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임신한 길냥이를 다른 지역 동물보호소에 데려다 주고 왔어요.
어느날 문득 마치 제 고양이었던 것 처럼 다가왔죠. 보자마자 뻔뻔하게 먹을 걸 달라고 보채고 다른 길 고양이들이 가까이 오려고 하면 하악거렸죠. 우리 보미도 이녀석이 밖에 있으면 나가려다 멈칫하고 안 나가요. 처음에 얼핏보고 피오나가 다 자란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얼굴은 보미를 많이 닮았어요. 보통 길냥이들은 서서히 다가오는데 이 놈은 정말 너무 갑자기 친하게 다가오니 주인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어요.
그런데 길냥이 맞구요..암놈인거 같아 때를 봐서 중성화를 시켜주려고 했었죠. 아침에 봐야 병원에 데려다 주고 일을 나가던지 하는데 보통은 저녁에 자주보였어요. 그러던 중 며칠전..우리 나비는 자기에게 신경 좀 쓰라는 표시로 늘 먀..먀..거리거든요. 제가 견디다 못해 벌떡 일어나면서 나비야..그래 어떻게 해 줄까? 그럼 콩콩콩..절 앞서 걸으면서 창문가에 누워요. 거기서 좀 만져달라는 거죠. 이 날도 아침에 만져주고 나가야 겠어서 뒷뜰을 내다보면서 빗질을 해주는데 저 녀석이 와 있어요. 잡는데 어려움도 없었어요. 병원에 데려다주고 피 검사 결과가 정말 궁금했는데 다행이 FIV, 류키미아 모두 음성이었죠.
제가 이제 나름, 길냥이를 구조하는 기준이 있는데요..제게 쉽게 다가오는 길냥이 중 건강한 녀석은 두가지 병이 없을 경우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을 보내기로 하고, 건강하나 FIV 또는 류키미아에 걸렸을 경우는 중성화 후 다시 동네에 풀어주기로 했어요. 어떻게 보면 안락사가 가장 다른 고양이들의 피해를 줄이는 건데요..사실 병원에 안 갔다면 아무도 병이 있는 고양이라는 걸 모르겠죠. 그래서 레오도 FIV이지만 다시 중성화시켜 동네에 풀어줬어요.
그런데 FIV 또는 류키미아이면서도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길냥이는 안락사를 시켜주기로 생각했죠. 키사와 피오나가 여기에 속했는데 다행이 키사는 새주인을 찾아갔구요. 피오나는 최근 FeLV antigen IFA test라는 걸 더 했어요. 이 검사결과가 양성이면 영구적으로 류키미아에 걸렸다고 말 할수있다네요. 그런데 음성으로 나오면, 류키미아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로서 음성으로 돌아설 확률도 있고 또 영구적 양성이 될 수도있는 중간단계구요.
만일 양성이면 아틀란타로 다음달에 에이미가 데려다 주고, 아니면 제가 한두달 더 돌보고 그 후엔 에이미가 양성이나 음성으로 결정 날 때 까지 데리고 있기로 했습니다.
보미도 그렇고 피오나, 그리고 피오나 어미 또 이녀석까지 보면 생긴 것이 비슷한 걸로 보아 이런 종의 고양이가 이 동네에서 짝 짓고 살고 죽고 그러는 듯 싶어요.
보미는 작년 이맘때 새끼를 가진 걸 알고 제가 정말 잘 거둬먹였는데, 이 녀석까지 도저히 그럴 여력이 되질 않아서 임신했지만 어쩔수 없이 중성화를 시키고 입양보내는 걸 택했어요. 이녀석 먹이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새끼를 보미처럼 제게 다 데려올 수 도있고 아니라고 해도 길냥이 새끼들이 제대로 자라는 건 어려운 일이라서요. 계속되는 번식도 문제가 되구요.
안락사보다 새끼가진 어미를 중성화 시키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더군요. 오늘 하루종일 마음이 무거워요. 집에 와서도 눈물이 오다가다 납니다. 2년전 아픈길냥이를 안락사 시키면서도 내가 이럴 권리가 있었는가에 대한 물음이 오래갔는데요..오늘 보호소에 데려다 주고 온 지금까지도 모르겠네요.
과장된 비유일 수 있는데, 보통 힘없고 늙으신 부모님들이 잘 사는 자식들이 모신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시골이 더 좋다고 그곳에 사시다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듯이, 이 길냥이도 입양되어 편하게 집안에서 살다 죽는 거 보다, 자기 터전인 이 동네에서 새끼낳고 키우고 병들어 그냥 죽고 싶을지 누가 아냐..이런 생각도 들어요.
일도 바쁘고 피오나 그리고 우리집 고양이 세마리 때문에 이 녀석 사진은 찍을 여유가 없었어요. 그리고 주로 밤에와서요. 오늘 처음 찍었는데 이름도 지어줄 수가 없었죠. 그러다 문득 오늘 이 녀석 이름을 지어주고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병원에 있을때 그냥 길냥이3 이렇게 이름표가 붙었었죠. 그러다 동물보호소에서 한 분이 이 녀석을 보더니 쟈스민이 어떻겠냐고 해서 그렇게 이름표을 달았어요.
길냥이들은 저런 케이지에 가두면 내는 특이한 울음이 있어요. 듣는 사람도 참 가슴아프게 만드는 울음이죠.
이 녀석도 어떻게나 우는지 다음에 마취를 시켜 데리고 가야하나 싶을 정도였어요. 불안해서 입을 벌리고 심장마비라도 걸릴 듯 헐떡거리고..창살로 손가락을 넣으니 머리를 비비고 기대다 잠이 들었는데, 그만큼 이녀석은 사람 손길을 좋아해요. 신경써야 할 고양이들이 많다보니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 길냥이를 많이 못 만져줘서 늘 미안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보내게 됐어요.
떠나기 전 제일 좋은 고양이 캔을 정말 잔뜩 샀어요. 장난감하고.
비교불가능이나..마치 키울 수도 없고, 잘해주지 못한 자식 멀리 입양보내면서 이것저것 싸 보내는 심정인거죠.
그 곳 동물보호소는 정말 제가 있는 곳과는 아주 다르더군요. 깨끗하고 입양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통계를 보니 하루 평균 약 다섯마리 정도가 새 주인을 찾아 떠나요. 모든 동물보호소는 중성화가 조건이라서 뱃속에 새끼들을 살릴 수 없어요. 전 혹시라도 저곳에선 가능하지 않을까 했었거든요. 세상에 태어나 보지도 못한 새끼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기부를 하고 왔어요. 사람이 이기적인거죠. 일을 저지르고 마음편하자고 그렇게 하는거니까요.
어쩌면 제가 보미 새끼 일곱마리를 키우고 나서 더 이런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어요. 새끼들을 보면서, 새끼를 가져 배가부른 보미를 입양보내려고 중성화 시켰다면 저 꼬물거리는 녀석들은 이세상에 없었겠지..이런 생각을 정말 자주 했었거든요. 정말 다행이다..란 생각을 많이했죠.
아래 사진는 동물보호소로 옮겨지고 나서예요.
데리고 가면서 차 안에서 이 녀석에게 진심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못 알아 듣는다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그것도 모르는 일이라..정말 네 새끼들에겐 미안하다..하지만 내가 보미 새끼들 처럼 다 거둬줄 수가 없단다. 네가 새끼를 낳아 피오나처럼 병들고 죽고 그러면 좋겠니. 내가 이사라도 가면 아무도 이 동네에서 밥 줄 사람도 없어, 너 하나라도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하는거란다..라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 해줬어요. 남들이 보면 참 웃긴 일일수도있죠. 에너지가 남아돌아 그런다..라고도 생각 할 수도 있구요.
그런데 전, 이 아래 올리 신 분 처럼..길냥이었던 우리 나비를 데리고 산 후 정말 크게 달라진 듯 싶어요. 길지 않은 2년인데말이죠. 나비나 보미가 편하게 배를 보이고 자는 걸 보고, 또 장난감으로 신나게 노는 걸 보다 떠돌아 다니는 길냥이를 보면 왜 그렇게 안스러운지 모르겠어요. 모든 길고양이는 결국 사람들이 키우다 버려 번식해서 생겨난 거고..못먹고 떠돌다 결국 병들어 죽게 되는 길냥이들도 운이 좋았다면 집고양이 처럼 살았을 테니까요.
쟈스민은 오늘 그곳에 들어간 거라 일단 다른 고양이들과 격리되어있어요. 옆에는 정말 갓 태어난 강아지와 어미개가 있구요.
그 옆에는 어미 없는 정말 막 태어난 듯 보이는 새끼고양이..
그리고 그 옆엔 비둘기가 있었죠.
밖엔 새끼고양이들이 있었는데요, 보미가 막 제게 새끼를 물어왔을 때 보다 일주일 정도 더 된 듯 보이는 새끼고양이였는데, 덕분에 보미가 새끼를 물어오던 날을 떠올려봤죠. 하도 갑자기 당한 일이라 지금도 어떤 녀석을 먼저 데려오고 제가 집으러 길을 건너갔는지 헷갈려요. 지금 저와 살고 있는 마루..이 녀석은 처음부터 너무 귀여워서 기억이 나구요..턱시도 엘리와 마루를 양손에 들고 옆집 지니에게 달려갔었죠. 이웃사람들이 정말 내 일 같이 신경써주고 기뻐했던 생각이 나네요.
만일 다음주에도 쟈스민이 그 곳에 있으면 주말에 한 번 다시 가 볼 생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