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또 꼰누나에요.
주말 동안 밀린 숙제하듯
저희 여행에 관련된 정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그동안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저희들의 짐꾼! 태호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Teo
꽃누나들에게 승기가 있었다면
꼰누나들에게는 태호가 있었다.....
저희는 여행준비를 하면서 농담처럼
우리도 <꽃보다 누나>들처럼 짐꾼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하곤 했어요.
그러면서 여건상 누구를 데려갈 수는 없으니
차라리 현지조달 하는게 어떠냐고 누군가 말했는데...
그 말이 정말 실현될 줄이야!!!!!!
꿈은 이루어지고
말은 현실이 됩니다, 여러분.
태호군과 저희의 인연은
출발 전, 두브로브니크 빌라를 예약하면서
공항에 픽업나올 차량에 관한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부터였어요.
아시다시피 태호군 어머니가 숙소 주인인데
저희가 숙소 예약 후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렌트카와 1일 투어 등에 관한 문의를 하니까
태호군과 연결시켜 주더라구요.
크로아티아 학생들도 우리처럼 12년의 의무교육 기간동안
영어를 배운다고 해요.
그래서 태호군은 말과 글로 매우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어요.
출발 전에는 일단 공항에 픽업 서비스 (70유로)를 요청하고
저희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또는 몬테네그로 1일 투어에도 관심있다고 하니
저희가 8명 그룹이니 자기 차로 이동시켜 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두브로브니크에 가서 태호군과 첫 대면.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공항에 기다리는 첫 모습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몸가짐이 굉장히 정중하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앞선 줌인줌아웃의 두브로브니크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숙소 도착 후, 문과 창문 열고 닫는 법 설명하느라
1시간 이상을 소비하는 태호군을 보며
어지간히 꼼꼼(쪼잔) 하군..... 하는 인상도 가졌어요.
두브로브니크의 셋째날, 태호군 차로 저희 8명은
1인당 $35의 비용을 내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 향합니다.
두브로브니크 시내에도 여러 투어업체들이 있는데
대부분 35-50 유로(달러 아니고 유로) 정도의 가격에 1일 투어를 제공했어요.
저희는 우리끼리만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모스타르 가는 도중에 성지인 메주고리에도 들려달라고 했습니다.
(모스타르 내용은 키톡의 돌아다니며 사먹은 이야기에 상세히 올렸으니 참고)
태호가 소개해 준 현지가이드 마야 양이 소개해 준 현지음식점 (응?)
(태호군은 생선요리를 좋아한다)
저희가 모스타르에서 현지가이드의 안내로 시내를 구경할동안
태호는 혼자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겠노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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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1일 투어비용을 정산하고 난 후
저와 회계에게 이런 쪽지를 내밀더군요.
(身言書判 이라 했던가요
깔끔한 필체에서도 태호 성격 나타납니다)
태호군은 저희를 기다리는 동안 나름의
견적서(?)를 작성하고 있었던 거에요.
저희가 모스타르 가는 차 안,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점심 먹으면서
우리 다음 일정이 스플리트-플리트비체... 어쩌구 해서 비엔나에 프라하까지 가는데
지금 렌트카를 해야할지 어쩔지 고민이다
이렇게 말해준 바 있거든요.
(절반은 태호에게 떡밥 던지는 심정으로...
이 눈화, 왕년에 밀당 좀 했슴돠 ㅎㅎㅎ)
그랬더니 나름대로 자료를 뽑아서
저희가 태호차로 비엔나까지 이동할 경우의 비용을 뽑은 거에요.
비용은 대략 보니 [자그레브까지 렌트카 + 슬로베니아 거쳐
비엔나까지의 각종 대중교통] 비용을
약간 초과하는 정도였어요.
그러나 태호군의 차로 이동할 경우의 이점은 그 비용을 훨씬 커버하고도 남죠.
일단 길 잘 알고, 언어 되고, 전화 있고
심지어 인터넷 공유기(???)도 있어서
크로아티아 내에서는
태호군 곁에 있으면 와이파이도 되었어요 ㅎㅎㅎ
무엇보다 저희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블레드 호수 관광시 짐가방이 해결되는 게 제일 큰 장점입니다.
그래서 이걸 딱! 보는 순간 저와 회계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일단 겉으로는 침착하게
이게 우리 예산 약간 초과인데다
일행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니 지금 승낙할 수 없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일케 말하고는 표정관리하며
방으로 달려와 언니들에게 말하니 무조건 콜! 콜!
예산이 초과된다면 온니들이 밥을 적게 먹을테니
무조건 태호차로 움직이자네요.
(그거슨 후에 희대의 사기로 밝혀짐)
암튼, 이래서 저희 일행은 드디어 태호와의 동행에 나섭니다.
그래서 첫 도착지가 스플리트
(줌인줌아웃 스플리트 참고)
그 다음날이 플리트비체
태호군도 플리트비체를 제대로 구경한 적이 없다며 흔쾌히 저희와 동행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그룹요금으로 일행의 표를 끊어서 경비절감에 큰 공을 세움!
(눈화들~~~ 여기가 사진찍기 좋아요. 얼렁 오세요~~~ 손짓하는 태호)
태호군,
매우 센스 있고 눈치도 빠릅니다.
저희 일행이 사진찍기에 목숨 건 아짐들이란 사실을 즉시 간파하고는
저희보다 한 발 앞서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를 꼭꼭 집어내요.
그리고는 저희 일행의 사진을 찍어줍니다.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저희 사진찍는 거 몇 번 보더니
우리말로 "하나, 뚤, 쎗~!!" 도 합니다.
(태호군, 여기를 봐. 자네도 한 장 찍어)
(혼신의 힘을 다해 촬영 중인 태호군과 우리의 기록담당 온니)
플리트비체에서 비와 우박을 온몸으로 맞고 다녔으나,
태호군 덕에
일사천리로 달려서 자그레브 도착.
(아직도 저희들은 이야기 해요.
그 날 우리가 차를 렌트했다면
그 빗속에 초행길을 무사히 찾아갔을까... 하구요)
저희 일행이 자그레브에서 2박하는 동안
태호군은 동생집에서 지내고 사흘째 되는 날 다시 만나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로 향합니다.
어린시절, 슬로베니아로 피난 왔을 때 블레드 호수에 와본 적이 있다는 태호군.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감회가 새롭겠죠.
그도 어려서 전쟁을 겪고 자란 세대군요.. 새삼스레 가슴이 뻐근
저 잠바 안에 넥타이 맨 것 좀 보세요.
깔끔하고 단정한 성격 또 나와요.
(담부턴 그렇게 웃지마.... 바보같자나)
(눈화들 사진 찍어주느라 여념 없는 태호)
그러더니 자기도 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이런 설정으로 한 샷 찍어달라고 청합니다.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태호)
암튼, 이렇게 해서 저희는 이 날 블레드 호수를 보고
비엔나까지 또 일사천리로 달려서 무사히 숙소까지 골인합니다.
그 담날 비엔나 시내에서 태호를 만나
집나간 자식 상봉한 모양으로 한 바탕 떠들썩했던 이야기는 키톡에 올린 바 있죠.
혹시 저희처럼 두브로브니크에 가실 예정인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또는 몬테네그로 쪽으로 투어 계획 있으신 분은
태호군에게 문의해도 좋을 듯 해요.
또, 저희처럼 크로아티아 내의 여러 도시를 이동할 계획이신 분들도 마찬가지구요.
혹시 태호군 연락처 필요하신 분은 제게 쪽지주세요.
아니면 앞서 줌인줌아웃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던 두브로브니크 빌라로 연락하셔도 될 듯 합니다.
짧은 기간이나마 저희가 태호군과 동행하면서 느낀 점.
1. 단정한 성격이다.
2. 깔끔한 성격이다.
3. 모범생이다.
(항상 목적지로 향하기 전에 완벽한 사전조사를 한다)
4. 알뜰하다. 살뜰하다.
(결국은 우리 일행 비용절감에 크게 일조)
5. 정확한 성격이다.
(계산이 매우 정확합니다. 사전에 협의한 금액에서 한 푼도 가감되지 않습니다)
6. 차를 엄청 사랑하며 깔끔하게 관리한다.
(태호차 이용하실 분은 이 점 반드시 주의!
차 안에서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는 걸 꺼려할 정도이며
우리 맘대로 차 문을 열거나 좌석을 젖히거나 해서도 안됩니다.
눈화들 힘 좋아보여 부숴질까봐 그랬나...? ㅎㅎㅎ
덕분에 저희는 매우 쾌적하게 이동하여 좋긴 했어요)
7. 센스 있다. 눈치 빠르다.
8.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며 우리가 자기 때문에 초과지출 할까봐 은근 신경쓴다.
(레스토랑 가서도 처음에는 자기 몫을 따로 주문하지 않고
그냥 나눠먹으면 된다고 함. 그런데 우리가 음식 모자랄까봐 따로 시킴 ㅋㅋㅋ)
여행 끝나고 집에와서 일행들이 그래요.
이제는 크로아티아 하면 마치 친척이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그게 다 우리에게 행운처럼 나타난 태호 덕분 아니었을까요?
마지막으로 큰 반전 하나!
태호군은 다음 달 태어날 넷째아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프라이버시이므로 패스)
<꽃보다 누나>의 오리지널 짐꾼 승기군과 연배가 비슷하여
저희가 편의상 태호군! 또는 태호! 이렇게 불렀으나
그도 어엿한 한 집안의 가장입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태호.
막내동생 같은 태호.
여보게~ 잘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