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시 체조라니? 의아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아, 그 메르시 체조 금방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네요. 영화 메가네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미 지나간 영화를 다시 본 사연은 역시 이번 주 금요일 있을 일본어 회화수업을 위한 예습차원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이미 본 영화라서 마지 못해 숙제하는 기분으로 시작한 영화 보기
그런데 역시 좋은 영화는 다시 보아도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답니다.
영화를 보다 말고 중지 버튼을 누른 다음 메르시 체조 동작을 따라해 보는 요상한 체험을 하기도 한
아침,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바로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풀어져서 (사실 레슨 있는 날이라서
피아노 바이올린 연습을 더 해야 하지만 ) 드보르작의 첼로 틀어놓고 들어와서 놀고 있는 중이지요.
영화 스틸 사진을 보려고 했으나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검색이 되지 않아서 대신 아침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으로 모네를 골랐습니다.
물론 일본 남쪽에 있다는 이 영화의 촬영지인 섬과 완전히 같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영화속의 분위기에서
풍기는 따뜻함이라면 제겐 역시 모네 그림이거든요.
영화를 오래 전에 본 것이라 미세한 것은 다 잊고 대강의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역시 새롭게 보니 다른 영화처럼 여러가지 감정이 실타래처럼 올라오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것에
신경이 가기도 하고, 어떤 대사에서는 조금 더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있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표정에도
눈길이 가기도 하네요.
우선 이런 작은 섬에 공항이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런 것은 다른 섬에도 해당하는 것일까, 아니면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 영화에서 지도가 갖는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지도란 민박집 하마다의 유지상이 적어주는 지도인데요
일반인이라면 이게 무슨 지도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형태로 씌여 있지만 이상하게 이 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헤매지 않고 그 지도를 들고 찾아오거나 아니면 헤매지 않고 차를 타고 길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휴대폰이 연결되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았던 타에코상, 그녀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의 표정과 반응
그리고 그 다음 해의 그녀의 의상과 표정,
빙수를 먹으라고 권해도 자신은 빙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박에 거절했던 그녀가 빙수를 드디어 먹게 되었을
때, 빙수값을 묻자 주변 사람들이 보인 표정이 재미있었지요.
빙수값을 각자 내는 방식, 나는 만약 사쿠라상의 빙수를 맛보게 되면 무엇으로 값을 치루게 될까
무엇으로 치루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지요.
일상과 여행, 그것이 분리되는 것이어야만 할까? 그것이 어떤 식으로 맺어지면 좋을까, 자유란 무엇인가
서로 일상적인 일을 모른다해도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른 아침
몸이 다 깨기도 전에 숙제를 미리 한다는 기분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가 제게 질문을 잔뜩 던지고 있더라고요.
한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메르시 체조를 흉내내서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