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는 두 번째 금요일입니다. 사실 지난 주 금요일에 이어 큰 장 3개를 읽어야 하므로
중간에 외도를 하지 말았어야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그렇게 한눈팔지 않고 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묘하게 지중해의 기억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니 그 불을 끄기가 어려워서 결국 읽기 시작했고 이 책은
지중해를 둘러싼 구석기 시대부터 이야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읽다가는 죽도 밥도 어렵다 싶어서 일단 미케네까지 읽고는 접어두었지요.
그리고 다시 전쟁사로 돌아오니 읽어야 할 분량은 많고 2번째 금요일 강남을 오고가는 일이 버겁게 느껴져서
오늘 발제 맡은 부분을 다른 멤버에게 부탁하는 불상사까지 생기고 말았네요.
아침의 건축사, 오후의 축의 시대 읽기와 심리학 다 관심 있는 내용들인데 마음 다잡고 결석을 하고는
금요일 하루 종일 시간내서 전쟁사를 읽다보니 학교를 떠난 이후로 이렇게 집중해서 책을 읽는 날이 있었나?
뒤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전체 8장에서 오늘까지 읽은 것이 5장 아테나이가 멜로스 침략을 한 부분까지가 오늘의 이야기였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지명도 낯선 곳이 많고 도대체 어느 나라가 펠로폰네소스 동맹이고 어느 나라가 델로스 동맹인지
어느 나라가 중립국이고 어느 나라가 편을 바꾸었는지 ,.각각의 경우 전쟁의 이슈 이전에 각자 무슨 사연이 있는
나라였는지 (각자 깊은 원한을 맺게 된 사연, 이 지역의 중요성이 전략적으로 지리적으로 어떤 것인지 등)
전쟁의 양상을 읽어도 과연 어떻게 싸웠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읽고 나면 머릿속이 뿌옇게 헝클어지는
기분이었지만 자꾸 읽다보니 이제는 지도를 찾아보면서 아하 소리가 나오기도 하네요.
지금의 우리 입장에서는 투키디데스가 이렇게 자세히 기술할 필요가 있었을까 느끼기 쉽지만
당대 전쟁을 겪은 당사자들 혹은 그들의 후손이 읽었을 경우 지역에 대한 이해가 이미 선행한 상태에서
사뭇 다르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수업중의 질문처럼 과연 어디에 썼고 이 글을 어떻게
보관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더군요.
각 나라의 민주파와 과두파,그들이 다른 나라의 정파와 연합하거나 비밀리에 협상을 맺고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 벌이는 싸움을 읽고 있자면 인간은 과연 자신의 이익앞에서 대의를 따를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샘솟기도 하고. 아테나이의 민주정이란 한 가지 잣대로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의문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코린토스, 아르고스를 비롯한 나라들이 주변 나라들과 동맹의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에서 현재의 국제 관계에
대한 생각을 이어서 해보기도하고요. 투키디데스를 통해서 알게 된 여러 유형의 군사 지도자들의 전법에 대한
것, 그들이 군대를 모아놓고 하는 연설의 다양한 방식에 대한 것도 흥미를 유발하더군요. 사람의 마음에 호소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도요.
문제적 인간 알키비아데스에 대한 관심으로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를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엉뚱한 상상이지만 이 시기의 제대로 만든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진다면 도움이 많이 되련만 싶더라고요.
오 마이 스쿨의 전쟁사에서 팔랑크스에 대한 강의를 한 번 들은 것으로도 다시 책을 읽을 때 전술이 머리에
그려지는 것을 보면 영상의 힘이란 놀랍구나 싶었거든요.
그래도 역시 아쉬운 것은 이 시대를 살았던 개인들의 기록을 문학으로 만날 수 있다면 하는 것입니다.
거기까지 가야 제겐 하나의 매듭이 지어지는 기분이 들어서일까요?
시간적으로 너무 빠듯해서 오늘 마음먹은 분량을 제대로 마무리못해서 일단 나머지 분량은 행복한 왕자의
카페에 올리고 다음 시간에 할 내용도 그렇게 정리를 한 다음 읽어나가는 식으로 해보자고 정하고
오늘의 모임은 끝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그리스의 한 시대와 더불어 산 날이었네요.
이렇게 이모 저모 캐어가면서 공부를 하고 나면 내년에 만날 그리스에서 나는 무엇을 보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