행기에다가 애들 낙서까지.
가까이 보시면 아니되옵니다.를 연발합니다.
며칠을 먼지뒤집어쓰며
사포질하고 세번씩 도색과정을 거쳐
눈부시게 하이얀색으로 바꿔놨습니다.
이뿌죠?
손잡이는 주먹도 불끈쥐고 모할라고 그러는지 모를..
좀 수상쩍습니다.
내것은 아니지만 내것이었으면 싶은 봉긋한 조거조거.
울 서방이 좋아라하네요.
요녀석은 좀 과하다 싶게 빵빵하죠?
남정네들은 더 좋아할라나?
별루 내것이었으면 싶진 않네요. 비현실적이야.
고녀석들을 손바닥으로 살포시 감싸쥐는 저 손은 뉘기손?? 울 낭군님 손바닥인가?
심심할때는 공구통도 만들고
컴터 모니터받침대도 만들고
뜨개질도 하고
봄을 기다리며 다육이들 집도 만들어주면서
그렇게 겨울이 다 지나갔습니다.
며칠동안 비가 내렸으니
이제 흙하고의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겠죠?
초록이들 데불고 또 놀러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