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무관한 두 권의 책을 읽다가 갑자기 렘브란트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레닌그라드의 성모 마리아는 소설인데요 대화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책날개를 펼쳐서 읽어보니 레닌그라드가 독일군의 공습 위험에 처하자
에르미따쥬 미술관의 그림을 포장해서 다른 곳으로 다 옮기게 되었고 그림의 프레임만 걸려 있는 상태에서
미술관에 온 사람들에게 미술관의 직원들이 그림을 설명했다는 일화를 듣고 한 작가가 그것을 토대로 작품을 쓴 것이라고 하네요.
그 소개글만으로도 읽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소설은 그 때의 시점과 지금의 시점을 번갈아가면서 서술하고 있는데 그 중에 과거의 시점에서는 각 방의 화가, 그리고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안내원의 소개말이 적혀 있었습니다.그 방들중에서 갑자기 보고 싶어진 그림이 여러 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금요일에 역사모임에 가서 아템포님에게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를 빌렸는데요
금요일 밤 몸은 지쳐 있었지만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살짝 읽기 시작했는데 (지루하거나 어렵다면 그냥 잠을 자려고 했었거든요 )
아니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하면서 갑자기 잠이 홀라당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스피노자의 가족이 네덜란드로 옮겨와서 살게 된 지역에 (유대인구역에 ) 렘브란트가 살고 있었다는 것
그렇구나, 그렇다면 두 사람은 서로 만난 적이 있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고 렘브란트의 작품속에서 혹시나 스피노자나
그의 가족이 등장하는가하는 호기심도 생겼지요.
수요일부터 몸살기가 들고 나고 있는 중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작년에 비해서 (몸살기가 오면 여러 날 앓는 것이 여러 해동안 반복된
패턴인데 ) 이번에는 살살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계속하고 수요일, 목요일, 그리고 토요일 밤에 기회가 될 때마다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중인데 치러 나갈 때는 몸이 무거운데 정작 운동을 하고 나면 가벼워진다는 것, 이것이 4개월동안 변한 몸인가 하고 고마워하고 있지요.
낮시간의 몸상태를 호전시틴 것은 역시 스피노자 책이었습니다. 어렵다고 느끼던 철학자에 대해서 이렇게 진입장벽을 쉽게
허물어주는 책을 만난 즐거움에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면서 마음대로 줄 그어가면서 읽어도 된다는 책주인의 배려를 그대로 수용해서
줄을 그어가면서 즐겁게 읽다보니 몸과 마음은 역시 연결된 것인가 하고 놀랄 정도로 몸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요.
네 번째 금요일인 어제 두 번째 영어책 읽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연락을 한 밀크군 ( 행복한 왕자에서 만난 , 지금은 대학 1학년인 남학생) 이 정말 참석을 했는데
중년 여성들의 모임에 남학생 혼자 참석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물처럼 섞여서 간간히 의견을 말하기도 하면서 수업을 함께 하는
것을 보고 나니 역시 밀크군이란 그의 아이디가 자신을 참 잘 표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미야님은 그 자리가 아주 인상적이었노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혼자서 책읽기와 더불어 책읽기의 차이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역사적 배경을 모르는 책읽기란 가끔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지도없이 헤매는 조금은 팍팍한 길이기도 하거든요.
위키디피아에서 조지 오웰에 대해 검색하다가 만난 참고도서, 이 책을 어렵사리 구해서 수요일 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요
영어 문장에서 감을 잡지 못하고 헤매던 부분들이 아하 그래서 하고 말끔하게 이해되는 구절을 만들어냈습니다.
조지 오웰의 글을 읽으면서 여럿이서 함께 읽었던 모던 타임스가 알게 모르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도 깨닫게 되었고요.
사실 너무 보수적인 시각의 책이라 잘못 선택했다고 자책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전투적인 책읽기를 가능하게 했고
덕분에 더 다양한 참고문헌을 찾아서 읽게 되는 자극이 되기도 했지요. 그러니 꼭 좋은 책만이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닌가?
그것은 사람의 환경에 대한 대응과도 비슷한 것인가 별 생각을 다 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