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 시작한 그의 설명이 인도출신의 영국 작가 애니쉬 카푸어에서 끝났습니다.
그 다음이 구겐하임 미술관이지만 우선 여기서 한 숨 쉬고 저도 책속에서 소개된 화가들의 그림을 조금
더 찾아보고 싶네요.

반 고흐 다음으로 소개된 화가는 폴 세잔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화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서양 미술사의
소개가 되도록 신경을 썼더군요. 그런 의도로 만든 책이라 모마에 관한 글을 다 읽고 나니 짧은 서양미술사를
읽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작가 한 작가에 대해서는 너무 짧은 설명으로 끝나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선택과 집중이란 표현을 책 곳곳에 여러 번 쓴 것은 아무래도 미술관 기행의 여행기란
그 안의 모든 작가에 대해서 세세한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겠지요?
책속에서는 단 하나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지만 역시 사이버상에서 보니 이 곳에 19점의 세잔 작품이 있네요.

재작년 겨울 여행에서 세잔의 아틀리에에 다녀온 경험이 제겐 세잔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시절을 실제로 본 것으로 인해 세잔 작품에 대한 진입이 조금 더 개인적인 친밀감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에스타크 ,작품의 제목인데요 이 지명은 브라크나 피카소의 그림에도 등장해서 눈익은 지명이기도 하네요.
입체파 화풍을 구사한 그 두 사람의 에스타크 풍경은 이와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지역을 그린 화가들이라서
비교해가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미국의 미술관이 소장한 그림들을 찾아 볼 때마다 드는 생각, 그들은 도대체 이렇게 많은 그림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을까? 단순히 돈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아닐까 싶어서요.
그림에 대한 안목이 함께 하지 않으면 그것이 가능한가? 아니면 그림에 대한 안목이 있는 사람을 고용해서
수집한 것인가?

앗 이 그림이 모마에 있다니, 이렇게 즐거운 탄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사이버상에서 만나는 세잔
역시 관심이 촉발하는 발견의 즐거움이 함께 하는 시간이로군요.

월요일에 함께 읽는 마티스에 관한 책에서 마티스가 목욕하는 사람들을 한 점 사서 연구한 결과
그의 조각에서 로댕의 흔적과 더불어 세잔의 흔적이 함께 한다는 글을 지난 주에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상세하게 목욕하는 사람들의 어떤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는가 지적을 해놓았더군요.
그런 글을 읽은 후에 같은 제목의 목욕하는 사람들 그림을 보니 아무래도 그림을 조금 더 유심히 보게 되네요.


후기로 갈수록 그의 그림은 추상화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후기 작품이 마음에 들고
보고 싶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이렇게 책속의 화가 소개를 따라서 한 작가 한 작가 모마의 그림을 보게 되면 제 나름으로 모마에서 무엇을
꼭 보아야 할지 리스트가 작성될 것 같으니, 이런 방식의 접근이 좋겠구나 싶어서, 우연히 상품권에서 남은
돈으로 구한 책 한 권으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