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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의 가능성

| 조회수 : 1,283 | 추천수 : 1
작성일 : 2018-11-08 01:44:36
어떤 삶의 가능성
                                     
                                                            안현미


스물두살 때 머리를 깎겠다고 전라도 장수에 간 적 있다 
그곳엔 아주 아름다운 여승이 있었고 나와 함께 그곳에 머
물던 경상도 아가씨는 훗날 운문사 강원으로 들어갔다 나
는 돌아왔다 돌아와 한동안 무참함을 앓았다 새로운 인생
이 막 시작되려는 중이었는데 내겐 거울도 지도도 없었고 
그저 눈물뿐이었다 나는 나를 꺼내놓고 나를 벗고 싶었으
나 끝내, 나는 나를 벗을 수 없었고 새로운 인생이 막 시작
되려는 중이었는데 나는 감히 요절을 생각했으니 죄업은 
무거웠으나 경기장 밖 미루나무는 무심으로 푸르렀고 그 
무심함을 향해 새떼가 로켓처럼 솟아올랐다 다른 차원의 
시간이 열리고 있었다 업은 무거웠으나 그런 날이 있었다





나는 그랬다

머리를 깍겠다고 한 적 없고,

세상이 싫은 적도 없다


좋아서가 아니라,

고까워서 그랬다


살아 보니

내가 맞았다

별 것도 없는 세상 

사람 더럽게 서럽게 아쉽게 모질게 하더라


그래도

철따라 단풍나무 

그 사연많은 이파리 

내 손 안에 떨구면

머리에 달아 본다


또, 한 세월을 보내는 

나의 노동요니까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고
    '18.11.8 11:00 PM

    술과
    담배와
    고기를 가까이하는
    출가는 엄두를 못내고
    수시로 가출로 이어지더이다.^^

  • 쑥과마눌
    '18.11.12 1:53 PM

    난 드라마와 커피가 좋아 절에 못 가오.
    무엇보다 누가 일해라 절해라..하는 것도 고깝고 말이요.

    술 담배 그리고 남자
    아조 귀찮아서 싫소
    믿거나 말거나 말이요 ㅋ

  • 2. ripplet
    '18.11.14 11:01 AM

    식성도 주거취향도 딱 절집각인데 새벽 기상을 못 해서 못 가는 이도 있소.
    일해라 절해라..ㅋㅋ 맞소. 그것도 문제구려.
    귀하의 시와 사설, 늘 반갑고 즐겁게 잘 읽고 있소(뜬금없는 커밍아웃 같아 살풋 민망하외다).

  • 쑥과마눌
    '18.11.14 10:32 PM

    새벽도 4시정도 기상이면, 밤과의 경계의 새벽이라,
    나같은 사람은 일어나면서부터, 욕과 땡깡으로 시작할 듯 합니다.

    그러나, 전업이 아니라, 구경꾼으로서의 템플스테이는 언젠가 해보고 싶네요
    꼬~옥~~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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