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미술사 시간에 베르메르의 비밀이란 제목의 한 꼭지 글을 읽었습니다.
마침 미술을 전공한 지혜나무님의 발제라서 이런 저런 뒷이야기, 혹은 그림 그릴 때의 동,서양의 차이에 대한 것
예를 들어 동양에서는 선만으로도 작품이 완성될 수 있다면 서양에서는 선은 스케치 혹은 밑작업 정도로 여겨지
고 면이 기본이란 이야기를 유심히 들었습니다.아하 그래서? 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림들도 떠 올랐고요.
19세기에 일본의 우끼요에가 서양에 들어왔을 때 서양 화가들이 놀랐던 것이 바로 선으로도 훌륭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았기 때문이라는 말에도 그래서 자포네즈 풍이 그렇게 유행할 수 있었구나 하는
것도 연결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진주 귀거리 소녀, 이 작품은 소설로 먼저 만났습니다. 언젠가 런던의 한 박물관에서 구한 소설인데요
돌아오면 가방만 두고 바로 수업하러 가야 하는 날이라서 비행기안에서 충분이 잠을 자야 하는데
가방안에 들어 있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서 잠깐 맛만 보고 집어 넣어야지 했지만 역시 그렇게 끝나지
못했던 ,그래서 결국은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잠을 잤던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화로 만들어졌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영화관에 보러 갔던 기억도 선명하게 떠오르네요.
영화안에서 주인공인 화가가 카메라 옵스큐라 방식을 이용해서 대상을 바라보던 실험이 오늘 설명으로
더 선명하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다니엘 아라스는 베르메르의 그림속 공간이 내부의 내부란 말을 썼더군요. 창문이 있지만 창문밖은 보이지
않지요. 창문이 외부와 내부를 갈라주는 역할을 하고, 캔버스의 인물과 우리를 갈라주는 것이 바로
그 앞에 놓인 여러가지 물건들을 통한 장치라서 내부가 바로 소통의 공간이 되지 않는다는 점
이런 설명을 읽다보면 그런가? 혹은 정말 그렇구나, 그런데 정말일까? 이렇게 다양한 반응을 하게 됩니다.
저자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도 즐거운 일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오늘 흥미있게 읽었던 것은 바로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원 제목은 회화의 기술인데 한국어 번역은
화가의 작업실이라고 되어 있다고 하네요. 이 작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성은 역사의 뮤즈 끌리오라고
하는데 아하 그래서 끌리오란 출판사가 있는 것이로구나, 무슨 출판사 이름이 끌리오일까? 특이하다고
느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더라고요.
지도가 걸린 방, 그런데 문제는 빛으로 인해서 지도의 구체적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 지도에
비치는 빛, 바로 그것을 화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지도위에 쓰인 글씨가 새로운 표현
혹은 새로운 묘사라는 의미의 라틴어라고 합니다.
주로 실내를 많이 그린 화가이지만 델프트 풍경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델프트에 베르메르를 만나러 간 사람이
그것을 계기로 글을 쓰기도 하고, 델프트 그림을 소재로 델프트 이야기란 소설을 쓴 작가도 있더군요.
그런 작품들을 읽어서일까요? 언젠가 네덜란드에 갈 기회가 있다면 암스테르담만이 아니라 델프트에도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요, 거기다가 새로 마음에 담게 된 철학자 스피노자가 살았던 곳에도
가보고 싶다고 한 곳 더 가고 싶은 장소가 생겼습니다.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린다는 그녀, 그림속의 그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진주귀고리 소녀와는 달리 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네요.그녀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의 색이 다양하게 표현된 것이 인상적
이네요.워낙 그림이 많지 않아서인지 실제로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본 것은 몇 점 되지 않습니다.

작년 겨울 루브르에서 이 그림을 찾느라 돌아다녔던 기억도 새롭군요. 그 때 네덜란드 그림들을 잔뜩 보고
돌아와서는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고 이름도 잔뜩 사진에 담아왔지만 그 때의 기분이 지나고 나니
새로운 관심사에 밀려서 언제 그런 생각을 했었는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베르메르의
그림을 다시 찾아서 보다 보니 그 때의 그 마음이 새롭게 떠오르네요.

돌아갈 수 있다면 가 보고 싶은 세계, 다산과 연암이 살았던 조선시대, 미켈란젤로가 살았던 피렌체
17세기의 네덜란드, 그리고 고대 그리스, 메이지 유신 발발 직전의 일본, 이런 식으로 흥미가 가득한 시기들이
있네요. 불가능한 꿈인줄 알아도 그런 꿈이 주는 자극이 분명 있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그 속을 보여주는 이야기
역사적 사실, 그리고 시대를 보여주는 그림,건축에 흥미를 느끼게 되니까요.
