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연 지에는
연 향을 가득 담아 전하는
빗소리가 정자에 머물게 하고
기둥에 기대어 눈을 감아 사색하게 한다.
펼쳐 든 우산의 작은 공간으로
파고드는 물방울이 연 향과 함께
마음을 적셔 줄 때
빗방울에 낯이 간지러운
연꽃은 부끄러움으로 상기된다.
세찬 빗줄기에 여린 꽃잎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 한 장 꽃잎마저
바람에 실어 떠나보낼 때
향기까지 얹어 배웅하는
네 모습에 발걸음을 멈춘다.
도도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