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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울아버지가 싸주신 보따리

| 조회수 : 2,353 | 추천수 : 28
작성일 : 2011-04-07 23:38:57
  오늘은 다른날 보다 좀 일찍 조퇴를 하고
고향집에 다녀왔습니다.
비도 오고  길멀다고 오지말라고 하시는 부모님 말씀 안듣고
기차타고 갔다왔습니다.

70 중반이신 울 부모님
호주사는 언니가 여행오시라고 초청(?)한 거거든요
  해외여행이 이번이 처음이고
  어쩌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무리 오지말라고 하셔도
  청개구리가 될수밖에 없었지요

  그 시절 부모님들 어느 누구할것 없이 고생들 많이 하셨지만
  제 부모님 참 헌신적이셨어요
  시골서 다섯남매 골고루 다 대학보내시느라
  1990년대 중반까지 보리밥도 겨우 먹고 살면서도
  빚을 내가면서 까지 공부를 시키신 분들입니다

  호주사는 언니는 호주가서 10여년동안
  아이둘 키우면서 쉬지않고 혼자 공부해서
  다시 미국의사국가고시  통과하고
  지난해 겨울 전문의시험까지 다 통과하고 나서야
  부모님께서 언니의 청을 들어주셔서 호주행을 감행하신거거든요  
  저 힘들까봐 오지말라고 말리시던 아버지는
  여행가방 잘 꾸렸는지 봐달라며 가방속까지 다보여주시는 등
  꼭 수학여행 가기전 아이들처럼 많이 좋아하시네요
  언니가 그렇게 다녀가시래도 가기싫다던 말씀은
  아마 언니를 배려해서 그러셨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겠더라구요

  그리고
  저 가지고 가라고 저렇게 봉다리봉다리 꼭꼭 채워놓으셨네요
  가을에 딴 호두
  감기잘걸리는 저 구워먹으라고 껍질 다 깐 은행
  보약이나 다름없다는 애벌 정구지 (부추)
  돌나물
  마당에 심어둔 어린 곰취
  산속에 가서 뜯었다는 쑥과 질경이 나물
  지금 먹기 딱 좋은 실파
  버섯까지

  짐 무겁다고 역까지 바래다주고 가신 아버지 뒷모습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뻔한 걸  겨우참았습니다
  겨우 인사치레할만큼의  여비정도만 드렸는데
  저렇게 산에까지 가서 저 챙겨줄 나물뜯어서
  다 다음어서 싸주신 울아버지
  한번도 다정하게 말한번 해주시지 않는
  전형적인 경상도 싸나이지만
  저렇게 못난 딸 생각해주시는 마음이 ~~~~~
  제가 우째 다 갚겠습니까

  울 아버지
  좋은 구경도  많이 하시고 맛난것도 많이 드시고
  오랫동안 못본 큰 딸과 즐거운 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wrtour
    '11.4.8 2:34 AM

    오,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 o babbino caro
    신영옥
    가사는,사랑하는 남자가 있으니 결혼시켜달라고 조르는 거지만,
    그런게  부녀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 2. morning
    '11.4.8 4:25 AM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에 이런 글 읽으면 마음이 훈훈해지고 저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저런 먹거리, 부모님 아니면 누가 저렇게 바리바리 챙겨주실까요.

  • 3. 그린
    '11.4.8 6:54 AM

    친구가 말해준것중에 충분히 예방가능한것들이 많네요. 운전하지 말고, 이사가는것, 남편건강 신경쓰는것..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저같으면 믿고 하라는대로 하겠네요. 그리고 친구는 윗분댓글처럼 좀 지나면 나아질것 같아요. 지금 처음이라 두려운 마음에 울고 힘들어하는거겠죠. 이미 님의 마음? 과 상황 다 보여졌으니 친구를 위한다면 가끔 만나서 친구의 옆에 있어주세요. 친구에게 힘이 될거예요.

  • 4. 하늘재
    '11.4.8 7:05 AM

    바리바리 싸 주신 갖은 종류 보따리처럼,,,
    온갖 사랑을 담뿍 받고 자라셨으니~~~ㅎ
    그냥 마음이 울컥~~

    부모 자리에 서 있는 제 자신
    반성도 해 봅니다....

    그리고 반갑다,,, 정구지!!ㅎㅎ
    비슷한 고향을 가진듯 해서요~~~~ㅎ

    아버님이 모습도 참 멋지세요!!!!

  • 5. coco
    '11.4.8 9:31 AM

    부모님이 존경스럽고 따님들은 사랑스럽습니다! 멋진 아버님이 저처럼 귀하고 좋은 식재료들을
    모아주신 것만 봐도 따님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절절이 느껴져요. 사진의 젊은 날,
    아버님 모습, 걸출한 미남이십니다.ㅎ
    옛날 사진엔 철도가 자주 나왔단 생각도 나고요. 철의 길, 깊은 인상을 주었을 길이지요.
    개도 멋지고 글도 모두 멋져요.

  • 6. 미실란
    '11.4.8 10:05 AM

    갑자기 가슴이 따뜻한 그 무엇인가 솟아 오는 것 같습니다.
    내 아버지 어린시절 어머니가 준비해 놓은 농산물을
    아버지 꾸러미 가지런히 준비해서 싸서 우체국까지 군내버스타고 가서
    보내던 그 기억이 납니다.
    주니엄마님 함께 행복합니다.

  • 7. 주니엄마
    '11.4.8 11:16 AM

    wrtour님
    너무 아름다운 음악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morning님
    오늘 훈훈한 마음으로 시작하셨다니 제가 더 고맙습니다.

    그 린님
    여태껏 부모님이주신 사랑이 당연한줄 알았습니다.
    많이 죄송그럽더라구요

    하늘재님
    정구지가 사투린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부추보단 정구지가 더 정감있어요

    봄사랑님
    미역국까지 끓여 오시는 부모님 제가 다 감동입니다

    코코님
    사진속의 저개는 우리집에서만 15년동안 키운 진돗개
    늙어서 편안히 눈 감았어요
    우리형제들 기억속에는 항상 가족으로 자리잡고 있는 "찜"
    울아버지 좀 미남이시죠 ㅋㅋ

    미실란님
    미실란님 올리신 글 읽으면 참 인자하신 아버지란 생각많이 한답니다.

  • 8. 봉이야
    '11.4.8 4:06 PM

    어쩌면 저리도 알뜰하게 챙겨 줄수가 인자함이 넘칩니다
    그리고 매우 미남이시네요

  • 9. 들꽃
    '11.4.9 11:50 PM

    사진에서 뵙는 아버지 미남이십니다.
    좋은 아버지, 멋진 아버지이십니다.
    저는 부모님에 대한 글만 보면 왜이리 마음이 울컥해지는지 모르겠어요.
    따스한 사랑에 제 마음도 훈훈해져옵니다^^

  • 10. agada
    '11.4.10 10:47 PM

    아버님 사랑에 눈물이 납니다

  • 11. 고구마아지매
    '11.4.12 11:28 AM

    참 대단한 존재는 바로 "부모" 인것 같습니다. 박수보내드려요...ㅉ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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