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대충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공들여서 읽는다. 그들은 단 한번 밖에 읽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장 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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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열다보니 자주 바뀌는 글귀에 눈길이 가네요.
델피르와 친구들 전시에 갔을 때 인터뷰어가 델피르에게 어떤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는가 물으니
그가 대답하던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지요. 여러 가지 인생이 아니라 단 한 가지 인생을 대체로
충실하게 살았노라고.

어떤 인생을 살았노라고 나는 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 날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밤 또 같은 질문에 맞닥뜨렸다고 할까요?

오늘 아침 오랫만에 마루에 나가서 그동안 춥다고 느껴지는 마루에서 제대로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시간을 보충하기라도 하듯 오랫동안 음악을 들었습니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동영상으로 보기도 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렇게 좋은 시간도 물리적인 추위앞에서는 그렇게
밀도높게 즐기기 어려웠구나,그러니 물질적인 조건이 사람을 가로막는 것은 어디까지일까하고요.

아니 물질적인 조건만이 아니라 물리적인 조건도 마찬가지겠지요?
겨울 내내 움츠려들었던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펴지면서 이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악기 연습도 하고 싶기도 하고
조금 일찍 떠나서 하루동안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하고, 이런 저런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 마음속에 차올라오는
것이 신기하네요.

그러니 무엇이 나를 구성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잘라 말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로구나 절감하는 날들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