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불어 공부가 있는 날입니다.
새롭게 합류하게 된 조르바님, 그녀는 목동에서 일산까지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불어공부를 위해서 일부러 먼 길 걸음하러 오기로 했는데 그 이전에 스터디를 같이 하면서 내 딸이
이런 사람으로 크길 하고 바랄 정도로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서 기다림이 더 설렜답니다.
고등학교에서 불어를 제 2 외국어로 배우고, 그 다음 대학에서도 불어를 하고 나서는 기회가 없었다고요.
그래서 정독 도서관 철학 모임이 있을 때 조금씩 공부해서 만나기로 했지만 너무 바쁘고 도대체 내용을
파악하기가 너무 어렵고 그래서 흐지부지 된 아픈 기억이 있었는데, 새로 만난 오늘, 많이 좋아진 실력에
깜짝 놀라면서 모제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이 자극이 될 것 같다고요.

제가 바이올린 레슨때문에 정독 철학 모임에 못 가게 된 바람에 참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꽃이 피었고 다른 멤버들과 헤어진 다음 다시 커피 마시면서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그동안 못 만난 사이의 이야기가 한 보따리라서 할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풀려나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다음 월요일에 만나자고 인사하고 집에 들어오니 벌써 3시가 다 되어가네요.
오늘 하루 쉴까? 운동가기엔 날씨도 꾸물꾸물거리고 피아노 연습할 시간도 방안에서 사부작 사부작
하고 싶은 일을 할 여유도 없고 마음속에서는 변명이 자꾸 쌓이고 있더라고요.
이것이 바로 못된 유혹의 소리로구나 싶어서 마음 다잡고 출발을 했습니다.

출석 도장을 찍어주신다고 해서 카드를 꺼내 세어보니 6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오늘까지 출석이 26번째
참 부지런히 다닌 셈이로군요.
운동을 배운대로 하기에서 조금씩 변형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 날, 윗 몽 일으키기 기구위에서 조금 더 힘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연습을 한 다음 혹시나 싶어서 덤벨을 양 손에 쥐고 하는 방법을 시도해보니 그것도
그 나름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그 것을 보더니 늘 같은 시간대에 와서 운동을 하는 어떤 분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에는 몸도 부석부석하고 백일이 막 지난 사람같더니 이제 돌쟁이로 바뀌었네
몸도 많이 가벼워보이고, 역시 열심히 하는 사람은 못 당해 그렇게 칭찬을 하는 겁니다.

그녀야말로 46년생이란 것이 무색하게 올 때마다 정말 집중적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유연하게 운동할 수 있을까, 목표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서 더 기쁜 칭찬이었지요.
저절로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이렇게 다른 기분으로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네요.
사람에게 기회가 올 때 그것이 좋은 기회가 될지 아닐지 그것은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그 기회에 누구와 더불어 함께 하는가, 서로를 격려하는 선한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가에 따라서
그것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는가를 요즘 많이 생각하게 되거든요.
100번째 출석하는 날, 조촐한 축하파티라도 하고 싶다고 저 혼자 마음먹고 있습니다 .100번이라 까마득하게
먼 것 같아도 벌써 26번째이니 4분의 1은 넘은 셈이니까요. 그렇게 작은 이벤트를 기대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고 싶다고 마음 먹은 것 자체가 제겐 큰 변화라서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몸을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이런 즐거움이 그 다음에 무엇을 열어줄 것인가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