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 초등학교 학생들하고 영어책으로 역사를 읽는 모임이 있습니다.
그 시간에는 어머니들도 여러 명 참가하고 있는 중인데요, 사실 이렇게 혼합해서 수업하는 일이
의외로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간이 되고 있답니다.
참가자격은 딱 한 가지 ,아이를 감시하는 마음으로가 아니라 본인들도 책을 따로 준비하고 수업에 참여할 것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던 한 분이 듣고는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라는 말에
마음이 찔리기도 하고 참 신선한 발언이라고 하더군요.

몇년 전만 해도 수잔 바우어의 이 책을 중학교 일학년정도의 아이들과 읽었는데 이제는 초등학교
4,5학년들과도 수업이 가능한 것을 보면 얼마나 이른 나이부터 아이들이 영어에 노출되어 있는가
실감을 하게 되네요. 언어의 실력이 좋아졌네 하고 웃어야 할 일뿐인가 착잡하기도 하고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그 수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한 여학생이 오로지 영어 동화책을 빌려서
계속 들었던 것으로 이 정도의 실력을 닦았다는 것인데요 그러니 꼭 사교육에 의존해야만 책읽기가
가능한 것은 아니란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해서 역사문제와 책속에 등장한
의미있고 꼭 알아야 할 영어단어를 중심으로 문제를 냈고, 이번 주에는 선생인 제가 문제를 출제하기로 해서
오전에 마루에 나가서 좋은 음악 틀어놓고 한참을 다시 읽어가면서 어떻게 하면 문제를 통해서 아이들이
역사서적을 읽는 일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퀴즈 내기를 마무리했지요.
재미있는 일은 어렵지 않은 책이라도 읽을 때마다 새롭다는 것인데요 요즘 축의 시대를 읽는 일에 재미를
붙여서 그런지 인도에 관한 글이 새롭게 들어오는 것이 신기하네요.

덕분에 책장에서 아마티아 센, 살아 있는 인도를 꺼내들고 들어왔습니다.
오래 전 책을 구할 때 함께 사놓고 차일피일 미루던 책인데요, 이런 식의 느닷없는 흥미가 생기는 것도
책읽기 과정의 재미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도서관에 있는 그림책중에서 고대사와 관련된 책만을 골라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역사책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이야기, 그것도 정성을 담아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들이 주는
힘이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랬더니 생각보다 더 많은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잘 만들어진 길가메시 이야기이외에도 그 이전의 구전설화가 이야기로 꾸며진 책도 있고요. 그러니
그림책을 이용한 접근도 상당히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관심있게 목록을 만들어볼까 생각중입니다.

만약 학교에서 영어선생을 했더라면 이런 식의 수업이 가능했을까 생각하면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면서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는 일이 지루하다거나 괴롭다거나 하는 마음없이
계속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네요.
역사책을 읽는 아이들이외에도 그림에 관한 책, 시대를 형성한 인물들에 관해서 읽거나 철학책을 읽는
아이들도 있지요. 물론 그것이 지금 당장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해도 뿌린 씨앗이 언젠가 멋진
꽃으로 피어서 아이들의 삶에 신선한 바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거든요.

물론 그 과정에서 저도 신선한 바람을 계속 만날 수 있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